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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문화에 대한 단상들.
 Maximus
 2015-05-09 11:37:51  |   조회: 6550
첨부파일 : -

그냥 평소 제 생각이랄까? 나름 느끼는 점이 있어서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적어 봅니다.

 
예전에 축구만화를 그리려고 구단에 출퇴근한 만화가가 있었나 봅니다. 국내에 축구만화 그리는 분이 몇 없을텐데 이름은 잘 모르겠고... 어쨋든 이분 얘기가 뉴스에 나온적이 있는데 지나가는 것처럼 선수들도 몇마디 하더군요. "그분 만화 소재 얻는다고 구단에 매일 출퇴근 하던데 뭣 좀 얻어가셨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글로 써서 뉘앙스가 잘 안살았는데 약간 비웃는듯한 어감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선수가 저렇게 말하면 만화가가 자존심 상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했었죠.
축구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잘 좀 도와줘서 작품이 흥하면 선수들도 좋고 그런거지 뭐 저리 깐깐하게 구나. 농구는 슬램덩크 같은 만화나 마지막 승부같은 드라마가 성공하니까 농구 인기도 같이 올라가고 좋던데....ㅉㅉ 뭐 이런 생각이었죠. 그땐 딱히 축구팬도 아니였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 일이지만 선수단의 기본적인 태도가 그랬다는 거니까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대했을수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에게 뭔가 얻어가려고 인터뷰도 하고 그러는거 아니냐? 뭐 이런... 축구기자들 입에서 가끔 나오는 구단의 폐쇄성, 서비스정신 부족은 이런 점을 말하는 것이겠죠.
 
선수 입장에선 맞는 말일수도 있겠죠. 어차피 연봉은 구단에서 나오는거고 구단은 경기에서의 스텟과 기여도만 보고 평가하니까요. 인터뷰 하고 캐릭터를 만들고 이런거 선수에겐 별로 안중요하죠. 오히려 잘못했다가 괜히 구설수에만 오르고 인생만 피곤해지지.
 
물론 요즘은 선수들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팀마다 흥행을 위해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지역밀착, 팬 친화, 이런걸 중시하니까 과거처럼 딱딱하게 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흥행을 원하는건 같더라도 입장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축구선수가 보기에 대중은 대화가 안통하는 축알못이죠.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지만 이것도 이해가 부족하면 그저 자존심을 접고 웃음을 파는 행위처럼 느껴질수 있습니다. 
 
 
 
 
축구기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선수, 기자 모두 프로축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기레기니 뭐니 하며 비하하는 말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리 허접할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입에 달고 다니겠죠. 수요, 공급... 어떻게 반응을 끌어낼까?  생활이니까요.     
 
전 문화현상이란 서로 주파수가 맞았을때 일어나는 공명현상이라고 생각하죠. 말이야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심혈을 기울인 양질의 컨텐츠는 별 반응이 없고 싸구려 가쉽만 흥하는 현실일수도 있습니다. 흥행성은 언제나 정론보단 가쉽이니까. 
 
마치 막장드라마 작가와 욕하는 재미로 본다는 시청자들의 관계처럼 기레기 운운하며 양질의 기사를 원하는거 같던 축구팬들이 실제로 반응하는 기사는 따로 있다는 것이죠. ㅎㅎ 전술리뷰는 무슨. 닥치고 스타, 캐릭터.
 
 
 
소위 대중이라 불리는 일반인 입장에서 말해봅니다.
 
막장드라마가 흥하는 이유는 별거 없죠. 개막장 인간들이 등장하고 부담없이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시청자에게 돌을 쥐어 줍니다. 또는 현실에선 지탄받을 만한 욕망을 드라마상에서 안전하게 대리만족 하는 경우도 있고...  싸구려 만족감이라도 얻는게 있습니다. 예능도 좋죠. 아무 생각없이 웃을수 있으니까.
 
현대인은 피곤합니다. 사회인이던 학생이던 항상 압박감을 느끼며 살죠. 생활에 도움도 안되는 일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습니다.  
뭔가 얘기가 복잡해지고 학습이 필요해지면 일단 멈추고 생각합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매니아라면 관심을 가질수 있겠죠. 근데 이게 대중은 아니죠. 한국은 축구가 삶의 일부인 유럽이 아니니까. 저변확대란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무슨 답을 내려고 글을 쓰는건 아니니까 그냥 축구팬인 제 입장에서 말해보겠습니다.
 
결국은 저변이 약하고 수준이 안따라와서 생기는 문제죠. 이런 현실을 몸으로 부딪히며 한계를 절감하는 축구인이나 기자들이 냉엄한 현실인식 운운하며 자조적인 말을 하곤 합니다. 
 
맞는 말이겠죠. 하지만 대중의 탓만은 아닙니다. 시합을 해도 TV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국내축구의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 있는 국축팬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중계 안되고 저녁 스포츠 뉴스에 보도 안되면 관심은 커녕 리그가 열리는 줄도 모르죠. 저도 그랬습니다. 
 
지역밀착 홍보활동, 유소년 육성 중요하다는 말은 항상 많았지만 마음 잡고 제대로 한건 몇년 안됐죠. 어쩌면 그냥 우리가 뭔가 수확을 거두는 세대가 아니고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는 그런 세대일뿐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축구계 전반적으로 보면 양적인 성장은 좀 부족해도 질적으로 상당히 성장하고 있고 방향도 제대로 잡은것 같아서 마음이 가볍습니다. 
팬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죠. 축알못이란 말이 유행한다는것 자체가 축구란 스포츠가 전술이나 데이터를 알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스포츠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배구가 0.4% 시청률에서 3년 고정중계 하고 1% 넘었죠. 방송중계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k리그는 그동안 몇번 안되는 방송중계와 허접한 인터넷 중계만으로도 이정도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고무적이죠. 올해는 월 2회에 불과하지만 KBS 공중파 중계와 호의적인 뉴스보도에 힘입어 최단기간 50만 관중을 돌파하며 초반 괜찮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관중 집계와 공짜표 없애기로 관중수 감소가 우려되던 와중에 얻은 값진 결과입니다.  
 
시민구단들도 그간의 무력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유소년 육성을 통해 저비용으로도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는 안나와도 장기적인 비젼을 가지고 움직인다는게 중요한 거죠.
 
전 국내축구가 양질의 중계만 조금씩 늘려간다면 대체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말이죠.  
2015-05-09 11: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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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2 2015-05-09 14:07:39
좋은 글입니다.
죄송한 표현입니다만, 슴슴한 맛의 시원한 물김치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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