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꾼 남씨 "최문순 강원지사 시절 6700억 규모 망상지구 개발 사업권 따내"
인천 전세사기꾼 남씨 "최문순 강원지사 시절 6700억 규모 망상지구 개발 사업권 따내"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23.04.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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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지사, ‘건축왕’ 남씨 연루 동해경자청 사업자 선정 긴급 감사

[정성남 기자]인천 미추홀 2864가구의 2700억원대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으로 20~30대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건축왕' 남모씨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사기 행각에도 불구하고 남씨는 2년 전 한 시상식에서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에게 직접 상을 줬고, 민주당 소속 최문순 전 강원지사와 각종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도시개발 사업가 행세를 했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남씨는 최근의 직함만 해도 상진종합건설 대표,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 대표, 한글세계선교센터 총재 등에 달한다. 남씨는 인천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인천지검에 구속 기소됐다. 이에 앞서 2018년 강원도 동해 망상지구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작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먼저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인천에서 활동하던 그는 2017년부터는 돌연 동해이씨티라는 특수 목적 법인을 세우고 강원도 동해 망상 일대의 국제 관광도시 개발 사업자로 변신해 당시 최문순 강원지사와 각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인천 출신 민주당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희룡 국토건설부 장관도 20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이 사람(남씨)이 다른 지역(강원도)에 투자하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위 정치인들이 청탁과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민주당 유력 정치인의 연루 제보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21일 최 전 지사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망상1지구 조감도[사진=파니낸스투데이 DB]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망상1지구 조감도[사진=파니낸스투데이 DB]

남씨는 2017년 동해시 일대 땅 178만㎡(54만평)를 143억원에 낙찰받고, 이듬해 최문순 지사에게 사업비 6674억원 규모의 망상1지구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는 당시 최문순 지사가 동해시 망상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국제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남씨는 당시 제출한 사업 계획서의 자금 조달 방안으로 '임대 보증금과 임대료 수입'을 기재했다. 이 때문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사업 시점상 인천 전세 보증금이 망상지구 개발 사업에 쓰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남씨 측은 부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남씨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작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기소됐다. 남씨가 인천에 있는 자신의 상진종합건설을 직원 2521명, 자산 1조2000억원, 매출 4조5000억원의 건설사로 부풀려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에 덜미를 잡히기 전인 작년 5월 남씨는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총회에 한글세계선교센터 총재 직함으로 참석했다. 이 시기 그는 망상지구에 미국 뉴욕 명문 사립학교를 유치한다며 현지 학교장 및 최문순 지사 등과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남씨의 인천 빌라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남씨는 소셜미디어에서 "교육 사업가, 건축가, 도시 건설 준비 중"이라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산다"고 했다. 2013년에는 소셜미디어에 "요즘 집값 하락으로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빚내서 막차 탄 부동산 서민 투자자나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전부 생활고와 절망에 신음하고 있다"고 썼다.

서민층 전세 보증금 빼돌려 빌라 짓고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 받기 반복 행각

하지만 남씨의 실제 행태는 전혀 서민적이거나 서민을 위한 행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1년 인천 미추홀에 직원 5명 규모로 상진종합건설을 세우고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를 짓기 시작했다. 집을 처음 장만하려는 20~30대 서민층의 전세 보증금을 빼돌려 또다시 빌라를 짓고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 받기를 반복했다. 중개업자들과 공모해 "은행 대출은 있지만 보증금은 문제없다"며 세입자를 속였다. 전셋값이 떨어지자 다른 세입자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 보증금을 내주는 '돌려 막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결국 남씨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2021년 강원도 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망상지구에 빌라와 아파트 9000가구를 짓겠다는 남씨의 사업 계획과 관련해 "개발 사업자가 부동산 수익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아파트를 지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청라 신도시"라며 "남씨가 이를 인천에서 학습한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한편 강원도가 전세사기로 구속된 남아무개(62)씨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과정에 대해 긴급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21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간담회 열어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 감사위원회에 망상 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강원도는 당초 5월 초 정기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속칭 ‘전세 사기꾼’ 남씨의 망상 1지구 사업권 획득 과정에 대한 의혹이 커짐에 따라 감사에 조속히 착수하기로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가 어떻게 망상1지구 사업과 같은 큰 사업을 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원점에서부터 짚겠다”고 덧붙였다.

또 “김 지사는 망상1지구 사업 전반에 대해 도민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취임 직후 당시 청장에 대한 공직 감찰을 통해 직무 태만을 밝혀낸 데 이어 지난해 9월 해당 사업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며 동해이씨티(남씨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를 사업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실장은 “현재 동해이씨티 쪽이 토지 소유권 이전에 협조하지 않아 해당 토지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새로운 개발사업 시행자 선정은 공정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공모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2018년 11월 동해시 망상동 340만㎡에 민자 6674억원을 들여 국제복합관광도시를 조성하는 망상1지구사업 시행자로 동해이씨티를 선정했다.

동해이씨티는 최근 전세 사기 행각으로 구속된 남씨가 2017년 8월 아파트 건설업종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당시 망상동 일원 토지 175만㎡를 확보해 개발사업 시행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나머지 165만㎡를 매입하지 못했다.

한편 본지는 심영섭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청장과의 통화에서 동해시 망상 개발사업에 대한 강원도의 오늘 감사발표에 따라 동해 개발 사업이 중단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과 "남씨가 소유하고 있는 53만평의 부지가 경매 진행 중에 있고 사업자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개발 사업자가 경매 낙찰을 받아서 산업자원부의 사업자 교체 매뉴얼에 따라서 사업자 교체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낙찰을 받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53만평 부지를 갖고있는 남씨가 자격박탈 상태이므로 그 부지의 새로운 사업자를 우리가 교체할 수 있는 상태가 되므로 누가 낙찰을 받더라도 공모절차는 공개입찰로 해서 가장 공정하게 사업자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렇게 해서 선정된 사업자가 건실한 사업자라면 우선적으로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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