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맥베드에 대한 광대 난장, 연극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포스터 it] 맥베드에 대한 광대 난장, 연극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 편집국 강태영 기자
    편집국 강태영 기자
  • 승인 2010.10.06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란 유명했던 옛날 가수의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포스터 안의 그도 우릴 보고 웃고 있다. 광대 분장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는 그들에게 적격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 할 수 있는 것은 삐에로와 광대 특유의 분장으로 숨기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발가벗겨진 그는 자신의 얼굴을 영정사진 안에 가두었다. 모든 것을 까발리고 있지만 어색하게 힘겨운 웃음으로 일그러진 그의 표정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다.  

광대의 행동에는 늘 역설이 존재한다. 슬픈 삐에로 분장은 동정과 연민을 자아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포스터 안, 그의 태도로 인해 영정사진의 액자 틀도, 그 안에 있는 얼굴도 가볍고 천박해 보인다. 죽음도 희화와 될 수 있는가? 상황은 반어적일 때 더 부각될 수 있는 법이다. 현실을 비아냥대고 조롱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것은 광대들 뿐일테다.  

그래서 인지 광대들은 감히 맥베드 신화의 껍데기를 벗긴다. 그들은 권력에 눈이 먼 맥베드를 ‘운명에 맞서는 비극의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난장을 부린다. 극단 ‘뛰다’의 광대들은 권력을 향한 투쟁을 일종의 악몽처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를 있는 그대로 도려낸다. 권력을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살인을 저지른 맥베드. 그들은 귀신들이 무당의 몸을 빌어 말하듯 광대의 몸을 통해 맥베드와 그를 둘러싼 사건들을 쏟아낸다.  

연극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는 오브제와 광대연기를 활용해 ‘뛰다스러운’ 레퍼토리를 선보인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2010년 신작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맞춤음악 전문 2인조 ‘욤 프로젝트’가 함께 하며 연출에는 배요섭이 참여했다.   

독재자의 잔인한 핏자국을 따라가며 맥베드를 발가벗길 이 작품은 오는 10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편집국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