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게시판
이번 축구장 걸개 관련해서는 붉은악마가 잘못한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ilsoccer
 2013-07-30 11:55:36  |   조회: 1068
첨부파일 : -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건 내셔널리즘 문제에서 입각할 문제가 아니라 'FIFA 룰'을 지키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축구장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걸면 그게 문제가 되는거죠. FIFA에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경기장 내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걸 놔두면 징계를 받게 되고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입니다. 그게 옳은 말이냐 그른 말이냐 맞는 말이냐 틀린 말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예를 듭시다. 어떤 선수가 '중국은 티벳에서 물러가고 학살을 금지해라' 라는 문구를 셔츠 속에 써놓고 있다가 골세리머니를 하게 되면 징계받습니다. 티벳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팔레스타인 선수가 경기에서 이긴 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얘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징계받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위치와 입장에 따라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모두 다 하지 말라고 한 겁니다. 

 

온 아시아가 일본 전범기에 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일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단순한 해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고, 어느 신문사 로고로밖에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여기에 정치적 의미가 부여된 이상 이걸 못 들게 하는 겁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란 말이 정치적 의미가 없다구요? 누가 봐도 일본한테 하는 얘기인 거 뻔히 아는데 눈가리고 아웅하는겁니까? 무슨 '주어가 없다' 논리도 아니고 말이죠. 한번 프랑스에 가서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흔들면서 '이건 고대 게르만 문화에서 청동기시절부터 널리 쓰이던 문양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적 의미도 없다' 라고 설명해 보시죠? 그게 먹혀드나?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정치적 문구는 그게 맞는 말이건 아니건 하지 않는게 맞습니다. 박종우가 왜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맞는 종이를 들고 돌아다녔는데 몇달동안 쓰잘데기없는 개고생을 했어야 했나요? 그게 맞는 말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게 정치적인 문구'기 때문에 문제가 된겁니다. 온 나라가 뒤집어져서 마음고생 몇달동안 한게 바로 몇년도 아닌 지난해 있던 일인데 학습능력들이 없는건가요?

 

정치적 문구는 정치적 자리에서 하는게 맞습니다. 그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할 일이고, 우리나라 정부가 할 일이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먼저 할 일입니다. 뭐 우리나라 정부가 안하니까 나라도 대신 해야겠다라는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게 꼭 축구장일 이유는 없고 - 게다가 규정으로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 그 정치적 문구를 걸어놓는게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담보로 해야 할 만한 것도 더구나 아닙니다. 그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불법은 저지르지 말라는 얘기냐? 그럼 사람 죽이면 안되니까 안중근 의사도 죄인이냐?'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거야말로 일제시대때 일제의 논리 바로 그대로라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 우리 안중근 의사께선 명확하게 이렇게 밝히셨습니다. "우리 독립투사들은 임시정부 김구 선생의 지도 아래 일본에 독립전쟁을 선포한 상태로 전쟁행위를 한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독립군의 일원으로서 일본 군 통수권자를 사살한 것이다. 나는 일본 형사재판이 아닌 군사재판을 받아야 하며 군 포로로 대우받아야 한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이 주장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재판을 공개재판에서 비밀재판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죠. 그 질문은 질문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자, 다시 경기장 걸개 얘기로 돌아가서, 어떤 사람들은 '왜 일본 전범기는 경기장에서 나부끼는데 우리만 못달게 하냐?'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의 선후관계가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그 걸개를 달게 되면 일본 전범기가 일본측 관중석에서 휘날려도 뭐라 할 명분이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경기장 내에서 사전에 전범기 반입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 깃발이 나오고 몇분만에 그 깃발은 철거되었다고 기사에 나와 있더군요. 이건 일을 미숙하게 처리한 것이지 방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전범기가 경기장에서 나부꼈기 때문에 나도 하겠다?' 옳은 의사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걸개를 다느냐 안다느냐보다 그걸 못달게 했다고 서포터즈 응원 자체를 보이콧해버린겁니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니 응원하지 않겠다? 선수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대전제이자 근본원칙으로 모인 사람들이 선수들에 대한 서포팅을 볼모로 잡겠다? 뭔가 앞뒤가 아주 안맞는 행동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겠다라는 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죠. 붉은악마는 정치집단이 아닙니다. 서포터즈입니다. 우리 대표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는 사람들입니다. 근데 우리 붉은악마가 응원하는걸 거부했습니다. 그럼 그 피해는 누가 봤을까요? 협회? 아닙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붉은악마는 경기장에서 서포팅을 보이콧함으로서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후반전 내내 일본의 수천명의 응원단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광경을 보며 우리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얼라? 게다가 경기가 지기까지 했네요. 그럼 붉은악마들은 '거봐라. 우리가 응원 안하니까 졌지? 앞으로 우리 말에 거역하면 뜨거운 꼴 볼 줄 알아' 라고 생각할껍니까? 이제 승리를 담보로 뭘 얻겠다는 심산입니까?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붉은악마측에서 잘못했다라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걸 - 심지어 우리 파투 게시판 위에 얼굴이 올라가 있는 김현회씨도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썼네요 - 단순히 언론의 축구죽이기라고 생각해버리고 말께 아니라 뭐가 잘 되었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한 내셔널리즘과 기분파에 얽매여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먼저 흥분하면 지는 겁니다.

 

2013-07-30 11:55:3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