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속 한중관계 관리…중국 요소 수출절차 진행 배경은
미중갈등 속 한중관계 관리…중국 요소 수출절차 진행 배경은
  • 전성철 기자
    전성철 기자
  • 승인 2021.11.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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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이미 계약한 요소 1만8천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한 것은 한중관계를 감안해 자국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에서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내 요소수 필요량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중국은 요소를 포함해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지난달 15일부터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해 사실상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그것이 이번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연결됐는데, 일단 계약이 이뤄진 물량에 한해서는 검사가 끝난 물량을 시작으로 정상적으로 수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요소 등 화학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한 것은 추·동계 밀 재배기에 중국 내 전력난과 석탄(요소의 원료) 생산 차질이 겹치면서 중국 내부의 비료 공급난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전 검사는 특별히 검사를 강화해야 할 제품 자체의 사유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검사를 명목으로 비료 제품의 해외 수출을 통제해 자국 내 공급을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라는게 정설이었다.
따라서 중국 내 요소 시장이 완전히 안정화한 것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는 시점에 일단 1만8천t의 요소를 내보내기로 한 것은 한중관계를 감안해 법의 허용범위 안에서 한국 측의 시급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한편 자국 관련 업계의 이익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내 요소 등 비료제품 수급 사정이 완전히 안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이번 수출 허용 분량이 소진되고 나면 다시 수출 전 검사제도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의 조치는 잠정적인 해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이 성의를 보인 것은 최근 미중 전략경쟁 속에 한중관계를 잘 관리할 필요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하에 아태지역 동맹국들을 규합해 대대적인 대 중국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미국 쪽으로 확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국 외교 전략상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한국과 중국이 올해 들어 4월과 9월, 10월 3차례 양국과 제3국에서 대면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한 것에는 한국의 필요도 물론 있지만 미중경쟁 속 중국 쪽 필요도 상당했던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반도체 공급처인 한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쪽 공급망에 '올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경제안보상 필요도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일단 한국 입장에서 요소수 대란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경제 보복을 경험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에 또 한차례 '약점'을 노출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드 사태 이후 경제적 대 중국 의존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현재 요소 외에도 마그네슘, 실리콘 등 중요 품목의 공급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매체인 런민즈쉰(人民資訊)이 지난 8일 "이번(요소 등의) 공급 위기를 통해 유럽·한국·미국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가진 중요 지위를 더욱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쓴 것은 이런 점에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요소 등의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은 주로 국내 사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은 미·중간에 전세계에 걸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공급망 재편 경쟁에서 중국의 '지렛대'를 확인시킨 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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