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작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확실성 확대로 현금 차입은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11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8% 증가한 35조9천억원, 투자는 11.7% 는 49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선전에는 반도체 실적개선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하면 나머지 98개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 감소했다. 투자는 소폭(3.3%) 줄었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 반등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한경연은 주요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과 차입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주목했다.
100대 기업의 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3조3천억원 증가했고, 재무 활동 현금흐름과 현금성 자산도 각각 11조8천억원, 19조5천억원 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해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재무 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순유출(-4조3천억원)에서 올해 순유입(3조9천억원)으로 전환됐다.
재무 활동 현금흐름 증가 폭(8조2천억원)은 영업활동 현금흐름(5조9천억원)을 상회했는데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의 차입의존도가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투자·고용 → 생산 → 이윤'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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