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처럼 북한 공격을 차단하더군요.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패스를 끊고 가벼운 동작으로 인터셉트, 힘과 스피드에서 북한의 리혁철 서현욱 로학수 등을 압도했습니다. 수비가 안정돼야 공격으로 나가는 볼 공급이 제대로 이어지는 법이죠.
188cm인 김기희는 194cm인 박현일을 봉쇄하는 데에도 지장 없었습니다. 경험과 기술에서 박현일은 김기희를 떨쳐내지 못하더군요. 김기희의 제공권이 강력함을 간파한 북한 감독은 박현일에게 공중볼을 투입하는 대신 박현일에게 집중수비가 붙는 사이에 다른 선수들이 틈을 파고드는 수법을 구사하려했지만 김기희가 적절히 대응하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남북한 축구의 수준차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고 봅니다.
대표팀의 주전센터백은 지난 6월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찬 곽태휘와 이번 대회에서 주장을 맡은 김영권이 맡고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곽태휘가 1981.7.8생이니 이제 만 34세가 되었습니다. 워낙 자기관리가 충실한 선수고 체력이 우수해 내년 3월에 일정을 마치는 2018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까지는 주전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팀들에 대한 노하우에서 곽태휘만큼 경험있는 선수도 없죠.
김기희는 곽태휘가 쇠잔해졌을 때의 대안이라고 봅니다. 둘은 체격도 비슷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 주전으로 뛴다는 것도 공통적입니다. 대표팀의 센터백 자원은 곽태휘(188) 김영권(185) 김기희(188)에 홍정호(186)가 주전멤버로 포함되고 김주영(183) 김민혁(187) 등이 경쟁대열에 가세하는 가운데 연제민(187) 정승현(189) 등 올림픽팀의 주력도 발탁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창 기대를 모았던 송주훈(190)이 좀 아쉽게 되었군요. 저는 2013년 FIFA U-20에서 활약한 송주훈을 곽태휘의 후계지로 보았거든요. 숱한 비판을 듣는 가운데 결국은 2012 런던올림픽 멤버들과 2014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현 국가대표팀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일선 지도자들의 안목이 일치함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5번 선수가 김기희인데, 사진을 보면 신장이 190cm에 가까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