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4·15 총선 결과를 가른 언론과 미디어
[박한명 칼럼]4·15 총선 결과를 가른 언론과 미디어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4.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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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각성을 요구하는 총선 결과

[글=박한명]문재인 대통령의 승리이자 보수야당의 대실패였다. 4·15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지만 누구도 이 결론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선거 전 보수 유튜버 등 일부 지지자들은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정권심판으로 미래통합당이 크게 이긴다는 사이렌을 지속적으로 울렸다. 그 바람에 지지층은 어떤 집단최면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야당은 애초에 이 선거를 이기기 어려웠다.

단적인 증거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 준다.

한국갤럽이 총선 직전인 13일 14일 양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응답률 12%)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전주보다 2% 오른 59%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약 60%에 이를 정도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정권 심판론이 먹히겠나. 유시민 등 여권에서 나온 180석 운운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선거 막판 지지율 60%에 육박하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2월 중반 이후부터 계속된 우한 코로나 사태가 결정적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필자가 참여한 미디어연대 모니터 결과를 보면 지상파 방송사 3사와 종편 연합뉴스TV 등 보도채널이 코로나 사태 이후 하루 종일 보도한 것은 대통령 리더십과 관련한 것이었다.

예컨대 “국민 위로·응원 필요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긴급재난지원금)가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국민들께 힘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3월 30일)” “강원 산불 이겨낸 정신으로 코로나19도 이겨낼 것(4월 5일)” “정부는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국민들께 힘과 위로를 드리기 위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4월 13일)” 라던가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끝을 보라…최대한 지원할 것(4월 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일 먼저 준비하고 맞이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국민들께서 한마음이 돼 달라” “정부는 거대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능동적 자세를 갖겠다(4월 14일)” 등이다.

언론은 문 대통령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역병 사태에도 얼마나 믿음직하게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매일같이 홍보했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통해 코로나 발병 확산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일부 국민(신천지 등)들은 또 얼마나 이기적이고 철없이 행동하는지와 절반쯤 섞어 홍보하는 문 대통령의 강력하고 믿음직한 리더십에 신뢰를 보낸 게 이번 선거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통령의 리더십 실체가 정말 그런 것인가 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언론이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그렇게 꾸준히 일관되게 홍보했고 그 결과 총선 직전 6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을 만들어냈으며 그 내용을 알만한 여당 후보들이 대통령 팔이(“고민정 후보는 문 대통령 정책과 철학뿐 아니라 숨결까지도 익힌 사람”)에 성공했다는 게 중요하다.

이와 다르게 언론이 비춘 미래통합당의 모습은 어떠했나. 코로나 사태에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과장, 과대홍보를 들추거나 숨겨진 거짓말을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지가 없었다. 

언론 미디어 대응 포기하고 유튜버에 기댄 결과

통합당이 선거정국에서 보여준 것이라곤 김형오 공관위와 황교안 대표의 갈등,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파행 등 자중지란과 혼란 그 자체였다. 안 그래도 야당에 비우호적인 언론에게 얼마나 좋은 먹잇감인가. 하루 종일 방송에서 틀어댄 게 야당의 이런 모습이니 세계적인 역병사태에서 이렇게 불안하고 갈등만 하는 야당 리더십에 누가 지지를 보내겠나.

청와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는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좌충우돌 싸움질만 하는 야당이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이번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단연코 우한 코로나 사태였다.

불리한 역병사태를 문 대통령과 정권은 자신들이 장악한 방송과 우호적인 언론을 이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성공했다. 야당의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과 같은 유력 정치인들은 그런 언론에 대응하거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국민에게 전달할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대신 유튜브 채널에 나가 자기만족에만 도취됐다. 

방송이 문 대통령을 마블 코믹스에서나 등장할만한 영웅적인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이들은 고작 무슨 짓을 해도 황교안을 싸고 돌거나 “통합당 170석 가능한 3가지 이유” “한국 여론조사는 국제기준 미달” “황교안 현장 민심 역전했다” “문재인 정권의 목표는 공산주의(나경원)” 등의 황당한 소설을 쓰며 민심과 거리가 먼 얘기나 틀어대는 유튜버들에 휘둘렸다.

방송의 영향력이 아무리 줄었다고 하지만 소위 중도와 무당층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여전히 방송과 포털 기존 미디어 플랫폼이지 현실에서 동떨어진 얘기, 다수가 공감하기 어려운 망상 같은 얘기 위주로 극소수 자기들끼리만 돌려보는 유튜브가 아니다. 유튜브는 서브로서 다양성을 보완하지만 아직까지 메인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끼리끼리 자위하는 유튜브 채널 컬트문화에 젖어 방송과 신문 인터넷이 자기들을 어떻게 보도하던 말든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래놓고 무슨 선거 승리인가.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434만5425표, 통합당은 1191만5277표를 얻었다.

통합당은 의석수에서 역대급으로 참패했지만 우한 코로나 사태라는 불운에도 민주당과의 득표 차는 8.4%p에 불과했다. 유권자 성향이 수십 년에 걸쳐 차차 변하고 있고 세대별, 성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미디어가 보도하듯 여야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 성향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작은 차이는 결국 언론이 국민에게 여야를 어떻게 전달하는 가의 문제고, 이것이 결과의 큰 차이를 가져온다.

미래통합당이 지금처럼 대놓고 한쪽 편을 드는 언론 방송을 포기하거나 눈치를 보는 식으로 따라가선 앞으로도 선거 승리는 요원하다.

필자가 이번 선거 승리를 한마디로 문 대통령의 승리이자 야당의 실패로 결론내린 이유도 그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디어를 이용해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역전시켰고 미디어에 소홀하거나 포기하다시피 방관한 보수야당은 기회를 참패로 되치기 당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우한 코로나라는 변수가 결정적이었지만 결국 미디어정책과 대응 성패가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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