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허정무가 중국에게 3-0으로 대패한 것도 2013년 홍명보가 중국과 0-0으로 비긴 것도 중국과의 경기를 안이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어제 중국이 홈에서 한국에게 2-0으로 개쪽패 당한 것 역시 전형적인 무사안일에 더해 안하무인의 거만한 태도마저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중국 선수들은 더 이상 한국 선수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언제는 중국이 한국을 두려워했는가? 중국인이 한국을 대하는 터무니없는 종주국 의식이 공한증이라는 단어의 배경이다. 공한증이라는 심리에 들어있는 것은 한국 축구와 중국 축구 사이에는 종잇장 정도의 실력차인데 그 차이가 패배로 드러나는 것에 화가 난다는 증오와 경멸 뿐이다.
내가 느끼기로 중국 축구팬들이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아시아팀은 이란이다. 이란과 만나 중국이 시원하게 이겨본 적이 거의 없고 만날 때마다 깨지기 바빴다. 일본에 대해서는 라이벌 의식이 작용해 일본 축구를 높이 처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국 축구팬들이지만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이야말로 이제부터 恐漢症을 느껴볼 차례라고 시건방을 떨어댄다. 중국 축구가 언제부터 한국 축구의 라이벌이었지? 상대에 대한 존중심은 스포츠를 가치있게 하는 원동력인데 그게 없으니 아Q식 정신승리만 남는 것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와 연세대가 부딪치는 경기에서 감지되는 상대에 대한 존중심이 한중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언론도 냉정해져야 한다. 공한증이라는 식상한 표현을 기사에서 치워야 한다. 그 단어는 한중전을 고정된 틀 속에 몰아버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공한증 때문에 안이한 자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