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컬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과연 스스로 천재이길 원했을까?
[리뷰]뮤지컬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과연 스스로 천재이길 원했을까?
  • 이전명 기자
    이전명 기자
  • 승인 2011.06.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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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내 한 복판의 나지막한 3층 건물. 창문에 두 볼을 발그레하게 붉힌 앳띤 소년 하나가 창밖을 내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음악을 떠올리고 있는 중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마르지 않는 영원의 샘’처럼 악상이 솟아난다. 소년은 끊임없이 자신을 맴도는 음악만큼이나 새로운 세상이 궁금하다. ‘넌 아직 어려’라는 아버지의 말만 아니었더라도 소년은 당장 빈으로 떠났을 것이다. 소년은 낮은 한숨을 뱉는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골목길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 인간 ‘모차르트’, ‘천재’이길 거부하다

천재음악가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뮤지컬 '모차르트!'는 앞선 물음에서 시작됐다. 모차르트는 완벽에 가까운 음악을 창조해낸 천재였다. 작품은 '천재적 재능'과 '인간적 삶'의 사이에 내버려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삶을 무대 위로 불러올린다.

작품은 영리하게도 한 개의 인물을 두 개의 자아로 분리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는 하얀 가발을 쓴 사내아이다. 모차르트의 주체 의지를 가진 '볼프강'은 찢어진 청바지에 레게 머리를 한 청년이다. 한 인물을 둘로 나누는 구성은 위인의 연대기적 서술을 벗어나 판타지적이다. 모차르트는 천재이자 인간으로서 감내해야 했다. 감정적 무게를 무대 위에 효과적으로 스케치했다.

‘볼프강’의 또 다른 자아인 '아마데'는 떠오르는 악상을 거침없이 악보 위로 토해낸다. 천재음악가에게 작곡은 가장 원초적 본능이다. '아마데'가 어린 아이로 설정된 것은 모차르트가 가진 음악가로서의 본능이다. '볼프강'은 부모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보통의 청년이다. 하지만 ‘넌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야 해'라는 아버지 레오폴트의 말은 ‘볼프강’의 깊은 무의식에 뿌리내린다. 아버지로 인해 ‘피터 팬’으로 남아야 했던 ‘볼프강’의 주체 의식은 남작부인의 도움을 통해 독립을 시도한다. 그럴수록 아버지 레오폴트,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예술적 갈등도 심해져만 간다. 남작부인의 도움으로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만 ‘볼프강’은 여전히 그의 미성숙한 자아만큼이나 불안하다.

모차르트 아버지 레오폴트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아들의 성공을 기뻐하지 않는다. 아들에게 의절을 선언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여름철 장마 때 거슬러 오르는 흙탕물처럼 개운치않다. 레오폴트의 내면의 그릇은 아들을 향한 광적인 사랑과 집착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천재적 재능에 대한 질투를 담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장마 그친 후 물안개 핀 강가의 소금쟁이처럼 방향도 모른 채 서로 낯선 곳으로 표류한다.
그 사이, 광기어린 '아마데'는 끊임없이 속에서 꿈틀댄다. 피하고 싶었던 운명은 더 무거운 사슬로 ‘볼프강’을 칭칭 감는다. ‘아마데’는 작곡을 위해 ‘볼프강’의 피를 뽑아 곡을 쓴다. '볼프강'의 외로움과 고통은 철저히 무시한다. 지쳐버린 '볼프강'은 '아마데'가 '레퀴엠'을 작곡하는 동안 그의 천재성이 자신을 서서히 뜯어먹는 광경을 방관한다. 주위의 부러움과 시기를 온 몸으로 견디던 음악신동 모차르트는 그렇게 생을 잃는다.
- 무대라는 쇼윈도우에 ‘간극’을 디스플레이하다

무대는 유려하다. 약간 사선으로 기울어진 무대는 기존의 평면적인 구조보다 등장인물의 위치에 따른 입체감을 더했다. 장치도 화려하다. 첫 장면부터 어린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하늘에서 내려온다. 관객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된다. 의상도 볼거리다. 귀족 의상은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이 잘 반영됐다. 찢어진 청바지에 레게 머리를 한 ‘볼프강’의 의상이 흥미롭다.

연출적인 면도 초연과 비교했을 때, '장'과 '장' 사이의 간극을 좁혀 관객의 집중도와 몰입도를 높였다. 난해했던 가사도 부드럽게 기우려고 노력한 섬세한 바느질 자국이 보인다.


조명은 천재음악가의 생애를 다룬 작품답게 음표를 형상화 한 부분이 흥미롭다. ‘나는 나는 음악’ 장면에서는 바닥에 음표 모양의 조명이 쏘아진다. 바닥을 공간화 한 조명은 배우들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는 2층 이상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란영’ 안무가가 만들어낸 독창적이고 세련된 안무는 극의 맛을 더한다. 귀족들이 ‘기적의 아이’를 향해 부르는 '모차르트! 모차르트!', 질투와 시기가 가득한 빈의 실상을 노래한 '여기는 빈!'에서는 살짝만 몸을 틀어도 움직임이 커지는 드레스 자락을 계산해낸 안무의 절제미가 돋보였다. 서민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훨씬 더 크고 자유로운 동작을 입혀 안무적 차이를 줬다.

- ‘실베스터 르베이’, 팝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함이

모차르트의 음악은 록, 재즈, 클래식을 넘나든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쉽지만 화성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음악이다. ‘실베스터 르베이’는 팝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함이 살아있다. 대중적이지만 고급스러운 음악을 창조해냈다. 이에 대해 배우 신영숙은 "모든 노래들이 극과 맞아떨어지면서도 선율이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훌륭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배우 박은태 역시 "음악이 너무 좋다. 음악 때문에 힘이 나고, 감정 이입이 더 잘된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공연이 끝이 난다"고 했다.

'나는 나는 음악'은 ‘볼프강’과 ‘아마데’가 가장 행복할 때 부르는 노래다.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음악'이라 부르는 두 자아의 노래는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지만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다. '황금별'은 어둠이 내린 검은 대지 위에 커다랗고 밝게 빛나는 별 하나를 본 듯한 넘버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선율 위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부르는 신영숙의 풍성한 목소리가 얹어져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을 일으킨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중 가장 격정적이다. 주변의 관계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차르트의 심경이 가장 잘 드러난다. '볼프강'이 내는 엄청난 하이음과 무겁고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무게가 뒤엉켜 대극장의 대들보가 스러질듯한 강렬함을 선사한다.


- 뮤지컬계의 신성과 배우들의 호연

뮤지컬 '모차르트'는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새로운 모차르트로 등장한 신성 전동석은 이번 공연에서 5회차 밖에 안 되는 공연 횟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역량을 과시했다. 전동석 만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의 하이음은 관객을 카타르시스의 일각에 내세운다. 신영숙은 우아하고 따뜻한 남작부인의 캐릭터를 음색만큼이나 폭넓고 깊이 있게 연기했다. 정선아 역시 파워풀하면서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성량으로 맡은 역을 시원하게 소화했다. 윤승욱은 집착이 강한 걱정 많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난넬’을 맡은 임강희는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관객의 귀를 열었다. ‘콜로레도’를 연기한 이정열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대주교의 날카롭고 예민한 성정을 잘 표현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배우들의 폭넓은 연기가 얼마만큼 극을 깊이 있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어느 덧, 서른여섯이나 먹은 소년은 파리한 얼굴로 피아노 앞에 앉아 의미 없는 선율을 뚱땅거리고 있다. 그 옆에 앉은 하얀 가발의 소년은 여전히 악보에 광적으로 음표를 휘갈기고 있다. 뚝. 잉크가 모자라다. 하얀 가발의 소년은 서른여섯 먹은 소년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서른여섯 먹은 소년은 잠깐 멈칫한 뒤, 고개를 끄덕인다. 하얀 가발의 소년은 잠시 생각한다. 사이. 꼬물거리는 손이 들려져 서른여섯 먹은 소년의 심장을 찌른다. 깃털 펜에 차오르는 붉은 피를 바라보며 하얀 가발의 소년은 서른여섯 먹은 소년을 그러안는다. 그것은, 미안함과 감사의 인사인 것일까.

편집국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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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식 변호사 (前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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