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영 칼럼] 더 나은 국민, 더 나은 국가가 되는 기회로서 선거
[오순영 칼럼] 더 나은 국민, 더 나은 국가가 되는 기회로서 선거
  • 오순영 칼럼니스트
    오순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4.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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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있다.”는 유명한 글로 자신이 쓴 책 중에 그나마 부끄럽지 않게 여긴다고 밝힌 『사회계약론』의 서두를 시작하였습니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은 오로지 자연에만 의존하며 자신의 힘으로 살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되는 순간, 사회가 탄생하고 인간은 쇠사슬에 얽매이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2. 산수유, 개나리, 목련, 벚꽃, 조팝나무가 노랗고 하얗게 피어나 눈이 즐겁습니다. 연두색 잎사귀들이 나무마다 우거지게 솟아나고, 영산홍, 애기사과나무, 꽃잔디, 패랭이, 장미는 손톱만한 꽃몽오리들이 한 아름입니다. 산이 칙칙한 황토색에서 연두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여 초록색으로 짙어지기 전까지 4월, 5월은 생명의 기운이 가장 많이 느껴져 일 년 중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루소의 말처럼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픈 충동이 생기는 계절입니다. 자연은 인간의 사회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조금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 자연이 부러워 자연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3. 출근 길 사거리마다 사람들이 자주색, 파란색, 노란색 등을 입고 율동하고 손을 흔들고, 허리를 구부려 절을 합니다. 민주주의는 참 돈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는 제도입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데, 그런다고 사람들이 더 찍어주는 것도 아닌데, 온 종일 저러고 있습니다. 내일이 선거 날입니다. 선거 때마다 길거리에서 저러는 사람들 때문에 심란해집니다. 내일 누구를 찍어야 하나?

4.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내면의 나침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불의, 유불리, 안전과 위험을 구분합니다. 내면의 나침반은 타고 난 면도 있지만, 경험에 의해 더 강화되고 더 정확해집니다. 내면의 나침반은 중상모략, 선전, 거짓 정보, 선동, 포퓰리즘, 그리고 해괴하고 모순적인 일들이 벌어져도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는 해도 완전히 고장 나지 않습니다. 개인 내면의 나침반의 합인 국민의 나침반도 그러해서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언제나 생존, 발전, 자유, 권리 등을 향해 있습니다.

5. 선거는 고대 그리스, 로마 공화정부터 있었으니 약 3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이 투표에 의해 당선되기도 했지만, 떨어지기도 했지요. 사기꾼, 범죄자, 협잡꾼, 독재자도 출마를 하여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재산과 권리, 자유를 잃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6.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국가의 정당한 명령에는 복종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명령에는 불복종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했습니다. 정당한 명령이 뭐고, 부당한 명령이 무엇인지는 내면의 나침반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장 자크 루소는 이것을 일반의지라는 말로 표현 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의 자유, 권리, 생존, 발전에 해가 되는 것은 부당한 명령입니다. 부당한 명령은 부당한 인간에게서 나옵니다. 명령의 부당성은 결과가 나와야 아는 것이라 구분이 어렵지만, 인간은 살아온 내력이 있기 때문에 구분이 더 쉽습니다.

7. 어릴 적 학교에서 국가는 영토, 국민, 주권으로 구성돼 있다고 배웠습니다. 영토와 국민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주권은 보이 않는 것이라 잘 몰랐습니다. 주권은 국민 모두가 갖고 있는 권리로 국가의 의지를 최종적으로 결정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합니다. 주권은 범죄자, 사기꾼, 전과자, 살인자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으로 출마 할 수 있고 투표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은 자연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많은 책임이 필요하며, 정의나 도덕, 법과 이성을 지키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기회도 제공합니다. 자연의 원시상태에서 살면 제공 받을 수 없는 더 나쁜 인간이 될 기회를 사회는 제공해 줍니다.

8. 내일은 날씨가 아주 화창 할 것 같습니다. 밝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투표소에 들러 투표를 하고 아내와 봄나들이를 가야겠습니다. 공산주의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는 어두운 시대에 민주주의를 선택하여 오늘날 이렇게 주권을 가지고 투표를 하게 만들어준 분, 나라를 지켜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영웅들에게 감사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포퓰리즘, 흑색선전, 거짓정보, 선동 등이 난무합니다. 많은 지표들이 나빠져서 이러다 한국 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해와 비관을 극복하고 자신 내면의 나침반을 사용해 투표를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을 선택하고, 나쁜 사람을 걸러내, 더 나은 국민, 더 나은 국가가 되는 기회로서 선거가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칼럼니스트 오 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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