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박’의 꿈을 품고 대학로에 입성, 연봉 180만원으로 근근이 ‘버텨보는’ 이가 있다. 29세 피 끊는 청춘, 철수다. 그는 서슴지 않고 독설을 내뱉으며 함께 하는 배우들과 작가의 가슴에 비수를 내꽂는다. 그가 이렇게 된 건, 그가 꿈꾸던 ‘예술’이 삶의 생계수단이 되면서부터다. 그의 옆에는 작가 영희가 있다. 그들은 다정한 듯 보이지만, 틈만 나면 서로 갈굼을 일삼는 동갑내기 옛 연인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들은 청춘이면 늘 그렇듯 피부로 와 닿는 삶의 현장, 현실에서 이상과의 갈등을 반복한다. 어느새 꿈은 저만치 멀게만 느껴진다. 아니, 사라진 것만 같다.
- 영희가 만드는 로맨스, 철수가 만드는 판타지
붙으면 싸우고, 헤어지면 아쉬운 둘. 그들은 이상한? 로맨스 극본을 함께 쓰고 있다. ‘아스탄’이란 외계에 사는 한 남자, 그리고 그곳에 홀로 떨어진 유일한 지구인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스탄’인들은 지구인을 보면 단숨에 죽이는 잔혹한 종족이다. 아스탄인 중 한 남자는 지구인 여자를 ‘아스탄’인들로부터 지켜주려 한다. 무대는 반반씩 나뉘어 한 쪽은 극중 현실, 한 쪽은 극중극을 표현한다. 무대 뒤쪽 공간에서 극본을 쓰고 있는 두 남녀가 있다. 영희와 철수다. 영희는 진지하게 아스탄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철수는 요즘 세상에 이런 로맨스는 안 먹힌다며 영희에게 핀잔을 준다. 그리고 철수가 지어내는 이야기는 느닷없는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그들이 티격태격 실랑이를 하는 동안 ‘아스탄 이야기’는 들쭉날쭉 장르를 넘나든다.
- 극중극과 철수, 맞물리며 깊어지는 갈등, 그리고 ‘공감’
연극 ‘그냥 청춘’은 극중극을 통해 현실과 이상 가운데 방황을 표현한다. 극중극은 마치 극중 현실과는 아무 관련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철수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하나의 장치다. 철수의 현실의 갈등과 극중극의 갈등이 함께 맞물려 엔딩으로 흘러갈수록 그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이 연극은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알려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관객이 알아갈 수 있도록 곳곳에 장치를 설치해뒀다. 관객이 극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것이 이 연극의 매력이다. 그러나 ‘청춘’이라는 ‘늘 푸른 봄날’을 겪지 못한 이들은 없기에 모두 한 마음이다. 극장을 나오면서 누구나 각자의 마음에 튼튼한 청춘 이라는 한그루 나무를 심는다.
- 청춘은 잔혹하다, 그리고 유쾌하다.
청춘에는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따라붙는다. 이것은 공식이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후반으로 갈수록 청춘의 속내를 드러낸다. 그리고 청춘의 때를 돌아보게 한다. 청춘의 속내는 잔혹하다. 매일 밤, 술로 밤을 지새우며 잊으려 애를 써도 소용없다. 내일의 해가 뜨면 잔혹한 현실은 또다시 바로 코앞에 기다리고 섰다. 마루 위에 된장찌개 하나, 소주 한 박스를 둘러서 철수와 영희 그리고 배우, 선배 모두 모였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극장 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오해와 각자의 상처, 아픔들을 뒤로 그들의 술자리는 늘 유쾌하다. 야자타임 중인 그들, 야자타임에서 막내는 선배가 되고, 선배는 막내가 된다. 거침없이 후배의 설움을 되갚는 시간.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공감 섞인 웃음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그토록 잔혹하다고 생각했던 그 때, 대책 없이 무모했던 한 때, 그러나 돌이켜 보면 가장 아름다웠던 그 때, 그 때의 무모함이 그리워진다. 우리의 청춘을 담백 솔직하게 표현한 연극 ‘그냥 청춘’은 대학로 가변극장 키 작은 소나무에서 5월 16일까지 공연된다.
편집국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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