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Fanz의
텐프로) 53
 [soul]Fanz
 2008-12-10 00:04:40  |   조회: 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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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언젠가부터 호프집에서 일하는 서버들의 치마가 짧아 졌고 후터스(Hooters)라는 미국 레스토랑 체인이 압구정에 오픈을 하게 됐다.

짧은 반바지와 치마, 몸에 딱 달라붙는 셔츠를 입은 젊고 아름다운 서버들이 있는 후터스는 압구정점 오픈 당시 이슈거리가 되어 언론매체를 떠들썩 하게 했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섹시바, 비키니바 라고 불리 우는 곳들이 성업을 하고 있었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섹시바에서 비키니걸로 일하는 미경이는 우리와 함께 술을 많이 마셨다.

선배들도 두명의 바텐더에게 술을 아낌없이 따라주었고 이들은 선배들이 스트레이트 잔에 술을 따라주는 족족 술을 받아 마셨다.

물론 미경이는 쥐잡기 게임에서 벌주로 양맥(양주+맥주)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키는 등 취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 였다.

그날 새벽 미경이는 찜찔방에서 술기운을 없애고 아침에 집에 들어갔다고 했다.

미경이는 부모님 모르게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집에선 프로모션 업체에서 일을 하고 일이 매일 있는게 아니 여서 일이 없는 날에 아는 언니네 놀러간다거나 친구네 놀러가서 자고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다큰 성인이 된 딸애가 걱정되기도 했겠지만 미경이도 부모님에게 잘 말씀을 드렸기에 그렇게 외박 아닌 외박도 가능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 했다.

아니면 본래 가풍이 좀 개방적이거나 말이다.

이렇게 밤에 일을 하는 여자들은 혼자 살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거짓된 말과 행동의 연속 일수밖에 없었다.

시우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은희도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밤에 출근 할 적마다 거짓말을 하고 나온다.

미경이와 난 통화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 문자를 주고 받았다.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걸 알면서도 그녀는 계속 연락을 해왔다.

그게 우리가 술을 사겠노라고 약속을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나도 미경이에게서 연락이 오는게 싫지 않았다. 그래서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내가 먼저 미경이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 자고 있어? 오늘 어디 행사 가? ’


뭐 이런식으로 미경이에게 문자를 보내면 그녀는 문자를 보고 답장을 하거나 전화를 했다.

하루는 미경이는 오픈행사 도우미로 일을 하러 갔었는데 내게는 어디로 어떤 행사 였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난 그냥 농담으로 어디 정육점 같은데 오픈행사 갔냐고 말을 건 냈지만, 미경이는 그게 좀 창피한 모양 이였다.

우리 일행이 섹시바에서 쥐잡기 게임을 해서 걸린 미경이에게 진실게임으로 최근에 남자와 잠자리 한적이 언제였냐는 질문에도 답을 회피하며 연거푸 폭탄주를 마신 그녀였다.

행사가 있어서 일을 하러 나갔지만, 절대 어떤 곳으로 갔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그저 다리가 아프다는 둥 춥다는 둥의 말밖에 내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경이와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때만 연락을 하고 있었다. 절대 퇴근후 집에서는 문자가 와도 답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답장을 꼬박 꼬박 해주지 않은면들이 미경이가 나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는데 일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오후.

오늘이 바로 비키니걸들에게 술을 사기로 한 날이다.

쥐잡기게임에서 타이틀이 술 쏘기였는데 선배가 일부러 져줘서 우리가 약속을 지켜야 하는 날이 온 거다.

섹시바에서 일하는 비키니걸과의 만남이 아닌, 서로가 퇴근을 하고 난뒤 평범한 애푸터의 만남 이였다.

정말 순수한 술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순수한 술자리를 마련 한거였다.

이미 벌써 선배 둘은 집에 어여쁜 형수님도 있고, 토끼 같은 아이들도 있는 유부남들이였다.

이런 선배들이 흑심을 품고 있을리 만무했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선배들도 그렇게 여자를 만나고 싶어서, 세컨드를 만들고 싶어서 미경이와의 애푸터를 만든 것도 아니 였으리라 생각 했다.

오늘 보는거 확실하냐는 그녀의 문자가 왔다.


“ 이따가 연락줄게 ” 답문을 보냈다.


선배에게 물어보니 두 분 모두 오늘 급한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했다.

선배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캔커피를 한잔 했다.

이렇게 밖이라도 나와서 시원한 공기라도 마시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 시간 안 되면 그냥 다음에 보는거로 해요~ 제가 연락할께요~ ”

“ 그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난감하다 지훈아.. 우선 형님한테 말해 볼게~ 조금 기다려봐~ 그 애랑 아직 연락 안했지? ”

“ 연락 왔어요~ 오늘 보는거 확실하냐고.. 벼르고 있는거 같은데 하하~ 맛있는거 사달라고~ 그러기에 왜 게임을 져준거예요~ ”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형님 말로는 그날 술 취하셨다는데.. 암튼 이따 메신저로 말해줄테니 로그인 하고 있어봐~ ”


결국엔 선배 둘은 오늘 시간이 안 된다며 약속 미루지 말고 나라도 가서 약속을 지키라며 나를 부추겼다.

우리가 먼저 제안을 했고 술을 사기로 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말. 거기에 대해서는 공감 했다.

하지만 선배들은 빠지고 나만 가라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건지 아니면 정말 바쁜 일이 있는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 형님이랑 나랑 보탰다 ” 선배가 말했다.


술 값이였다.

10만원씩. 20만원을 내게 줬다.

이건 뭐 나 혼자 어쩌라는 건지...

암튼 단골인 그 섹시바에서 일하는 아가씨들과의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는 것 이였다.

오늘 참석 못해서 정말 미안했는지 그 아가씨들에게 맛있는거 사주라며 술값까지 줬다.


“ 어 시우야~ 오늘도 급하게 술 약속이 생겼네.. ”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출근 하는 모양 이였다.


“ 아 그래? ”

“ 어. 화사동료가 오늘 술 한잔 하자고 계속 그러자나.. 뭔 일 있는거 같아서....... ”

“ 그래 그럼 이야기 잘 들어 주고.. ”

“ 응 알았어.. ”

“ 나도 오빠 오늘 일찍 들어오면.. 나도 일찍 퇴근 하려고 했지... ”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 아 그런거야~? ” 난 웃으며 이야기 했다.

“ 아냐 됐어. 은희한테 전화 들어온다. 이따 연락할게 ”

“ 그래 알았어~ 출근 잘하고.. ”


가슴 한구석이 찜찜했다.




오후 7시 30분.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사무실에서 시간을 좀 더 죽이기로 했다.

미경이는 지금 바에 출근을 했다고 한다.


“ 심심해~ 빨리 마쳐라 핑계 좀 대고.. ” 미경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최대한 9시에 나가보겠노라는 답장이 왔다.

형님들이 다 빠져버리자 그전에 같이 어울렸던 그 어린 여자애도 안 나가겠노라고 했다고 한다. 하기사 새벽 1시에 끝난 다는데.... 내심 잘됐다고 생각 했다.

미경이는 이날 11시에 퇴근 이였는데, 선배들도 안 나온다고 하고, 같이 일하는 동생도 빠져버리고 혼자 기다리고 있으니 일찍 마치겠다고 했다.

뭐 어쩔수 없이 그럼 다음에 보자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미경이가 적극적으로 나와서 놀랬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에서 하는 일 없이 금요일 밤을 인터넷과 함께 짝짝꿍을 하고 있었다.

그리곤 멍하니 멍 때리다가 창밖을 바라봤다.

꽉막힌 도로며 무슨 자동차는 저렇게도 많은지.. 그리고 강남의 밤을 밝히는 화려한 네온싸인들을 바라봤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냥 멍 했다.

시우가 출근은 잘해서 일할 준비를 하는지 머리를 하고 있는지, 화장을 고치고 있는지 홀복을 갈아입고 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 금요일 밤.

책도 눈에 안들어 오고 업무도 더 이상 하기 싫었다.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 만은 사무실과 와이셔츠, 정장, 넥타이, 구두 그리고 딱딱한 서류가방은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난 신사동 집에 갈수가 없었다.

그리곤 머리를 굴렸다.

시우는 분명 오늘 술 마신다고 그럼 그냥 회사 마치고 바로 마시는 거로 알고 있겠지...

집에 와서 샤워하고 옷까지 갈아입고 나갔다가 잘못 걸리기라도 하면 변명할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매번 해왔던 패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의심받을 여지는 충분 한 것 이였다.

항상 퇴근 후 술자리는 출근 복장 그대로 움직여 술자리에 어울렸었다.

더욱이 눈치 100단인 시우가 내 이런 행동을 모를리 없었다.

그러나 답답한 사무실에서 계속 앉아 있기가 싫었다.

내가 일하는 일터가 싫었던 건 아니 였지만, 퇴근 후 모두가 즐기는 금요일 밤을 이렇게 멍하니 혼자 사무실에서 있기가 싫었던 것 이였다.

난 무슨 결심이나 선 듯 정리하고 퇴근을 했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시우가 신경이 쓰이고..걱정이 되는지..

내 스르로를 정당화 하기 시작했다.


“ 난 선배를 대신해서 우리의 약속을 지키려 나가는 것이다!! ”

“ 왜냐고? 약속은 소중한 거니까~ ”


신사동으로와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기최면을 걸어 그렇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정당화 시켜 나갔다.

아까 시우와 통화를 했을때 그녀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 나도 오빠 오늘 일찍 들어오면.. 나도 일찍 퇴근 하려고 했지... ”


시우가 오늘 몇 시에 들어 오려고 그러는 걸까?

역시 머리를 굴리는 건 힘든 거였다.

그 어떤 바보 같은 멍청이를 속이려고 하는 것도 힘든 노릇일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속이고 거짓을 말해야 한다는게 마음에 걸렸고 힘들었다.

미경이를 만나서 단순히 선배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저녁 같이 먹으면서 술 한잔 하는게 시우를 사랑하고 있는 내게 그렇게 나쁜 행동을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 했지만 마음속에서 계속 시우에 대한 미안함 떠나질 않고 나를 괴롭혔다.


미경이 한테 전화가 왔다.


“ 어디야? 나 일 마치고 나왔어~ ”

“ 생각보다 빨리 마쳤네? ”

“ 아프다고.. 연기 엄청 했지 뭐.. 근데 너 어디야? ”

“ 나 신사동이야.. ”

“ 아 그래? 그럼 우리 어디서 볼까? ”


난 그녀에게 먹고 싶은게 뭔지 물어 봤다. 왜 여자들은 닭발을 그렇게 좋아 할까?

그래서 그녀에게 논현동 괜찮냐고 물었다.

논현동 한신포차. 그녀도 가본지 오래 됐다면서 좋다고 했다.

나도 빨리 준비하고 나갈테니.. 행복약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했다.

그렇게 논현동 한신으로 약속을 정하고 나니.. 시우 생각이 났다.


“ 설마.. 오늘 재수 없게 거기서 만나는 건 아니겠지........ ”









* 오늘도 다들 오늘 하루 즐거우셨나효? 많이 즐기셨나효?? :)
편안한 밤 되세효. 지친 육체와 정신을 영혼의 안식처인 집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소주가 한잔 생각 나는 밤이네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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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성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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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0 0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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