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처방한의사들16] 삶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그리는 소아과 의사 최창희
[예술을처방한의사들16] 삶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그리는 소아과 의사 최창희
  • 편집국 김미성 기자
    편집국 김미성 기자
  • 승인 2010.11.10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국갤러리 의술과 예술의 만.남. 전

31년 1개월 간 위생병원 소아과 과장을 지낸 최창희 씨는 ‘천상’ 소아과 의사이지만 손에 붓을 들면 유화 작가로 변신한다. 냉철한 이성과 풍부한 감성이 함께 공존하는 작업을 하는 최창희 씨에게서는 어쩐지 순수하고 부드러운 감성의 편안한 향기가 감돈다. ‘알고 지내면 참 좋을 사람’이라는 말이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수식어일 것이다.

1999년 제10회 의인미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단에 데뷔한 그녀는 이후 미술과 비평 초대전, 한국의사미술회전 등에서 정물 및 풍경화를 선보여 왔다. 최창희 씨는 “분주한 가운데서도 아름답다고 느낀 것들을 화폭에 옮겨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행복해 짬을 내어 붓을 든다”며 작품활동에 대한 기쁨을 표했다.   

그녀가 위생병원 소아과 과장으로 있을 땐, 감히 붓을 들기에도 벅찬 바쁜 일상의 연속이었다. 현재는 서울 혜민병원으로 옮겨 오전 중에 환자를 보고 나머지 시간을 이용하여 작업에 몰두한다. 주중 하루 정도는 작업을 위해 시간을 아예 비워놓고 화실을 오가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현재 위생병원에서 최창희 교수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병원 곳곳에 그녀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지금은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퇴임 후 노후를 보내는 데에도 이만한 것이 없지요.” 최창희 교수는 1996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지인의 권면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초등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하고 특선도 했던 그녀는 늘 미술에 대한 소망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다. 이후 그녀는 여의사 5명과 투합한 전시회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창희씨는 유럽 등으로 학회를 다녀올 때마다 아름다운 경관을 사진으로 찍어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최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초상화이다. 손자의 돌잔치에 손자의 얼굴을 직접 그려 돌잔치 홀에 전시했다고. 미술작업만큼이나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캐리어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아이’이다.  

“아이를 굉장히 좋아해요. 때문에 아이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도 많았죠. 한번은 우유알레르기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아이가 있었어요. 집에서 미음을 끓여서 먹이며 아이를 치료했고 완쾌하니 백일잔치, 돌잔치 때마다 떡을 챙겨주고 저를 ‘큰엄마라 부르겠다’라고도 했었죠.” 

이 외에도 그녀는 아기 환자가 커서 군 제대 전 물어물어 주스를 들고 찾아오거나 특별히 김장해 붙여주시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목소리에는 캐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 묻어났다. “무엇보다 저는 이런 조그마한 것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소아과를 택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요. 앞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소아과 의사를 할 것입니다.”  

소아과 의사는 덜 늙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이들을 상대하기 때문인데 그녀 역시 그렇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나이임에도 열정이 눈부시다. “미술도 좋지만 사진영상작업과 여행 역시 즐깁니다. 퇴임 후 시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제겐 무궁무진합니다.” 밝고 화사하며 편안한 느낌은 그녀의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매력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소아과의사로 후회 없이 살아가는 여자’라고 표현했다. 그녀가 얼마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몇 마디만 나눠보아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최창희씨는 동료 의사 20여 명이 참여한 ‘오지 봉사단’에서 매년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네팔,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등 오지의 환자들을 만난 그녀는 “의료봉사는 제 건강이 허락되는 한 하고 싶습니다. 힘들지만 그만큼 일상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모두 감사한 것들 뿐 입니다”라고 말했다.  

최창희 씨는 내년 9월 조형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오늘을 끝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그녀는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열정적인 아침을 시작한다.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