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펀드 사기로 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는 데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수개월째 종적을 감춰 검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권을 무대로 한 옵티머스의 '간판 로비스트'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옵티머스에 합류해 투자 유치부터 크고 작은 문제까지 전천후 해결사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지난 6월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외부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갖가지 의혹의 문을 열어줄 '키맨'으로 부상했다.
그는 7월까지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 응했으나 7월 말 옵티머스 경영진이 구속된 직후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
검찰은 뒤늦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고 수사망을 넓혀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휴대전화는 내내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다.
옵티머스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씨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옵티머스 전 임원은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마 중국으로 밀항했을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씨는 과거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커피 사업을 벌여 중국 사정에 정통하고 현지 인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 출신인 정씨는 동부증권 부사장과 C&선박금융 대표이사, C&우방 대표를 지내는 등 국내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0년 C&그룹 정·관계 로비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이후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오랜 기간 증권업계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비제도권에선 '회장님'으로 불리며 활발히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의 주선으로 옵티머스에 몸담게 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정씨는 옵티머스가 2017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700억원대의 투자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전파진흥원 기금운용 담당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19년 초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는다. 현재 5천억원 규모인 옵티머스 펀드 수탁고(설정액) 가운데 80% 이상이 NH투자증권을 통해 모집됐다.
하지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정씨를 만난 적이 있으나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정씨는 또 옵티머스 산하 부동산개발회사인 골든코어의 대표를 맡아 경기도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봉현물류단지는 구속기소 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내부 문건에 옵티머스가 기획한 대표적인 프로젝트 사업으로 등장한다.
문건에는 옵티머스의 고문을 맡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이재명 경도지사를 면담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정씨는 정영채 사장을 만나서도 봉현물류센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NH투자증권 실무진의 반대로 실제 대출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핵심적인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옵티머스 금융권 로비 의혹의 단서를 잡기 위해서는 옵티머스와 금융권의 핵심 연결고리인 정씨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관측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주요 부분에서 정 전 대표가 옵티머스와 금융권의 연결고리로 등장한다"며 "정 전 대표를 조사해야 로비 의혹 등이 어느 정도 해명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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