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본질에 다가가지 않는 포털개혁은 눈속임용일 뿐
[미디어 칼럼] 본질에 다가가지 않는 포털개혁은 눈속임용일 뿐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2.05.16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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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필자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조선일보의 <‘화나요’ 사라져서 화난다… 네이버서 사라진 감정 버튼>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내용인즉 네이버 기사 하단의 ‘감정 스티커’를 ‘추천 스티커’로 교체한 후 뉴스 이용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1. 회사원 김모(51)씨는 “요즘 네이버에서 뉴스를 끊었다”고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강행 처리 기사를 읽다가 너무 화가 났는데 ‘화나요’ 버튼이 없어졌다는 걸 알고 더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는 “순간적으로 ‘화나요’ 자리의 버튼을 꾹 눌렀는데 ‘분석탁월’로 바뀐 걸 깨닫고 곧바로 취소했다. 기사에 대한 내 느낌을 표현할 수단이 사라져서 답답하다”고 했다.

#2. 지난 7일 오후 네이버에 배우 강수연의 별세 기사가 올라왔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 이런 기사에 슬퍼요를 못 누른다는 게 어이 없네요.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장난하십니까?”였다. 다른 언론사 기사의 베스트 댓글도 “부고 기사에 이딴 것밖에 누를 게 없다니, 네이버는 슬픈 유저들 감정 표현도 못 하게 하냐”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 보도 중 발췌)

조선일보는 이러한 네티즌 불만에 대해 엇갈린 전문가 두 사람의 의견을 소개했다. 한 사람은 감정버튼을 애용한 네티즌들의 소통창구를 빼앗은 꼴이니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다른 전문가는 포털 댓글은 건전한 여론형성에 기여하지 않고 소수만의 감정배설이나 상대편에 대한 공격을 쏟아내는 공간이니 차라리 댓글 기능을 없애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전문가 후자의 생각과 같다. 포털 댓글 기능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으로 인한 후유증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감정 스티커를 추천 스티커로 바꾼 것은 포털이 댓글 등을 통한 여론선동장, 여론선전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극복,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왜일까.

홍위병 대자보와 비슷한 포털 댓글 기능

네이버가 운영해왔던 감정 버튼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좋아요’ ‘화나요’와 같은 스티커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감정을 고조시키고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만일 이렇게 달궈진 여론에다 어떤 작전세력이 개입해 선동할 경우 대중 감정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돌이킬 수 없는 화마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집단 이성을 마비시켜 벌어진 사건이 한줌 진실에 루머와 광기와 가짜뉴스가 뒤범벅이 되었던 광우병 사태였고 탄핵사태였다.

드루킹 일당이 벌인 여론조작 사건을 상기해 보라. 예컨대 중공 문화대혁명에 불을 붙였던 모택동 홍위병들의 대자보 기능과 오늘의 대한민국 포털 댓글 기능이 유사하다고나 할까. 대한민국 국민은 안 그래도 감정이 풍부하다 못해 넘치는 민족성을 지녔다. 그것이 순기능을 발휘한다면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끔찍한 사태를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여러 차례 경험들을 통해 학습했다.

그렇다고 네이버의 감정 스티커를 없앤데 불만인 뉴스 이용자들을 탓하자는 건 아니다. 대중은 사건 사고에 즉자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남과 같이 기뻐하고 화를 내고 슬퍼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시간을 들여 뉴스를 다면적이고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뉴스를 읽고 내 감정과 의사표시를 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미래로 가야하고, 이성과 합리로 굴러가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면 국민의 반이성과 비합리를 조장하는 기능을 더 강화하고 키우는 포털의 움직임은 견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포털이 뉴스서비스를 아웃링크로 전환하지 않고 기존 틀을 고집하는 이상 그 안에서 몇 가지 기능을 손본다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포털이 가진 뉴스 기능, 다시 말해 언론권력 해체가 정답이다. 개선, 개혁한다면서 근원에 다가가지 않는 노력은 그저 눈속임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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