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MBC가 제기한 ‘채널A-검찰 유착의혹’, 무엇이 중한가
[박한명 칼럼]MBC가 제기한 ‘채널A-검찰 유착의혹’, 무엇이 중한가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4.02 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가 무엇이 두려워 사건 본질을 흐리나

[글=박한명]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요지경 풍경 중 하나가 언론에서 벌어지는 이상현상이다.

언론이라면 이념을 떠나 권력형 비리사건을 파야할 텐데, 파헤치려는 쪽과 물을 타려는 쪽으로 갈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또 눈에 띄는 점이라면 물타기 쪽이 검찰을 물고 늘어진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KBS 법조팀과 검찰의 유착의혹 건이다. KBS가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 인터뷰를 조국 측에 불리하게 편집해 보도했다는 내용인데, 폭로 당사자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과정에서 KBS 기자가 검찰에 내용을 흘리고 유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유시민이 오히려 알릴레오에서 조국에 불리한 내용을 쏙 뺀 채 방송하면서 엉뚱한 검찰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사건은 결국 정권 세력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KBS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기자를 교체, 감찰 등 두 손을 드는 것으로 끝났다. 

MBC 뉴스데스크가 31일 방송에서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던 채널A 기자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을 보고 필자는 작년 유시민이 제기한 KBS 기자의 검찰유착 의혹 제기 사건을 떠올렸다.

MBC 보도 내용은 채널A 기자가 금융사기로 감옥에 있는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번 쳤으면 좋겠다”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 놓으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라는 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읽어주면서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유시민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철 씨가 기자로부터 받은 네 통의 편지를 MBC에 보냈고 MBC가 폭로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취재원의 선처 약속 보장 등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인 적은 없다’는 채널A의 반박을 보면 해당 기자가 이철 측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것 자체는 사실과 가까운 것 같다. 

어찌됐든 채널A는 해당 기자가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취재방식이나 취재원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조사를 해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니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있다. 아무리 기래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형편없는 시대에 살아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언론사 소속 기자가 무슨 대단한 이득을 얻겠다고 ‘유시민의 비위를 털어 놓으라’고 취재원을 협박할 수 있느냐는 거다.

취재 과정에서의 단순한 특종 욕심일까. 납득이 안 된다. 그리고 투자사기범 신세로 감옥 생활하면서 또 다른 사기혐의에 연루될 정도로 악질에, 여권 실세들과 친분이 있고 또 무수한 소문이 도는 이철이 하필이면 MBC도 아니고 JTBC도 아니고 KBS도 아닌 채널A 기자에게 검찰에게 선처 받도록 도와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검찰로부터 선처 받으려는 공작을 하겠다면 차라리 MBC와 같은 친문 방송사 기자를 통하는 게 낫지 않겠나. 

이상한 ‘작전 냄새’ 채널A는 함정에 빠졌나

정권에 비판적인 채널A 기자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게 무모한 일이고 위험하다는 건 상식 아닌가.

필자는 이런 점 때문에 채널A 기자가 취재 욕심을 부리다 오히려 어떤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가 “MBC 뉴스도 세팅 된 것 같다, 왠지 프레임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밝힌 것도 아마 필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 채널A 기자와 검찰 유착 의혹을 푸는 길은 어렵지 않다. 채널A는 해당 기자가 적절한 방식으로 취재한 것인지 진상조사를 서둘러 국민에게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 측근이라는 검사장은 자신은 이번 일과 아무 상관없으며 기자와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이건 채널A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MBC나 이철 쪽에서 통화녹취를 공개하면 된다. 거짓말을 한 쪽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작년 KBS 검찰유착 의혹과 마찬가지로 이번 채널A 사건도 한 복판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있다. KBS 때는 직접 폭로했고, 이번 사건에서는 본인이 강의를 했던 신라젠 이철 쪽이 나섰다. 이철은 유시민 등 친노가 주축이 돼 2010년 만들어진 국민참여당 출신이다. 친노 친문 인사들 여럿이 VIK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JTBC 등 친정권 언론에서 뜬금없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건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가 싶더니 MBC가 폭로하고 열린민주당이 검언유착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나섰다. 금융사기사건 수사를 장려하기는커녕 축소하던 법무부 추미애 장관까지 나서서 감찰 가능성 운을 띄웠다. 시중에는 이 정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온갖 사모펀드과 관련된 초대형 사기의혹과 더러운 루머가 돌아다닌다.

작년 KBS 검언유착 의혹에 이어서 이번엔 채널A 검언유착까지 띄우는 여권 모습에선 당당함보다는 시중의 의혹을 확신으로 바꿔줄 만큼의 불안감이 느껴진다. 

정치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언론이다.

특히 이상한 물타기로 보이는 MBC의 보도행태 얘기다. 서민 개미투자자들의 피눈물을 뽑은 초대형 금융사기를 파헤치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검찰 힘을 빼는 의혹제기 보도가 중한가. 무엇이 더 공익적이고 국민을 위한 언론인가. 검찰이 중요한 금융사기를 수사하는 이 시점에서 하필이면 왜 초점을 흐리는 물타기성 보도로 수사를 방해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MBC는 여기에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채널A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정한 일이나 무리한 일을 했다면 그 자체로 조사해서, 처벌하면 된다. 시급한 것은 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짙은 온갖 사모펀드 사기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할 일이고 특히나 공영방송 타이틀을 자랑하는 MBC가 할 일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검찰의 힘을 빼는 MBC의 뜬금없는 폭로는 앞뒤 맥락을 따져 봐도, 그 누가 봐도 의심할 만 소지가 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칼럼니스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하는 전문적인 정보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는 '전문가 칼럼'을 서비스합니다. 전문가 칼럼은 세상의 모든 영역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들로 구성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칼럼입니다. 칼럼 송고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gold@fntoday.co.kr 로 문의해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