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글자가 가장 많이 새겨져 있는 바위는 과연 어디일까?
1)설악산 비선대 2)금강산 3)거창 수승대
답은 3번으로 놀라지 마시라.
전체로 보자면 금강산이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 1925년 금강산에 이름 새기는 모습). 수학여행이건 등산이건 국가대표인 설악산 비선대도 사실은 만만치는 않다.
대청봉 갈길 바쁜 등산객들도 암반에 새겨진 수많은 명호(名號)들에 눈길을 주게 된다.
그러나 거창군 수승대의 거북바위에 비하면 이건 약과다.
사진파일이 작아도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원래 대형 파일로 보면 도대체 남아 있는 공간이 한군데도 없다. 더이상 망치질을 할래야 할 수 없다.
이 바위 생김새가 거북이상이라 기복적으로도 의미있겠다만, 결정적인 계기는 퇴계 이황 때문이다. 이곳을 찾지도 않았지만 수송대라는 이름을 수승대로 바꾼 인물이기 때문이다. 퇴계 이황이 청량산을 찬하면서 전국에서 선비들이 몰려들어 청량산 유산기의 수가 엄청났듯이, 이곳 역시 수많은 문인들이 찾아 경치와 함께 퇴계의 문향을 되새길 기회로 삼았다.
잠간, 여기서 놀라시면 안되시아요. 뒷면은 더하다.
반대쪽은 더 빽빽하다. 수승대에 온 후학들이 단지 늦게 태어난 죄로 이름을 새기려다 절망하거나 분개해 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수승14경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변의 잘생긴 바위마다 이름과 시문을 새겼다.
그렇다면 이 바위에 새겨진 각자(刻字)는 총 얼마나 될까?
"명승 수승대"(오필제, 거창문화원, 2010)에 관련 내용이 자세히 들어있다. 시문은 모두 27수(18명)이고, 댓바위 벼랑에 새긴 개인의 이름은 모두 25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보아도 1000자는 넘게 된다. 지역의 학동이라면 물을 묻힌 붓으로 너른 암반에 쓰면서 천자문을 떼어도 되었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 선배 유림들의 성명과 생애를 되새기며 문파의 결속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서당의 훈장이라면 으당 그러했을 터이지만, 글쎄다.
오필제는 단순히 시문을 번역한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누구인지 소상히 밝혀냈다. 심지어 27수의 시문이 바위에 새겨진 순서까지 추리하여 분석해 내고 있을 정도이다. 서문에 '향토사의 큰 웅덩이를 채우는 작은 물방울(微滴)이라도 될까?'라고 겸손을 표하고 있는데, 향토사를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귀감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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