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를 풍자적으로 그리다, 연극 ‘대학살의 신’
[리뷰]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를 풍자적으로 그리다, 연극 ‘대학살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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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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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되는 블랙 코미디’

연극의 흥행은 관객을 작품에 얼마나 집중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관객들을 배꼽 빠지게 하거나, 아님 가슴 저린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그것도 아님 두 주먹을 불끈 쥐도록 분노하게 해야 한다. 여기, 대학로 관객들을 웃음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 떴다. 바로 연극 ‘대학살의 신’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아이가 공원에서 다른 아이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리고 맞은 아이는 이빨 두 개가 부러졌다. 이후, 이 일을 사과하러온 때린 아이의 부모와 맞은 아이의 부모가 모여 해결점을 모색하려다 논쟁을 거듭하고 결국 몸싸움까지 하게 된다.

때린 아이의 부모가 맞은 아이의 집에 점잖은 모습으로 방문했다. 그곳엔 고상한척, 우아한 척하는 부모가 그들을 맞이한다. 이 극에서 등장인물은 단 네 명. 한 쪽은 핸드폰을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 변호사 알렝과 자산관리사 아네트요, 다른 한쪽은 자수성가한 도매상 미셸과 다르푸르 분쟁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 베로니카다. 처음 이 두 부부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서로의 근황에 대해 물어보며 주위를 편안하게 만들려 유독 애를 쓴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건 아이들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가 중요할 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먼 산으로 흘러간다. 그러다 그 말다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비방하기에 이른다.

 

이때 베로니카는 ‘우리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잖아요’라고 소리치며 아이들의 싸움이 먼 훗날 다르푸르 대학살 같은 사태를 일으키지 않게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베로니카의 말에 다시 그들은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논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들의 논쟁을 한순간에 끊어 버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울려 된다. 바로 알렝의 휴대폰 벨소리. 그 벨소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징징된다. 이야기가 절정에 올랐을 때도, 삿대질을 하고 몸싸움을 하는 그때에도,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벨소리는 울려댄다. 그러나 그 벨소리에도 개의치 않는 단 한사람 알렝은 ‘정말 중요한 전화야’라며 눈치 없이 전화만 연신 받아댄다.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베로니카가 대접한 파이를 먹은 아네트가 속이 안 좋다며 구토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아네트는 속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먹는가 하면 몸을 빌빌 꼬아대며 체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알렝 옷은 물론, 집안을 구토 범벅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코를 막고 경악할 정도로 그녀는 건더기와 함께 사정없이 구토를 뿜어댔다. 아수라장이 된 집안을 정리하며 숨을 돌리는 사이 그들의 언쟁은 다시 시작됐다. 또 울리는 벨소리에 알렝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정신 줄을 놓는다. 그리고 아네트는 급기야 남편 알렝의 휴대폰을 물에 빠뜨리게 되고 결국 모두가 패닉상태에 이른다.

아이들의 싸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꼴을 보고 관객들은 우스워한다. 그러나 4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중산층의 사람들이다. 처음 서로간의 평화로운 대화를 약속했던 지식인들이란 말이다. 그들의 대화는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베로니카의 자료에 나오는 아프리카 사회와 그들이 믿는 ‘대학살의 신’만큼 우리들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예절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소소한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관객들은 어느덧 무대 위 두 부부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현대인과 사회의 가장 원천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5월 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편집국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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