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활동 복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업제한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주된 법적 근거는 '임원 등기' 유무다.
법무부는 20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취업제한 관련 소송 1심 판결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 취업 판단 기준은 "법령상 영향력·집행력 행사 여부"
박 회장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판결을 확정받고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특경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법무부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듬해 '금호석유화학이 취업제한 기업체이므로 승인신청을 하지 않으면 형사조치가 진행된다'고 통지한 뒤 박 회장의 취업승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박 회장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2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취업제한은 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 행위자에게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집행력을 행사·향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판시했다.'
◇ 법무부 "이재용은 영향력·집행력 제한된 미등기임원"
법무부는 박 회장 판결에서 언급된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집행력'을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등기이사'의 영향력·집행력으로 해석했다.
상법과 대법원 판례상 등기임원은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된 이사·감사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형식적·명목적으로 직함을 부여받은 경우에 해당해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 근거해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의 경우 회사 경영에 영향력·집행력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있어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박 장관은 19일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며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결론적으로는 제가 제한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O), 엑스(X)로 답을 할 순 없다"며 추가적인 해석의 여지는 남겨 놓았다.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취업제한 논란이 있었지만 무보수 미등기 임원이라는 이유로 회장직을 유지한 사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비위 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판단할 때 무보수에 방점을 찍은 사례도 법무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장관과 법무부의 판단은 가석방되자마자 경영 행보에 나선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을 위반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민단체들과 입장과 상반돼 반발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가서 사장들로부터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재수감돼 복역하다 광복절 가석방으로 지난 13일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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