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 '文로남불 폭망'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새 대통령에 바란다… '文로남불 폭망'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2.03.1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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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나도 모르게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던 경험이 있었다. 마주오던 대형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한 자동차가 구겨지다시피 반파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운전자는 멀쩡한 상태로 걸어 나오던 영상이었다. 사람들은 그 밑에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댓글을 달며 마냥 신기해했다.

말하자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런 인물에 속한다. 거대한 권력과 몇 번이나 충돌하고 반파되어 살아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사고현장에서 그때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심지어 더 강력한 힘을 갖고 걸어나온 기적의 사나이 말이다. 윤 당선자가 검사로서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충돌의 역사였다. 2013년에는 국정원 댓글수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하다 박근혜 정권과 정면충돌했다. 징계를 받고 좌천됐지만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남기며 오히려 ‘전국구 검사’로 발돋움했다.

윤 당선인은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전 정권에 대한 앞뒤 가리지 않은 저돌적인 수사로 공을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2019년에는 문재인 정권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전격 기용되기까지 전임 문무일 총장에서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를 건너 뛴 파격의 파격을 거듭하는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의 충돌 본능은 조국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발현됐다. 두 차례에 걸쳐 수사권을 발동하며 거칠게 밀어붙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사사건건 정면충돌했다. 사상 초유로 검찰총장 직무배제, 그리고 징계청구까지 이어졌다. 정직2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에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넣으며 또다시 충돌,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검찰수사권을 지키겠다며 끝까지 버티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은 옷을 벗었지만 국민의힘 입당과 야당 대선후보로의 부상, 마침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그의 충돌 본능은 윤석열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낸 핵심 요소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윤 당선자를 바라보는 심정이 매우 복잡하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비극의 현대사 과정에 있었던 윤 당선자의 부조리한 역할이나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사 이면의 그늘진 모습은 윤석렬 정권 앞날이 결코 화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염려도 하게 한다.

막비천운(莫非天運)이라는 옛말이 있다. 태조 이성계가 역성혁명에 성공해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을 때 그는 계비 강씨 소생 방석을 더 아끼는 마음에 개국공신인 다섯 째 방원을 제치고 왕위를 물려주려 했다. 이를 알게 된 방원이 피비린내 나는 왕자의 난을 일으켜 끝내 왕위에 오르자 크게 분노한 태조(태상왕)는 함흥으로 낙향해 버렸다. 태종(방원)은 태상왕의 노여움을 풀고자 태상왕의 친구 박순(朴淳) 등을 함흥으로 보냈으나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태조는 무학대사의 조언을 듣고 결국은 환궁을 결심하게 된다.

윤석열 당선인, 운과 시대정신을 뛰어넘는 역량 선보여야

한양으로의 환도식 자리. 태종은 하륜의 조언으로 미리 나무기둥을 중간에 세워두었는데 아들의 모습을 본 태조가 분노하여 활을 쏜 것이 그만 그 기둥에 박혔다고 한다. 이걸 본 태조가 ‘천운은 어쩔 수가 없구나(莫非天運 막비천운)’하며 탄식했다고 한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천운이란 어찌됐든 다수의 민심이 모여 득한 천심일 게다. 정치윤리나 도덕적 관점을 떠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탄생에는 우리의 생각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다만 이제는 윤 당선인을 만들고 성장시킨 충돌 본능은 더 이상 기능이 발휘될 수 없다. 또 발휘돼서도 안 된다. 진부한 얘기이겠으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무엇보다 통합과 조화의 리더십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년 내내 편을 갈라 싸우게 만든 문재인 대통령의 분열의 리더십, 내로남불 리더십 탓에 대한민국은 지금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선악 이분법 시각의 틀 안에 갇혀 스무번 이상 뜯어고친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고, ‘탈원전은 선’이라는 이상한 이상론을 들고 와 현실과 무관하게 억지 이식하다 막대한 손실과 폐해를 낳은 에너지산업 정책의 후유증은 언제, 어떻게 다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노동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 귀족노조세력과 사회 곳곳에 쳐놓은 거대한 인적 그물망과 끈끈한 장악력으로 주류로 군림한 민주팔이 기득권 586세대의 집요한 후대 약탈 문제도 심각하다.

공허한 평화논리로 대국민 기만술에만 그쳐있는 대북정책, 한치 앞도 못 보는 유치한 국내용 쇼맨십으로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은 문재인식 외교의 한계도 윤 당선인은 극복해야 한다.

미디어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에서도 보여줬듯 매번 반복되는 언론과 방송의 선거개입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문재인 정권이 했듯 ‘강규형(전 KBS이사) 뽑아내기’식 적폐청산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공영방송 등 언론이 저지른 패악질은 민심의 요구를 받들어 개혁의 장을 마련하는 데까지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차기 윤 정부의 성공여부를 가를 요소가 여럿이겠지만 개 중 언론미디어 정책은 지금까지의 좌우 불균형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으며 공정하고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것이다.

문 정부 방통위가 하듯 우리편 언론(TBS 등)은 노골적으로 봐주고 너희편 언론(TV조선 등)은 궁지로 몰아가는 정책을 쓴다면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일일이 지적하긴 어렵지만 매사 ‘견제와 균형’을 모토로 진심을 다한다면 국회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한 불리한 정치지형에서도 윤 당선인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순항하리라 믿는다.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역량·시대정신·운명 이 세 가지로 파악했다. 시대정신과 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윤 당선인에게 남은 것은 역량이다. 20세기 최고 골퍼로 알려진 바비 존스는 운에 관한 명언을 남겼다. “긴 눈으로 보면 결국 운이란 평등하고 공평한 것이다.” 윤 당선인이 명심해야 할 꽤나 서늘하고 의미심장한 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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