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과 ‘광부화가들(Pitmen Painters)’
[리뷰] 예술과 ‘광부화가들(Pitmen Pai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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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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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광부들의 날 선 수다, ‘예술’은 아무나 하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의 명작을 연극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연극 ‘광부화가들’이 지난 5월 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권해효, 문소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신작으로 지난 2007년 뉴캐슬 라이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네 번째다. 비유럽권 국가에서는 최초 공연이며 오는 10월 예정된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앞선 것이다.

 

연극 ‘광부화가들’은 평범한 광부들이 미술 수업을 통해 화가로 성공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 졌다. 강사로 초빙된 라이언(권해효)은 미술 작품 안에 담긴 ‘의미’만을 고집하는 광부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볼 것을 제안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광부들은 하나 둘 ‘예술’에 대한 나름의 가치를 발견한다. 그들끼리 토론도 하고 논쟁도 하면서 자신만의 정의를 찾게 되는데…. 이 작품은 예술이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누고 즐기는 것임을 강조한다.

 

- 예술은 무조건 ‘엘레강스’하고 ‘빤따~스틱’하게?

 

우리가 생각할 때 ‘예술’은 어렵고 머리 아픈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없고 타고난 감성의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것, 쉽지 않은 것, 지난한 일상과는 먼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 예쁘고 아름다운 것. 왜 우리는 ‘예술’이란 단어를 이토록 흠모하면서도 쉽게 닿을 수 없는 별처럼 생각하는 걸까? 연극 ‘광부화가들’은 평생 깊은 땅 밑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것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적어도 그런 줄로만 알았던, 영국 애싱턴의 광부들을 통해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들려주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두드린다. “광부를 그리는 화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어도 그림을 그리는 광부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상우 연출)”이 상식인 것처럼 누구도 광산 촌뜨기가 그림을 그릴 거라고, 또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무대와 스크린의 결합

 

이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묘미는 세 개의 스크린을 통해 투사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피카소 등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이 가미된 무대를 만나는 일이 쉬워졌다. 미술 강사인 라이언은 탄광 광부들에게 실제 그림을 보여주며 ‘르네상스’에 대해 설명하려 하지만 예술에 관심이 없는 광부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관객들에겐 깊숙이 파묻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는 절호의 찬스! 우리의 오감 중에서 시각적인 것만큼 즉자적인 것도 없다. 관객들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뿐만 아니라 광부화가들의 그림 역시 스크린을 통해 시원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괜히 앞 사람 머리 크기 운운하며 자리싸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 배우의 업을 타고난 사람들

 

언급했던 대로 안방극장의 명품조연 권해효와 영화배우 문소리의 동반출연으로 이 작품은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이미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권해효 외에도 연극 ‘B언소’, ‘지하철 1호선’의 김승욱, 2005 동아연극상 연기상에 빛나는 이대연, 최근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박상현 역으로 출연했던 윤제문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연극적인 연기보다는 리얼리즘에 가까운 이들의 연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자연스럽다. 그러나 배우 문소리의 무대 연기는 좀 더 두고 봐야 할듯하다. 스스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여인의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편집국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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