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피기 시작하는 할미꽃(노고초)
엄마 산소에 석양이 붉그래 물들 때...
엄마 산소에 석양이 붉그래 물들 때...
4월에 피기 시작하는 할미꽃(노고초)은 머리가 희고 꼬부라진 등이 우리네 할머니, 엄마의 모습을 닮았다. 한평생 희생으로, 토양마저 중성화 되고 바위틈이나 거친 자리에서 곱고 우아하게 핀다. 다행인 것은 양지바른곳에서 특히 석양이 아름다운 자리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 도도한 여인의 모습이다.
할미꽃
심명숙(청휘)
잔설이 싸늘한 어두운 밤
비바람에 흠뻑 젖으며
生死를 초월한 해맑은 봄날
황혼이 아름다운 자리에
고개 숙여 꽃으로 피었네요.
세월 잃음에 집착하지 않고
살며시 숙인 고운 얼굴
미소가 따스한 하얀 주름 되어
밭둑에 앉아 웃고 있는
우리 엄마 꽃이네요.
젊음을 낮과 밤마다
삶의 언덕 넘나들던 아담한 자태
어둠에도 젖지 않을 피안(彼岸)의 향기는
우아하고 고운 빛깔로
굽은 등에서 밝게 빛나네요.
심명숙(청휘) 작가는 2006년 시인으로 등단하여 여행작가로도 작품 활동 중이며, 계간 [여행문화]와 [현대작가] 편집국장으로 현재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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