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학과 정원 늘리기 나선 정부…'파격대안' 찾을까
반도체 등 첨단학과 정원 늘리기 나선 정부…'파격대안' 찾을까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22.06.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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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관련 학과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현행 법규상 늘릴 수 있는 인원은 물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포함해 법제 정비를 통해 늘릴 수 있는 인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반도체 기업을 위한 학과 증설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창의·융합형 교육과정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부터, 특정 학과 정원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이 향후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비판이 나온다.

10일 교육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교육부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7일 기자들에게 "관계부처와 협의해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처럼 대학과 기업이 취업 채용조건으로 계약하는 반도체 학과 신설과 같은 개별적인 방식이 아니라 법규를 손질하고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대학 입학정원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반도체학과' 등 직접적으로 반도체 관련 교육을 하는 학과 정원(전문대학 포함)은 약 2천명 수준이다. 다만, 연관성이 있는 다른 첨단분야 전공 학과까지 포함하면 2만4천명 정도로 늘어난다.

입학정원 증원은 가장 파격적이지만 반대로 가장 복잡한 방안이다.

우선, 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관련 부처가 추진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학교를 비롯한 인구집중유발시설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몰리지 않도록 신·증설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데, 학교의 증설은 '입학 정원의 증원'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에도 대학 입학 정원 증가 총수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하는 '학교 총량규제'를 규정하고 있다.

장 차관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대학설립·운영규정상 4대 요건을 두고 있는데 이 규정은 이미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을 정비하지 않고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자체 조정해 증원 가능한 정원은 약 8천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증원 기준을 놓고 학교 안팎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의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는 데다 같은 학교 안에서라 하더라도 학과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과를 신설하고 실제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당장 업계가 말하는 '반도체 인재' 수요를 충족하려면 또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학과 신설이나 신입생 선발 외에 재학생 반도체 전공자를 늘리는 방식이다.

각 대학이 여러 학과 학문을 융합해 3∼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융복합 전공 트랙(과정)'을 만들면 더 빠르게 산업계가 요구하는 전공자를 배출할 수 있다.

기존의 학과 장벽이나 정원 규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반도체 관련 학과를 둔 한 대학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교육은 초창기에는 물리학과에서 했고, 지금도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충분히 반도체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며 "미국의 유수 대학들도 반도체 학과가 아니라 전기·전자공학과 출신들이 관련 기업에 입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융복합 과정을 정부도 계속 권장하고 있다"며 "협소한 의미의 인력배출이 아니라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까지 포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산업계 요구에만 발을 맞추다 보면 대학 교육의 큰 틀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수요-공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메타버스나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 좀 더 가까운 분야로 진출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서 반도체 학과만을 늘리는 것은 추후 인력 수요가 줄어들 경우 갈 곳 없는 대졸자를 양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IT회사 등과 비교해 우리 반도체 회사의 성장성과 임금 수준 등을 살펴보고 인재들이 '가고 싶은 회사'인지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대기업이 원하는 것은 그 회사에 입사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고,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이직하지 않고 생산라인에서 오래 일할 인력"이라며 "둘 다 교육적 사이드(부문)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산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은 학사운영, 실습과정, 교수 확보 등에 1∼2년이 걸리고 4년간 공부하고 졸업하면 최소 5∼6년이 걸린다"며 "졸업시점의 산업수요 예측, 지방균형 문제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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