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빈틈조차 허용하지 않고 들어선 조그마한 집들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채 얽혀있다. 빼곡히 들어선 집들을 배경으로 옥상위에 젊은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 새하얀 눈보다는 흐리고 담배연기 보다는 빽빽한, 하늘위의 뭉게구름은 그들의 코앞까지 내려올 기세다.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를 찾는 것이라면 그들의 고뇌와 한숨이 콧잔등까지 달라붙는 것 같다. 턱을 치켜들고 뭉게뭉게 내려오는 구름을 바라보는 그들은 그래도 웃고 있다.
갑갑할 정도로 붙어있는 집들은 작은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힘든 삶을 등에 업고,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자 지독히 붙어 공생하는 것처럼 한 치의 이별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도 비슷한 모양새로 붙어있다. 웃을 수만 있다면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갖는 이 휴식은 충분히 가치 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그들은 연구원이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서 기생충만 생각하는 기생충학자다. 그래도 이렇게 연구실을 벗어나면 나름대로의 일상이 존재한다.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기생충이란 익숙하고도 낯선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기생관계와 공생관계를 말한다. 인간은 결코 홀로 자생하며 삶의 구체성을 이룰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가장 적합한 상대를 찾아 서로의 숙주가 되기도 하고, 기생충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기생충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관계의 공생성을 역설한다.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으로 한국적 상황에 맞춰 각색한 이 연극은 인간과 함께 살아온 기생충을 소재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편집국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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