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원산지 세탁해 수출…인도가 '핵심 허브'"
"러시아 석유, 원산지 세탁해 수출…인도가 '핵심 허브'"
  • 장인수 기자
    장인수 기자
  • 승인 2022.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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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산 원유가 원산지를 '세탁'해 여전히 세계 곳곳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인도의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한이나 이란 등이 제재 회피를 위해 활용하는 해상 환적 수법도 동원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와 청정공기 연구센터',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해운 기록들에 따르면 원산지를 불분명하게 바꾼 러시아산 석유 제품이 인도 정유회사들을 통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대서양 일대로 수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잇따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를 시행하고 있지만, 휘발유나 경유 등 정제유 제품으로 탈바꿈한 러시아산 원유가 여전히 유통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제재 회피 수법은 EU의 최근 제재 발표 전부터 시작돼 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릴 우려가 제기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러시아산 원유 유통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하는 나라는 인도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하루 3만 배럴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하루 80만 배럴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러시아 우랄유를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5달러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의 거대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러시아 원유를 전쟁 전보다 7배 더 많이 구매했다.

보도에 따르면 릴라이언스가 전세 낸 한 유조선이 휘발유 성분인 알킬레이트를 싣고 4월21일 사전에 계획된 목적지 없이 시카항을 출발, 5월22일 미국 뉴욕에서 짐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와 청정공기 연구센터의 선임분석가인 라우리 밀리비르타는 WSJ에 "릴라이언스가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 화물을 맡아 이를 정제한 뒤 미국의 바이어를 찾을 수 있는 단기 시장에 제품을 내다 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 정제유 제품의 유럽 수출은 33%, 미국 수출은 43% 각각 전 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의 교과서적 수법인 해상 환적도 러시아 석유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젠 1호'라는 유조선이 서아프리카 해상에서 초대형 유조선 '로렌 2호'와 접촉, 해상에서 원유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로렌 2호는 지브롤터를 거쳐 중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선박 위치를 알리는 GPS 장치를 끄고 항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이스라엘의 선박데이터회사 윈드워드는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의 바이어들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기업들의 자발적인 '반(反)러시아' 조치에 따른 높은 운송비와 보험료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 제품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시노펙의 자회사 유니펙은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해상에서 선박으로 옮긴 뒤 운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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