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왕국' 사우디, 대미관계 최악…"바이든 방문도 안 먹힐 것"
'친미왕국' 사우디, 대미관계 최악…"바이든 방문도 안 먹힐 것"
  • 이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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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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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대표적인 친미국가로 꼽혔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한 과정을 소개했다.

문제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사우디 왕실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다.

지난해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못 본 척하고 무함마드 왕세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했지만, 실질적인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와는 접촉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대화상대 역할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맡겼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직책 중 국방장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정상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예우하는 상황이다.

WSJ은 사우디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3년간 갈등을 빚었던 카타르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일부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범 석방 등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가 이어지자 사우디도 인내심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우디는 미국이 예멘의 반군 후티를 테러단체 지정에서 해제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품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에 나선 것도 사우디의 신경을 건드린 사안이었다.

이와 함께 사우디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동생 할리드 왕자가 지난해 7월 워싱턴DC 방문 때 홀대를 당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할리드 왕자는 오스틴 국방장관 및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사우디의 방공시스템 개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가 요청한 면담 시간을 내주는데 난색을 표명했다.
결국 할리드 왕자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찬 일정을 취소했고, 당초 계획됐던 일정까지 단축해 귀국했다.

이후 사우디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사우디는 일정상의 문제를 들어 오스틴 국방장관의 자국 방문을 취소했다. 대신 사우디는 러시아 정치인의 방문을 허용했다.

사우디는 지난 2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OPEC 플러스의 석유 생산을 늘려달라는 미국의 요청도 거절했다.'

사태의 심각성에 바이든 행정부도 행동에 나섰지만, 아직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몇 달 전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 통화만 하면 해결됐을 사안이지만,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도 충분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예전처럼 사우디의 협력을 기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백악관도 사우디에 석유 증산을 해달라는 요청을 중단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사우디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방해가 되는 행동만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요청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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