푸댕 피자 이야기(9) 고르곤졸라는 어떤 치즈인가?
푸댕 피자 이야기(9) 고르곤졸라는 어떤 치즈인가?
  • 권순철 칼럼니스트
    권순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2.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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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르곤졸라는 영국의 스틸튼, 프랑스의 로크포르와 함께 세계 3대 블루 치즈로 꼽힌다. 젖소에서 짜낸 전유(全乳)로 만들며, 밀라노에 있는 작은 행정구역인 고르곤졸라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각광받는 식재료로 879년 이곳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기원은 정확히 문서로 남아있지는 않다. 유제품 생산이 활발하고 블루치즈를 숙성시키기에 적합한 천연동굴이 있던 롬바르디아주 발사씨나 계곡의 파스투로 마을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들 주장이 사실인지 그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고르곤졸라가 위치한 포밸리(Po Valley) 지역은 소의 방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매년 봄에는 소떼들이 목초지를 찾아 평지에서 산으로 가을에는 산에서 평지로 대이동을 했다. 바로 이러한 대이동 중 소떼들이 잠시 쉬어가는 마을 중 하나가 고르곤졸라였던 것이다. 매년 이 시기에 고르곤졸라에 신선한 우유가 풍부했고 이 우유를 버리지 않고 저장할 목적으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초기에 고르곤졸라에서 생산되던 치즈는 스트라키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지친(tired) 또는 부드러운(soft)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스트라키노(stracchino)는 대이동을 하며 피로가 쌓인 소떼들의 상태와 그 젖으로 만든 치즈의 부드러운 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15세기경 어느 날 이 마을의 한 젊은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생각에 정신을 빼앗겨 치즈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응고시켜 놓은 커드(curd)를 밤새 그대로 내버려 두고 말았다. 청년은 자신의 실수가 들통날까 두려워 이 커드를 버리지 않고 새로 만든 커드를 그대로 덮어 숙성시켰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나자 망친줄로만 알았던 치즈에 푸른색 곰팡이가 피어났고, 예상과 달리 맛도 훌륭했다. 

이후 고르곤졸라는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인근 유럽 국가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고르곤졸라의 약 30%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1966년 유럽 연합에 의해 지리적표시제의 일종인 원산지 명칭 보호법(DOP) 인증 제품으로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 지방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고르곤졸라는 미색 바탕에 푸른색의 곰팡이가 마치 혈류가 흐르듯 마블링되어 있다. 단맛이 돌고 크림처럼 부드러운 돌체(dolce, sweet)와 블루치즈 특유의 톡 쏘는 맛이 강한 피칸테(picante,spicy)의 두 종류로 나뉜다. 피칸테는 청록색의 곰팡이가 피며 숙성 기간이 보통 1년 이상으로 길며 비교적 질감이 단단해 잘게 부서진다. 빵이나 폴렌타, 리소토, 셀러드에 곁들여 먹거나, 파스타의 속(filling), 피자의 토핑 혹은 소스, 드레싱을 만들 때 넣기도 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예전에는 하루 전날 만든 커드와 새로 만든 커드를 섞어 반죽하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천연동굴에서 이를 숙성시켜 자연스럽게 푸른 곰팡이가 피도록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치즈 장인들이 페니실린 곰팡이(Penicillium) 포자를 사용하여 이 곰팡이를 만들어내며, 곰팡이가 고르게 증식할 수 있도록 커다란 금속 바늘로 치즈 곳곳에 구멍을 내준다. 이렇게 치즈에 구멍을 내주면 공기가 통하면서 곰팡이가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이후 온도는 2~7℃, 습도는 85~95% 정도로 최소 50일 이상을 유진한다 

고르곤졸라는 곰팡이가 피어있는 치즈이므로 먹을 만큼만 사서 가급적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회색이나 핑크 빛이 도는 외피는 먹지 않으며 산화되어 푸른 곰팡이가 노랗게 변한 부분은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처음 접한다면 사진에서처럼 먹기 좋게 포장되어 있는 것들 구매하는 것이 좋다. 

고르곤졸라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상당량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치즈에 비해 지방함량은 높지 않은 편이다. 특히, 고르곤졸라가 가진 블루치즈 특유의 맛과 향은 담즙과 췌장액의 분비를 자극해 지방과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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