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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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식
    김식
  • 승인 2023.06.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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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사랑하는 열혈 기자의 각오

새 자치단체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으나 그간의 시간은 하루가 반만 년 같다는 일각의 탄식을 자아내기에 안성맞춤perfect fit이다. 고유명사를 붙여 호명하기도 괴로운 바가 있어서 ‘새new’ 자치단체라 쓰고 보니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참담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 새로운 점이 있다면 대다수 시민들이 겪는 과거에 전무했던 허탈감이지 싶다. 이 자치단체의 무능(전혀새로울것없다)과 ‘의심쩍은’ 부패(‘드러난’ 당선자측근고용 답습)가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놀랍도록 노골적이고 뻔뻔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정신적/감정적 시련을 준다.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눈 뜨고 보기 힘든 행태들도 그런 시련의 일부지만, 어쩌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속초시민의 시련으로 되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깊다. 이제야말로 미적대는 개혁의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재촉할 시점이기에 고통의 체감 정도는 한층 배가된다.

돌이켜보면 민선7기 자치단체장 초기에는 일말의 실용주의는 있으려나하는 기대가 잠시나마 있었다. 또 선거결과에 대한 깊은 실망 속에서도 민선8기 자치단체장 초기에는 기존 자치단체에서 보고 배운 겉치레라도 빛나려니 하는 환상이 없지 않았다. 그와 같은 눈곱만큼의 오해나 환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이 자치단체의 또 다른 새로움이라면 하나의 발견이 되겠다. 첫 회 5분 만에 스토리가 다 드러난 홈드라마home drama처럼 과연 어떻게 되나 두고 보지 않고도 남은 임기가 어떠할지 뇌에 그려지고도 남을 일이다. 강원특별자치도라는 허구와 그것을 빌미로 이루어질 정치적 개입political intervention에 따라 예상되는 온갖 미증유unprecedented의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갈 것이 훤하니 울화와 분노만을 자극할 이 뻔한 막장드라마는 역시 조기 종영의 결말이 합당할 것이다. 요컨대 굳이 지지율을 언급하지 않고도 이 자치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총체적 판단은 진작 끝난 것에 다름 아니다. 판단이 끝났다고 해서 곧장 효력이 발동되지 않는다는 데 제도가 갖는 완고함이 있지만,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이 자유민주주의란 어떤 제도의 틀보다 강력하고 유연하기에 이 민의public opinion/민심public sentiment이 구현될 방도는 조만간 찾아지리라 믿는다. 아울러 역사적 질곡 historical quagmire을 타파하는 건 시민들의 책무다.

자치단체의 결탁-해악은 시민들이 소중히 발전시켜온 자유민주주의적 공동체의 가치들을 무너뜨리려 하는 데 멈추지 않고 그것들이 ‘귀중하다’는 감각 자체를 훼손하려는 데까지 범위를 넓힌다. 법 바깥에서 활개 치는 독재는 법치의 중요성을 도리어 깨우치게도 하지만 법을 범죄적으로 집행하는 유형의 독재는 시민들로 하여금 법치의 의미에 염증을 느끼게 한다. 개구리들의 호수에 독사를 푼 다음 애초에 놀이란 없다고 우기려는 자들의 행태가 더할 수 없이 투명하게 전시되는 지점은 다름 아닌 그들의 ‘말speech’이다. 그것에 편승하여 제시되는 언론 보도들은 시민들에 대한 일종의 ‘구조적’ 통치기제이다. 진실과 양립할 수 없는 권력임을 일러주는 이 사실에서 진정 섬뜩한 일면은 거짓의 압도적 유통을 통해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권력의 속내이다. 거짓임이 자명한 거짓말이라도 쉽게 비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분노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도 이처럼 거짓과 싸우는 일이 자유민주주의의 최전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거짓의 증폭장치를 자처함으로써, 또 때로는 ‘외람extravagance’될까 질문을 생략함으로써, 다수의 기성언론은 자치단체의 ‘부역자collaborator; quisling’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은 물론이고 종국에는 누구도 ‘언론의 자유’라는 표현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태와 조우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관광객 2천만 명의 시대’가 무자비한 양극화의 다른 이름임을 이미 경험하고도, 관광은 여전히 강한 아우라aura를 지닌 말이다. 게다가 경제부흥이란 그 어디에도 없다. 오롯한 환경파괴 뿐이다. 하지만 거짓말도 언론의 자유라는 태도 앞에서 시민들은 마침내 허울로서의 자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으며 진실의 추구가 자유민주주의의 더 기본적인 요소임을 날카롭게 깨우친다. 그나마 진행된 변화마저 되돌리려는 시도 덕분에 오직 대담한 개혁이야말로 흔들리지 않을 개혁임을 알게 되듯이,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흐리려는 기획은 거듭 의미를 갱신하는 자유민주주의만이 살아 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에피스테메episteme로 우리를 이끈다.

웹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이즈음 자주 보이는 특징으로 ‘회귀regression’라는 장치가 있다. 철저히 패배한 현재를 만회하기 위해 ‘지금 내가 아는 것what I know now’을 자산으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 성공적 삶을 설계하는 스토리이다. 이 회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개 패배의 처절함과 거기서 비롯되는 원한감정의 강렬함으로, 그 고도로 집중된 에너지가 하늘을 움직여 회귀의 귀회를 얻는 식이다. 이런 성공서사가 깊은 무력감의 다른 표현이며 우리 사회의 어떤 증상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히 그 반대이다.

사실 우리는 미래가 어떨지에 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외면이 가져올 결과, 남북관계의 파탄이 야기할 비극, 언젠가 닥쳐올 지역소멸, 그리고 그보다 가깝게는 이 자치단체의 지속불가능함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미 ‘회귀’한 사람들이며,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대한 확신으로 현재를 바꿀 수 있다. 다만 패배의 처절함과 원한의 강렬함에 버금가는 강도의 지향과 소망, 당장은 우리에게 그런 것들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무관심의 팽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오래 열렬히 싸웠기 때문인데, 이제 잠깐의 좌절을 딛고 서로를 위로/격려하며 이미 시작된 크고 작은 싸움들을 북돋을 시간이다.

필자가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여 오히려 마음을 단단히 여미는 이유는 다가올 선거를 위해 시민들이 이룰 책임의 엄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돌부리에 걸린 당혹감을 수습하고 다시 유권자의 역량을 발동하려는 속초시민들의 움직임에 열혈 기자avid journalist 한 사람이 언제나처럼 동행할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이 떠오른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가 할 말로 옳은 것인지 알 길 만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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