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미일 공조 강화에 방점...러·중 외교도 명분·실리 챙겨야
윤 대통령, 한미일 공조 강화에 방점...러·중 외교도 명분·실리 챙겨야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23.05.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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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남 기자]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션이 열리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미소를 짓더니 다른 나라 정상들을 모두 지나쳐서 반대편에 앉아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그야말로 반가운 친구를 보게 돼 너무 기쁜 나머지 버선발로 달려나온 셈이다. 

이런 상황은 결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국(G7) 회의에 초청받아 10차례 정상회담을 펼치면서 국제외교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G7회의의 옵서버 자격이지만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G7에 역대 네 번째로 초청된데다가 우리나라가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다양한 지표에서 G7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상태여서 사실상 '심리적 G8'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G8 수준이 되었다고 우리 혼자 주장한다 해도 이를 국제사회가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다만 세계 최강국을 이끄는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라는 비중 있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몸값'을 올려준 것을 소홀히 여길 수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개인적으로도 친구처럼 여긴다는 증표이거니와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 국제적으로 입증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미관계의 공조 수준이 얼마나 친근하고 끈끈한 것인지를 드러냈다. 이 모습을 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잠을 청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관련 협상이 녹록치 않은 상황속에서도 기어이 한미일 3국 정상을 만난뒤 미국으로 떠났다. 한미일 정상 간의 만남을 미국의 디폴트 문제만큼이나 비중 있게 여긴 것이라고 읽혀지는 대목이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한국 대통령을 이 정도로 인정해주는 추세라면 한국이 향후 'G8체제' 혹은 '인도, 브라질 등이 포함되는 G12체제'로 국제질서가 재편될 경우 우선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미일 관계는 순항 중이다. G7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양국 정상은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도전에 대응하는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강압적 행태를 포함한 역내 안보 도전 대응에 미일이 함께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은 미일 관계가 돈독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한미일 3각 체제'는 결속력을 키워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통해 '가치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미국과 한국의 동맹 수준은 한 단계 격상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미국 입장에선 그동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축이 돼야 할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제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협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안도감을 갖고 있다.

이처럼 미국을 매개 삼아 한국과 일본은 3각 동맹을 맺은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나라의 방어와 선제타격 능력을 키우는데 '화룡점정'의 성과가 나온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이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추진한 한일관계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 이로부터 꼬였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일본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로 재지정하면서 한국은 반도체 핵심소재에 있어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더 이상 받지 않게 됐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에서 '셔틀외교'를 '복원'시켰다. 이번 G7정상회의까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지지율이 8개월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20~21일 실시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56%로 전월의 47%에 비해 9%포인트 상승했다. 
한미일의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열린 한미일 정상 간의 만남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미국 워싱턴 D.C.로 함께 초대했다. 바야흐로 한미일 공조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한일 셔틀외교가 아니라 '한미일 셔틀외교의 틀'이 갖추어진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의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는 후쿠시마 식재료의 안전성을 홍보하려는 일본에게 당한 것이고 '들러리 외교'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20일 G7 정상들은 성명서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독립적 검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G7국가의 수장들이 이처럼 IAEA를 신뢰한다면 일반적으로 IAEA의 전문성은 물론 그들의 객관성도 인정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역시 IAEA에게 후쿠시마 원전 관련 검증을 맞기고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게 상식일 듯 싶다. 더군다나 우리 시찰단이 일본으로 파견돼 검증작업에 돌입하는 '이중의 안전망'까지 갖춘 상태에선 더욱더 그래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이 나선 G7외교의 성과만 살펴봐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세 정상은 동맹은 아니지만 '새로운 수준'의 공조를 약속했다. 또한 세 정상들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경제안보,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가히 3국 협력을 뛰어넘어 한미일 3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것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G7외교'의 또 다른 성과는 바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및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국가 모두와 양자회담을 가졌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G7 정상들과도 모두 만났다. 이들과 별도 회담 석상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방위산업, 원전, 디지털, 사이버안보, 우주, 바이오헬스 등 거의 모든 첨단기술 분야를 망라한다. 

또한 윤 대통령은 세계 인구 1위로서 성장 잠재력을 보이는 인도를 비롯해 중국과 미국에 이은 우리나라 제3대 교역국이자 한-아세안 조정국인 베트남 및 핵심 광물 부국인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더 굳건히 했다.  

물론 한미일의 새로운 3각 협력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되는 것에만 환호성을 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같은 성과가 빛이 나는 만큼 중·러 리스크도 비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에도 대비해야 한다. 당장 우리를 향해 러시아가 우리나라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나섰고, 중국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미국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미일 3각 협력 체제가 공고화되는 것이 자국 이익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할 것이다. 한미일의 조그마한 틈새라도 찾아내 더 벌리려고 시도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 정치·경제적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우려가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이 어깨에 짊어진 향후 과제는 더 무거워졌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공조 강화에 방점을 찍는 외교에 주력하면서도 러시아·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명분을 잃지 않는 선에서 실리를 챙기는 외교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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