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칼럼] 기준점(shifting baseline syndrome)이 이동하고 있다
[김종태 칼럼] 기준점(shifting baseline syndrome)이 이동하고 있다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2.12.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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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악순환, ‘되먹임’ 현상이 발생한다

올해 우리나라에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에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8월 9일 전날부터 다음날 오전 11시 10분까지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넘는 426.5mm 비가 쏟아졌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는 1907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의 비가 내렸다. 한반도에 ‘물 폭탄’에 가까운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최소 8명이 사망하는 등 시민 피해가 속출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파키스탄에는 기록적인 홍수로 나라의 1/3이 물에 잠겼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전국이 물바다가 되어 물을 퍼낼 마른 땅이 없다”라며 ‘상상을 불허하는 큰 위기’라는 것을 강조했고, 정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장마가 시작된 이후 최소 1,136명이 숨졌다고 BBC News 코리아가 전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자연적일까? 인위적인 결과일까? 기후 관련 용어들이 다양하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1.5도 등 기후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신에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다. ‘기후변화’는 자연 발생적인 의미가, ‘기후위기’는 인위적인 결과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구 곳곳의 이상 기후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바 인위적인 결과들이다.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지구온난화, 온실효과 용어는 오래전부터 사용됐는데 이것들도 자연 발생적인 의미로 지역에 따라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혹은 기온이 오르고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이 말을 전문적인 용어로 바꾸면 지구 전체의 생태 시스템의 기준점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를 일컬어 ‘기준점 이동 증후군(shifting baseline syndrome)’이라 한다. 지구환경에서 기준점이 이동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2007년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대기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느 정도 쌓이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기온이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나타나는 결과를 예측했다. 이를테면 1도 상승 시에는 산호초의 70%가 죽고, 2도 상승에는 마실 물과 수자원이 부족하다. 3도 상승에는 플리오세기처럼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360-440ppm이 돼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되먹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종의 기후 악순환(feedback loop)이다.

지구의 원래 상태로는 광합성 작용으로 숲이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어 그것이 대기권으로 나오지 않으나 기온 상승으로 산불이 나면 땅이나 나무 안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노출되어 대기권으로 들어간다. 요컨대 ‘지구온난화 -> 산불 -> 이산화탄소의 대기권 방출’식의 기후 악순환이 발생하고 그런 일이 가속화된다. 4도 상승하면 전 지구적으로 식량 자원이 부족하고, 5도 상승하면 해저 메탄가스가 발생해 쓰나미, 지진 등이 생기고, 6도로 상승하면 거의 모든 생물 종이 사라지고 인류의 멸망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은 미래의 일이라 현실로 이뤄질지는 아무도 확인해 줄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기준점이 이동해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미 증명돼 지구과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런 주장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학의 논리는 인과관계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지구과학자들의 이러한 주장들을 직접 확인할 수도 검증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이 공개되고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되고 있다면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것이 현실이라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지구과학은 1880년대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때부터 지구 온도를 기록했다. 로저 레벨(Roger Revelle)은 이산화탄소(CO₂)가 자연생태계에 모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권에 축적돼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온실효과’의 발생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이후 1960년대에는 기후 연구가 활발해졌고, 1970년대에는 환경운동, 1980년대에는 그린딜 정책이 생긴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 및 국제기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교토의정서총회, 파리협정총회, 넷제로(Net-zero), 뉴그린 정책,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유엔의 SDGs 그리고 국제사회나 글로벌 기업들이 애쓰고 있는 ‘ESG경영’ 등으로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우리 개인이나 기업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 주제는 너무 늦었다고 할 정도로 아주 시급한 주제가 됐다.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됐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지구인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기후 관련 이슈는 초국가적 영역이라 우리 모두의 과제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니라는 의미가 될 수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류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지’의 문제다. 기후라는 영역이나 지구 자원의 문제는 지구인들이 모두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기후위기와 관련, 국가나 기업들의 역할은 강제 및 의무규정이 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언급되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영화 ‘타이타닉호’의 침몰 장면을 떠올려 보자.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업, 연애, 교제, 음악, 연주, 여행, 식사, 사업, 정치, 경제 등 그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장 시급하고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해야지 않을까? 자연이나 지구환경을 산업화 이전의 본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이룰 수 없는 우리의 꿈(dream)이 아니다. 마땅히 이뤄야 할 미션(mission)이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으로 폭염, 폭우, 한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빙하의 사라짐, 해수면의 상승, 새로운 전염병, 삼림파괴, 사막화, 산불, 잦은 태풍, 홍수, 집중호우, 해일, 북극곰의 멸종위기 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생물 종이 사라지고 멸종하는 속도가 생물 종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루에 150-200여 종의 생물들이 사라진다. 지구 생태계의 기준점이 이동하고 있다. 건강한 지구를 위한 액션이 시급히 요청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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