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2)카카오 카풀서비스가 주는 시사점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2)카카오 카풀서비스가 주는 시사점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1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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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옛날에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말들이 자랑거리인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나이들어보일까봐, 소위말하는 '아재'로 보일까봐, 오히려 잘 모르는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게 보일까 걱정스럽지만, 오늘은 조금 용기를 내서 해보려고한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장이나 은행, 시청에 볼일이 있어 외출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주로 걸어가거나 버스를 이용했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어머니와 함께 길가에 서서 기다리다가 택시도 아니고 버스도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 집에 가는 일이 많았다. 짐이 많거나, 아이들과 함께 있는, 발을 동동구르며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선의로 태워주는, 그때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버스정류장에(그때는 택시승강장도 따로 없었다) 서있으면 승용차가 앞에 서서 수동식 창문을 열심히 내리고는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타고가는 내내 ‘비가 와서 고생이셨겠다, 아이들 감기 안걸리게 조심하셔야겠다’, 이런 말도 주고 받았다. 집앞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까지 태워주고 내려주는 일이 그 때는 고마우면서도 참 흔했다. 그리고 혼자서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지금, 도로에 서있으면 옛날과 같은 일들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 생면부지인 사람의 차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시대가 다시 시작되었다. 조금 다른 점은, 예전에는 운전자의 일방적인 선의만으로 가능했다면, 지금은 양쪽 모두(운전자와 탑승자)의 이익을 위해서 공유하기 때문에 좀 더 합리적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방법면에서도 굉장히 간단해졌다.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차(택시를 포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옛날과 달리, 이제는 언제 탈지, 어디서 탈지도 내가 정할 수 있다. 기술의 혁신이 정보와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우버와 그랩, 디디추싱이나 리프트와 같은 승차공유 앱들이 생겨나고 있다. 각 회사마다 모토나 서비스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선택해서 평균 요금을 확인하고 콜버튼을 누르면 사용자의 현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그 즉시 응할 수 있는 운전자(직업 운전자가 아닌 사람들을 포함해서)를 찾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사용자들의 의식변화를 빠르게 캐치한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현행법상의 규제로 인해 연구나 진행이 쉽지 않다.

 

<현행법>

한국법에서는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2018년 8월 14일 현재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영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자가용자동차"라)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 포함)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때에는 처벌 대상이다(같은 법 제90조 제8호).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단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시·군·구의 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이 경우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은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3조에 규정되어 있다. 게다가 이 이슈와 관련해서 최근 택시업계 파업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마치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이 생겨난 시절같이 느껴진다. 당시 노동자들은 매우 필사적이었다.

“기계들이 우리 노동자들의 일을 대신해버린다. 기계가 많아질수록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생존은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러니 저 기계들을 부숴버리자! 그래야만 우리 노동자들이 잘살 수 있다.”

러다이트(Luddite)운동(기계파괴운동)을 주도했던 전설적인 인물 영국의 네드 러드가 운집한 노동자들을 향해 외쳤던 말이다. 이 운동은 19세기 초 영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등장한 방적기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수공업 노동자들 중심으로 기계를 부수고 공장 소유주 집에 불을 지르는 등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3112247781 )

하지만 기계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왜곡된 의견일 수 있다. 기계와 기술은 결국 인간을 위해 발명되어왔고 인간이 가장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낼 것이고 지금까지 불편했던 점을 보완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결국은 인간은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낼 것이다.

다시 모빌리티 공유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지금까지 택시와 택시기사, 택시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편리함을 충분히 누렸다. 이제 사용자들은 달라졌고 또다른 편리함을 상상하고 더욱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그저 타기만 해도 좋고 감사해서 합승이라도 상관없던 시절을 지나고, 출퇴근길에 ‘지인의 지인’을 통해 계획된 카풀을 하는 직장인들의 시절도 조금씩 지나고 있다.

사용자는 저렴한 것만 원하는 것도 아니고 쉬운 것만 원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상황에 맞는 넓은 선택권을 원한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원한다. 새로운 기술들은 아마도 그런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서 생겨날 것이다. 현존하는 교통수단 중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형태, 그것에 가장 가까운 것은 택시였다. 카풀은 ‘운전자와 사용자 모두의 필요’에 맞게 조정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이동수단이다. 택시업계는 왜 사용자들이 택시 외의 다른 선택권을 원하는지 알아야한다. 현재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 불만족하는지, 궁극적으로 어떠한 서비스를 원하는지 이해하고 개선해나간다면, 택시라는 교통수단도 시대에 맞게 진화한 형태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시스템통합(공학박사)
콜롬비아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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