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처방한의사들17] ‘장미 그리는 의사’ 정덕희
[예술을처방한의사들17] ‘장미 그리는 의사’ 정덕희
  • 편집국 김미성 기자
    편집국 김미성 기자
  • 승인 2010.11.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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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갤러리 ‘예술과 의술의 만.남’전

 ‘왜 장미만 그리세요?’ 많은 이들이 정덕희 선생에게 갖게 되는 질문이다. 전 한국여자의사 회장이기도 했던 정덕희 선생은 약수동에 위치한 서울송도병원 이비인후과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국립의료원 정년퇴임 이후 짬짬이 틈을 내어 붓을 들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장미’ 하나만 고집해왔다. “완성됐다 싶어 붓을 놓고 얼마 뒤 다시 그림을 되돌아보면 맘에 들지 않아요. 그림은 그릴수록 만족이 어려워요.” 

인생에서 마음으로 소통하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덕희 선생에게는 ‘장미’가 바로 소울메이트이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인 것은 아닐까? “하나님께 감사해요. 작게나마 이렇게 그리는 재능을 주셔서요. 지금에 와서 뭔가 하나라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앞으로도 도전할 수 있어서…” 처음 정덕희 선생이 ‘장미’를 그리기로 결심했던 건 정년퇴임과 함께 주어진 6개월간의 휴가 기간을 보내면서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던 그는 각종 전시회를 전전하며 그림을 관람하던 중 이길순 작가의 ‘장미’를 보게됐고, 그것이 계기가 된 것. 장미의 아름다움을 느낀 그는 이후 붓을 들었다.  

“정말 맘에 드는 작품이 나오면 다른 것을 그리려고 해요. 그러려면 계속 그려야지요.” 장미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감격하는 그에게서 장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돋보였다. “장미의 계절은 5월이지요. 서울대공원에 가면 장미공원이 있어요. 외국에는 로즈가든이 있고요. 특히 외국은 영국, 미국 등 장미공원이 많아서 여행가면 꼭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 와요.” 그가 ‘장미’를 내려놓고 다른 소재의 작품에 돌입할 수 있을까? 정덕희 선생 역시 이 질문에는 끝내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장미는 볼수록 아름답고 우아해요. 색이 몇 백 종류가 되요. 요새는 배양기술이 늘어서 보라색, 무지개 빛깔도 있죠.” 정덕희 선생의 집 앞 조그마한 마당에는 장미가 심겨있다. “햇빛이 내리쬐면 장미의 빛깔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를 그리고 싶어서 마당에 심었어요. 아름답고 고귀하니 가시도 있을 테죠.” 가장 흔하지만 것이 ‘장미’지만 가장 그리기 어려운 꽃으로 손꼽히는 것도 ‘장미’다. “시작은 10년이 넘었지만 작업 시간은 많지 않아요. 지금도 계속 장미만 그리는데 언제 내 맘에 드는 장미가 나올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정덕희 선생은 어느새 ‘장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를 생각하면 주변인들조차 장미를 연상하며, 후배들은 ‘장미 그리는 선생님’으로 부르니 말이다. “젊어서 못하고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니 더 정성을 쏟게 되요. 내 손이 얼마나 그릴 수 있을까요. 손에 관절염이 있어요. 이 손을 보면서 ‘그릴 수 있을 때 많이 그려야지’ 늘 생각해요. 그리다가 보면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는 지나간 세월의 연배를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손을 내보였다.   

“환자 진료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그 전보다 성심성의껏 하게 되죠. 언제까지 환자를 봐줄 수 있을까요.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설명해주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정덕희 선생의 그림 속 ‘장미’는 화사한 느낌이 그와 닮아 있다. “장미는 비슷해 보여도 제각기 다 틀려요. 같은 장미라 해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죠. 장미를 그리는 화가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장미’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 그의 눈은 더욱 빛이 난다. “장미가 참 다양해요. 빛깔마다 모두 그려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활동해 개인 전시회를 갖고 싶다는 정덕희 선생의 손엔 여전히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이가 드니 점점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릴 수 있다는 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요. 그리는 그 시간이 제게는 너무도 귀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허락된 건지 모르겠네”하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는 정덕희 선생. 장미들로 만발한 그녀만의 단독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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