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세사기 피해 선구제, 정부 재정 5조 소요 예상"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 선구제, 정부 재정 5조 소요 예상"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24.04.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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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재정 투입 규모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적게는 4천억∼5천억원대에서 많게는 수조원대가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국토부, 내년 5월까지 전세사기 피해자 3만6천명 전망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는 국토연구원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선구제 후회수에는 대규모 국가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1만5천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 소요 재정 규모를 밝혔다.

피해자 보증금 평균은 1억4천만원이며,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이 매주 400∼500건씩 새로 들어오고 있어 특별법 일몰 기한인 내년 5월 31일까지 피해자 3만6천명이 나올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이 과장은 "피해자들의 전체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5조원가량이며, 3조∼4조원을 들여야 이들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3조∼4조원 중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뺀 비용을 최종 재정 투입액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대신 내어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하는 '대위변제 회수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는 데다, 경·공매에 비슷한 전세 피해 주택이 다수 나와 있어 낙찰 가격이 크게 깎일 수 있어서다.

◇ '최우선변제금'만큼은 구제하자는 취지인데…모호한 법 조항

선구제 후회수는 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선구제 후회수를 계속해서 요구했으나, 정부는 선을 그어왔다.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가운데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 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포함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국토교통위원회 대안)은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채권 매입기관은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권 매입 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뒀다. 최우선변제금만큼은 돌려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전세보증금인 1억원인 서울 주택에 선순위 채권이 있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가치평가액이 2천만원인 경우를 가정해보면 서울 지역 최우선변제금이 5천500만원이기에 정부 재정 3천500만원을 들여 피해 구제를 하게 된다.

문제는 특별법 개정안의 피해자 구제 조항이 모호해 재정 투입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채권 매입 가격의 하한선을 '주택임대차보호법 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로 두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보증금 1억6천500만원 이하 소액임차인일 경우 최우선변제금을 5천500만원(33%), 경기·인천에서는 보증금 1억4천500만원 이하일 때 4천800만원(33%)을 받을 수 있어 30%가량으로 해석이 되나, 명확하지는 않다.

정확한 의미를 갖도록 법 조항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시민단체 "소요 예산 최대 5천850억원"

정부 추산과 달리 시민단체는 선구제 후회수에 필요한 예산이 4천875억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지난해 8∼9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피해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피해자 수 2만5천명,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라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자 비율 50%, 피해자 평균 보증금은 1억3천만원으로 가정했다.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후순위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구제하는 경우에 대한 추산이다.

대책위는 피해자 수를 3만명까지 늘려 잡으면 최대 5천850억원이 소요된다면서 국토부 추산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참여하는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최우선변제금 이상을 회수할 수 있는 임차인의 경우 공공에서 이들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샀다가 다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 정산을 거치면 추가로 재정 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개정안은 최우선변제금도 못 받는 후순위 임차인뿐 아니라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에 필요한 재정이 조단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이조차 정확한 추산은 아니다.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얼마에 사들일지 결정하려면 주택가액 평가, 선순위 채권에 대한 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또 경·공매 등을 통해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증금 전액을 손실 본 피해자, 손실 규모가 큰 피해자, 작은 피해자 등 피해자 유형이 천차만별인 데다, 피해자 규모, 특별법 적용 기간 등에 따라 피해자의 채권 가치 추정과 회수율 전망에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 신탁사기 피해자는 '선구제 후회수'서도 제외…보완 필요성도

특별법 개정안은 공포 후 1개월 후 바로 시행하게 돼 있어 법이 개정된다 해도 지금 상황에선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기존 부실채권 매입 사례가 주로 금융기관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었다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은 개인 채권을 매입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조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철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선구제 후회수 같은 대안들이 다각도로 검토되는 것은 좋지만, 실제 실행 가능한 수단이 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법 개정안은 선구제 후회수 대상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명시하고 있어 신탁 사기, 무권 계약 피해자는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도 있다.

선구제 후회수를 열어놓고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가 잉태된) 주택 가격 급등 시기에 누군가는 돈을 벌었고 정부에서는 세수가 늘어났다"며 "또다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오면 정부가 세수를 많이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전세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 그 돈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전세사기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쌓이면 우리 사회를 앞으로 끌어나가야 할 20∼30대의 사회적 불신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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