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쯤 나를 괴롭히는 강박증을 앓고 있다면 주목하라. 복잡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액세서리처럼 하나씩 달고 다닌다. 사진 속의 두 남자, 의사와 환자의 관계다. 개그맨 심형래를 닮은 외모로 친근하고, 동글동글한 얼굴과 풍만한 풍채로 포근함 까지 느껴지는 남자는 닥터 이라부다. 의사를 향해 겁 없이 손찌검을 하려는 검은 정장의 인상 더러운 그는 환자다.
환자가 왜 의사에게 손찌검을 하려 드는가? 남자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조폭 행동대장 강철근이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아스팔트파의 행동대장인지라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강철근인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는 조폭이란 특수성 때문에 칼과 친하지만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선단공포증이다. 날카로운 것만 보면 숨이 막힌다. 칼은 고사하고 하물며 이쑤시개, 볼펜 등을 보면 지구 끝까지라도 도망쳐 피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무겁기 그지없는 주제다. 한 사람을 절망의 끝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강박증을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연극 ‘닥터 이라부’는 웃음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중량감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일본의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닥터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가 중심이 된다. 그들을 찾아온 환자는 황당한 치료와 상식을 깨부수는 행동에 아연실색하지만 점차 마음을 열고 변해가는 자신을 느낀다.
개성 강한 강박증 환자들은 자신들 보다 더 이상해 보이는 닥터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를 찾으며 엉뚱하고 엽기적인 처방을 받아 자신의 병을 극복해 나간다. 연극에 집중하다 보면 무언가에 짓눌려 크고 작은 강박증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 까지 하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현실 속에서 닥터 이라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11월 28일까지 행복한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닥터 이라부’를 보면 된다.
편집국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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