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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걸개로 적합한 인물의 절대적 조건은 축구를 좋아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게르트
 2013-07-31 08:44:10  |   조회: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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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안중근...항일투쟁에 걸맞는 인물들이죠. 이순신은 구국의 영웅이고 안중근은 구국은 하지 못했어도 일제침략주의의 핵심을 저격한 민족혼의 상징이니까요. 안중근과 이토히로부미의 관계는 참 묘한 부분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안중근은 이토를 저격함으로써 민족사에서 '의사'(의로운 선비)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한일전 서포팅 퍼포먼스 걸개인물로 선정한 것에는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붉은악마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붉은악마는 축구를 애호하는 집단, 축구팬이라는 겁니다. 그들은 국사동호회도 아니고 반일행동집단도 아닙니다. 축구로서 일본의 침략주의에 항의하고자 한다면, 걸개로 걸 인물은 축구를 제몸처럼 사랑하면서 축구로써 항일한 인물을 걸개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온당하다고 봅니다.

어떤 이들은 축구가 민중의 스포츠이므로 좌파 좌익계열일수록 걸개인물로 어울린다는, 이데올로기적 잣대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축구가 민중의 스포츠로 출발한 건 맞지만, 오늘날 축구는 자본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축구가 발전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축구문화 상징의 크라이테리아를 꼭 좌파적 인물로 설정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그건 스스로 발목을 채우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민중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의 축구문화를 보면 축구는 민족의 스포츠, 자본의 스포츠, 심지어 진짜 빨갱이들의 스포츠인 동시에 극우파쇼들의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축구에 정치적인 입김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정치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편승하여 흥행의 요소로 탈바꿈시켜버리는 게 축구입니다. 정치가 축구를 악용하는 게 아니라, 축구가 정치를 노리개로 삼고 있죠.

이런 걸 두고 순결하지 않다고 하면 그건 축구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피를 나눈 친족들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원수지간이 되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라도 축구 한 판 하고나면 어깨동무하고 맥주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는 것이 축구입니다. 한일간의 축구를 매개로 한 대결도 축구의 이런 본질로 인해 진짜 살육의 전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가 우위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대하느냐 이런 건 문제가 되겠죠. 

지금 일본사회의 급격한 우경화와 과거 군국주의시대를 그리워하는 일본 정치집단의 대두에 따라 일본인 입장에서 보는 한일관계는 1920~30년대의 그 상황을 방불케하는 점이 있고, 범위를 축구로 좁히면 일본축구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축구를 따돌리고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축구로 발돋움하고 있기에 일부 패배주의적인 이들이 일본인들의 기고만장에 못난 자학으로 빠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원래 한국축구는 약하게 보일 때 강하다는 역설을 품고있는, 강인한 야생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일본의 발전은 늘 우리의 분발을 촉구하였습니다. 지금은 꾹 참고 우리것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겠죠. 얘기가 좀 샜는데, 축구경기장에서 우리가 한국축구문화의 상징적 인물로서 걸개그림에 걸맞는 인물을 찾는다면 김용식만한 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용식(1910.7.25~1985.3.8)이 어떤 사람인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생략합니다. 그는 탁월한 축구선수였을뿐더러 강렬한 민족주의자였고 그랬기에 독립운동에도 뛰어든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지금 축구선수였다면 족히 월드스타로 대접을 받았을 것이지만, 그는 돈을 보고 운동을 한 인물이 아니고 오직 축구 자체가 좋아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축구공을 갖고 기술을 연마한 분입니다. 골수 of the 골수 축구인인 셈이죠.

축구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진 체게바라가 1928년 생이니 김용식 선생보다 한참 후배로군요. 서포터석에 축구에는 좀 생뚱맞은 인물을 걸어놓기보다는,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운데 축구문화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인물을 걸어 자, 우리는 이런 사람을 영웅으로 삼는다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이순신과 안창호 걸개그림의 제작비가 궁금하군요. 천값만 해도 상당히 들었을 텐데 다음 한일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축구팬은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s 어떤 전북팬이 체게바라가 어색하면 전봉준 녹두장군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데, 내가 전북팬이라면 전봉준보다 채금석을 걸겠습니다. 채금석은 김용식과 동년배로 절친한 친구였고 전북에 축구의 씨를 뿌린 선구자입니다. 이 분 또한 민족의식이 강렬한 분이었습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 중에는 유난히 축구에 환장한 이들이 많습니다. 가히 좌우를 망라하죠. 

2013-07-31 08: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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