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기자]어제(16일)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기는 윤석열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미애는 장관을 맡은지 1년만에 일약 여당의 주요 서울시장 후보가 됐지만, 그가 발판으로 삼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秋, 끊임없이 尹때리며 장관 정치...검찰개혁 구호속에 자기 발판 활용"

추 장관의 사의 소식을 들은 현직 부장검사는 "추 장관은 윤 총장을 끊임없이 때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관 정치를 해왔다"며 "윤 총장의 정직이 결정됐으니 추 장관이 떠나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했다. 

추 장관의 사의 소식을 들은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이란 공직이 검찰개혁이란 구호 속에 정치인 추미애의 발판으로 활용됐다"고 분노했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있다"는 글을 남겼다. 

"취임 일주일 만에 尹라인 대 학살...대검 참모들 한지 발령"

지난 1월 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 장관은 취임 일주일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들을 모두 한직으로 발령내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수사했던 검사들은 수사권이 없는 고검이나 제주도 등 지방검찰청으로 좌천됐다.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라인 대학살"이란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사건' 공소장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인사 뒤 국회에 출석했던 추 장관은 야당의 반발에 "윤석열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말하며 논란을 키웠다.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심재철·김관정 검사장도 이때 모두 검찰 내 요직을 꽤찼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현직 검사는 "당시엔 특수통 편중 인사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부딪힌 秋와 尹...검찰개혁 제도개선보다 尹때리기에 집중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 1년간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 장관이 먼저 공격을 하면 윤 총장이 조금씩 받아치는 식이었다. 둘 간의 갈등이 거세지며 추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실망감도 커져갔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이 제도 개선보다는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부장 검사는 "'윤석열 사단'이 빠져나간 자리를 '추미애 사단'이 대신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도 "추 장관 초기엔 인사와 배당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하는 검사들도 많았다"며 "모두 공염불에 그쳤다"고 했다. 

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취재하던 이동재 전 채널A기자 사건에 한동훈 검사장 연루 의혹이 제기되며 본격화됐다. 

추 장관은 이를 '검언유착 의혹'이라 규정했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도 요구했다.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찍어내기가 본격화됐다는 말이 나온 시점이다.

추 장관 라인으로 불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수사에 뛰어들었다. 윤 총장과 일부 대검 참모들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했다. 

윤석열의 반격...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 아니야 

추 장관은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수사로 임기 중 고비를 맞기도 했다. 추 장관 아들과 그의 전 보좌관 모두 결국 무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추 장관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의 수사 책임자는 추 장관 취임 후 승승장구했던 김관정 검사장이었다. 

윤 총장 역시 추 장관에게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윤 총장이 출석한 대검 국정감사의 생방송 시청률은 10%에 육박했다.

윤 총장은 이날 정치 참여 가능성에 "고민해 볼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고, 일약 야권의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여당 내에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시 경질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검사들의 전국적 반발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1~2위를 다투던 지난달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다"며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를 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때 이른바 '판사문건'도 공개됐다. 

추 장관의 징계청구에 전국의 검사들이 성명을 내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이성윤·김관정·심재철 등 '추미애 라인' 검사장들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검사들이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청구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냈다. 복수의 부장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불법적으로 검찰총장을 해임하며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집행정지 소송에서 승소하며 즉각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16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을 결정하며 다시 식물총장이 됐다. 윤 총장은 집행정지와 징계무효 소송을 또 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 장관의 취임과 윤 총장의 정직, 그리고 다시 추 장관의 사임까지 모두 잘 짜여진 각본같다"며 "검찰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떠나버리는 추 장관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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