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널뛰어도 '철밥통'…농수산물 도매법인 독과점 개선 추진
가격 널뛰어도 '철밥통'…농수산물 도매법인 독과점 개선 추진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4.04.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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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독과점 구조가 굳어진 농수산물 도매시장법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

농산물 가격 등락과 무관하게 20% 넘는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챙기는 도매시장법인 생태계에 경쟁 요소를 도입해 유통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도매법인) 지정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대부분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과 같은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유통된다. 유통 구조는 산지 조직→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직접 구매자로 정형화돼있다.

산지에서 농수산물을 생산한 농·어민들은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경매로 물건을 판매한다. 경매는 생산가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최고가를 제시한 중도매인 낙찰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매시장법인은 경매를 대신 진행해주는 대가로 생산자로부터 4∼7%의 수수료를 챙긴다.

중도매인은 경매에서 낙찰받은 물건을 대형마트나 도·소매시장에 공급하고, 소비자는 이렇게 유통된 과일을 구매한다.

이 같은 가격 결정 체계는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농민들이 도매 시장 상인들로부터 '가격 후려치기'나 '대금 떼먹기'를 당하는 등 피해가 빈발하자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경매를 통한 농산물 유통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경매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당국은 도매시장법인에 전권을 주고, 생산자는 도매시장법인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매 제도가 수십년간 이어지면서 소수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체제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농수산물 거래 시장인 가락시장을 예로 들면, 5개의 도매시장법인(중앙청과·서울청과·동화청과·한국청과·대아청과)이 전체 시장의 경매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24%, 2021년 22% 등으로 2%대인 도매·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을 크게 상회한다.

중앙도매시장에 두는 도매시장법인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과 협의해 지정한다. 이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범위에서 지정 유효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정 기간이 만료된 도매시장법인의 재지정 요건은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유효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구체적인 재지정 절차와 평가 기준이 없어 기존 업체들이 영업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이 때문에 가락시장의 5개 도매시장법인은 시장 개설 이후 단 한 차례도 교체되지 않았다. 2018년 이들 업체는 16년간 수수료 담합을 벌인 것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억원대 과징금을 받았지만, 여전히 가락시장을 장악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와 농식품부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소수 도매시장법인의 장기 독과점 구조가 형성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도매시장법인 재지정 절차를 법제화하고, 신규 법인 진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구조가 개선되고 경쟁이 활성화되면 수수료 인하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당국은 보고 있다. 최근 기록적인 가격 상승률을 보이는 사과와 배, 귤 등 과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이 고착한 도매시장법인 생태계에 경쟁 요소를 불어 넣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것이 제도 개선의 핵심"이라며 "업계와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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