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복식 전공 이학박사 윤지원,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인터뷰] 한국복식 전공 이학박사 윤지원,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 글_김문선 기자, 사진_전성진 기자
    글_김문선 기자, 사진_전성진 기자
  • 승인 2011.01.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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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박사학위 전문가가 한복업계로

 문득 의문이 들었다. ‘박사님’, ‘연구원’, ‘교수님’ 소리를 듣던 분이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한복나라 남가람’의 윤지원 이사를 설명할 수 있는 경력이 다채롭다. 한국복식 전공 이학박사, 서울여대 의류학과 초빙강의 교수, 서울시 산하 ‘한 브랜드’ 연구원, ‘산업디자인기반기술개발사업’ 연구원 등. 그녀는 직접 한복 업계로 뛰어든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한복 전문가다. 그녀가 처음 업계로 뛰어들 당시, 주위 시선은 곱지 못했다. 연구실 밖을 벗어난 전문가는 살 수 없다는 학계의 우려도,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의 걱정도 스스로 감내해야 했다.  

윤지원 이사는 차근차근 자신이 가진 한복 지식과 디자인의 우수성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한복나라 남가람’과 함께 지난 2009년 방송된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화려한 의상을 탄생시켰고, 일반인에게 한복 문화, 한복 예절, 한복 바로 입는 법 등을 쉽게 풀어주며 한복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복을 입은 모습이 천상 ‘한복쟁이’인 윤지원 이사는 “한복은 어느 나라의 옷보다도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옷이에요. 국적불명의 옷들이 한복인 척 하고 있는 것을 막고 싶었어요. 제대로 또 쉽게 한복에 대해 알리면서 살고 싶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를 만나 한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요즘 세대는 ‘한복’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한복’의 역사에 대해 설명 해주신다면요? 
한복은 원래 한국의 복식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입는 예식화 된 옷을 뜻하게 됐어요. 한국 복식의 역사는 시각적 자료가 있을 때부터 시작해 보면 1,500년 정도에요. 그 기간 동안 전쟁, 사회 변화 등 여러 기능적, 미적 이유로 모양이 바뀌었죠. 삼국시대에는 한복도 치마를 허리에 입었어요. 기능적인 면이나 곡선 등 구체적인 미를 추구하면서 변화된 것이죠.

 Q. 한복의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복의 구체적인 종류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여자는 치마, 저고리를 기본으로 하죠. 사실 여자도 원래는 두루마기를 입었어야 했어요. 그런데 대한제국 말, 옷의 예법을 간소화하면서 치마, 저고리만 입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죠. 여성의 한국 복식에 들어가는 것은 속치마, 고무신 그리고 헤어스타일까지 포함해요. 기본적으로 한복에는 긴 생머리는 상상할 수 없어요.

남자는 바지, 저고리, 포(두루마기의 한 종류로 무릎과 발목 사이의 긴 외투)가 기본이에요. 그런데 개화기 때 양복에서 모티브를 따온 조끼가 생겼어요. 한복에 주머니가 없어 불편했던 것을 양복이 들어오면서 좋게 여긴 분들이 한복에도 조끼를 만든 것이죠. 또한 마고자가 있어요. 마고자는 두루마기보다 옷감이 적게 들고 편리해 서민들도 많이 입었다고 해요. 배자는 젊은이들의 옷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트레이닝복처럼 편하게 입는 옷이었어요. 현대에는 두루마기 대신 배자를 입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남자는 여자와 달리 저고리가 속옷의 개념이기 때문에 절대로 저고리만 입고 돌아다니면 안돼요. 완벽히 갖추려면 두루마기까지 입어야 하지만 상황이 안 되면 배자나, 조끼, 마고자까지는 꼭 입어주세요.

Q. 한복이 다른 나라의 복식(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치파오)보다 세계화나 대중화가 덜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맞아요. 덜 됐어요. 그런데 저는 한복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의식주는 항상 같이 가기 마련이거든요. 최근 ‘식’과 ‘주’의 트렌드를 보면 다시 한국의 것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식’이 서양음식 먹다가 요즘 웰빙 열풍이 불면서 한식으로 돌아왔고, 한옥 역시 마찬가지잖아요. 이젠 ‘의’가 돌아올 차례 아닐까요.

Q. 그래도 이사님께서 생각하시는 한복의 세계화나 대중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한복이 웨딩 시장에만 국한된 현실은 안타까워요. 이렇게 되니까 한복 제작자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거나 신소재를 내놓는 것도 힘들어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한복은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작업이 많잖아요. 정부에서 한복에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시작하는데, 디자인뿐 아니라 한복지 제직이나 노리개 장인 등에게도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영부인이나 사회지도계층들이 공식적인 행사에서 많이 입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초, 중, 고등학교에서 한국 복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해요. 한국 복식 문화는 한국의 예절문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교육측면에서 다가가면 더욱 효과적 일 거에요. 

Q. 드라마 ‘선덕여왕’에도 협찬, 제작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극이 한복의 대중화에도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선덕여왕, 주몽, 황진이 등에서 나타났던 의상들이 엄밀히 따지자면 시대와는 맞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한복 구매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잖아요. 그런데 사극에서 예쁜 한복을 보면 시대에 상관없이 입고 싶은 욕구를 일으켜요. 과거에는 드라마 의상이 철저한 고증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요즘은 역사와 맞는 의상보다 ‘미’를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죠.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한복과 관련한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대중에게 한복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는 제작자가 되고 싶고요. 각 나라마다 옷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한복만의 고유함이 있거든요. ‘한복나라 남가람’과 함께 하면서 그것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될 거에요. 역사나 한복 자체 이야기가 정말 재밌는 게 많거든요.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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