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21)자동차의 완성은 악세사리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21)자동차의 완성은 악세사리
  • 이주상
    이주상
  • 승인 2020.01.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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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패션의 완성은 악세사리’라고들 합니다. 그러면 저는 매일 완성되지 않은채로 출퇴근하는걸까요? 미완성이 꼭 최악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는 포멀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려고 한다. ‘악세사리’가 사실 그런 것이다. 필수는 아닌,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긴 좋은 것.

어떤 사람들은 순정, 미니멀, 오리지널, 이런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무엇이든 더 자신의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해나가는 취미가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전자의 경우가 처음 출고받은 그대로 (대부분은 귀찮아서)손도 대지 않는 부류라면, 후자의 경우는 아마 소소한 튜닝부터 실내 인테리어나 자동차 악세사리까지 모조리 섭렵하는 부류일 것이다. 이런 자동차 악세사리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바꿨을까?

자동차 악세사리는 대체로 사람의 악세사리에 비해 필수적인 요소에 가깝고 운전 환경을 좀 더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많다. 집이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으로서의 쾌적함을 가져야한다면, 자동차는 목적지까지 신속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가야한다. 이를 위해서 자동차 자체의 완성도, 안전도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목적지까지 경로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것은 예전부터 아주 중요한 능력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내비게이션의 발명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그 시초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어쨌든 두꺼운 전국지도책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박수칠만한 일이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보통은 지도책과 표지판을 번갈아가면서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보내야했고, 답답해진 가족들은 주유소나 휴게소에 가서 빨리 물어보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심지어 지도책에서 찾아낸 정보도 제대로 믿지 못했다. 이게 맞긴 맞나,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운전하기도 했고, ‘정말 맞냐, 빨리 내려서 물어보고 와라’, 라는 재촉을 많이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나를 비롯한)운전자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출발지와 목적지만 제대로 입력하면 정확한 음성으로 실시간 방향지시를 해주고, 그 와중에 과속단속구간까지 알려준다.

GPS 내비게이션은 1990년부터 등장했다. 기술의 기초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를 응용한 기술. 여기에 GPS나 Wi-Fi 등을 이용한 위치 추적기술이 조합되어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성한다. GIS가 워낙 데이터가 자주 바뀌는지라 아무리 못해도 매년 데이터를 업데이트 해야 한다. 업데이트 한 지 몇 년 된 차량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차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내비는 초원을 달리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심하면 차 앞은 낭떠러지인데 직진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내비는 이동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길찾기 기능도 중요하다. 무조건 최단거리를 찾는다면 서울-부산 간 도로를 국도로만 찾는 경우가 벌어질 수도 있고, 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구형 내비게이션은 커브를 지나고 나서야 우회전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기기결함, 그리고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출시 초창기에나 볼 수 있는 시행착오였다.

(운전할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경로를 재검색합니다”)

내비게이션은 기계 자체의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의 경우에도 차량의 진동이나 도로면에 의한 충격, 그리고 여름철의 폭염과 겨울철의 한랭한 온도에 반드시 견뎌야만 한다. 전자장비들은 의외로 열이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약한지라 초기의 내비게이션들은 여름철에 픽픽 쓰러지거나 겨울철에는 오동작하기 일쑤며, 시동을 켤 때의 급격한 전압변화로 인해 쇼크를 먹고 고장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따라서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때는 역사가 오래된 회사를 선택하는 게 좋으며, 오래될수록 지도 데이터의 풍성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GIS 개발이 필수이며, GIS 는 결코 짧은 기간 안에 개발할 수 있는 쉬운 기능이 아니다. 따라서, 내비게이션 기계는 어떤 회사라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을 못해서 타사의 내비 엔진을 쓰고 여기에 인터페이스만 래핑한 형태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내비 엔진 개발사 순정 내비는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시장상황과 빠르게 발전하는 국내 스마트폰 데이터상품과 어플 시장에 맞춰 소비시장이 움직였다. 직업상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용 내비게이션 상품은 굳이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업데이트가 간편하고, 내비게이션 정보가 정확하며, 설치 또한 간편하고 내구성이 좋은, 거기다 따로 구입할 필요도 없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앱을 주로 사용한다. 주로 많이 쓰는 앱으로는 단연 티맵, 그리고 카카오내비, 네이버지도 순이다.

어떤 사람들은 두뇌활동이 점점 저하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네비게이션을 일부러 쓰지 않는 저항을 하기도 하고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방향을 따르지 않는 반항적인 질주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저항은 매우 미미한 숫자이며, 전반적으로는 쾌적한 운전환경을 위해, 또는 필수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목적지를 찾는 과정에서 좀 더 편리하게 인공지능을 통한 대화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인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Siri 와 대화하는게 어색한 사람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대화 수준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구글에서 공개한 AI 듀플렉스와 실제 사람간의 대화는 둘 중 누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한 때 화제가 됐으며, 내비게이션에 인공지능(대화형 서비스를 위한)인 네이버 AI 플랫폼인 클로바를 탑재한 제품이나, KT의 기가지니를 탑재한 운행정보제공 프로그램이 출시되었다.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필수 차량 악세사리로 꼽을 수 있는 제품은 블랙박스(영어로는 Dashboard camera, Dashcam)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남이 내는 것이 차사고’라는 명언 아래, 주차해둔 본인의 차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생각하고 설치하기도 한다. 영상이나 사진같은 물증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이패스없이는 살아도 블랙박스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블랙박스의 카메라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차량사고는 앞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좌우, 후방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화각이 너무 넓으면 영상의 왜곡이 심해질 수 있어서 적절한 화각도 중요하며, 해상도나 프레임, 메모리 카드의 용량도 중요하다. 점점 블랙박스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완성차 업계에서는 차량 내장 순정 블랙박스 기능도 지원하게 되었다. 최초로 테슬라가 전방과 주차 녹화를 지원하는 형태로 선보였고, BMW에서도 공식적으로 순정 블랙박스를 옵션형태로 장착하여 판매 중이다. 현대차에서는 인기 차종에 순정 블랙박스를 기본 장착하는데, 쏘나타와 아반떼같은 차종에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위에 말한 조건을 쉽게 부합하는 제품들이 전반적이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3개 중 2개가 불량인 실정이었으며, 특히 번호판 식별성, 시야각, 내구성 등 중요한 기능 부분에서 불량이 발생하였다. 블랙박스라고 쓰고 고철덩어리라고 읽는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뺑소니 사고가 났는데 번호판을 도저히 읽을 수 없다던가,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충돌사고가 난 시간만 영상이 저장되지 않았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하여 피해자를 두 번 울리기도 했다.

블랙박스 또한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로 기계자체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블랙박스가 충격에 약해서 사고순간 고장나는 것도 내구성 문제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접수된 한 사건은,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운전자가 접촉사고로 인해 사고처리를 위해 보험회사와 연락을 취하고 영상을 확인했는데 사고순간의 영상을 찾을 수 없었던 일이다. 영상은 사고나기 직전까지만 기록이 남아있었으며 더 황당한 건 사고 충돌 이후 장면부터 다시 녹화되어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블랙박스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으나, 서비스센터에서도 영상을 읽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운전자는 본사까지 가야 했으나 며칠 후 본사에서는 “확인해보니 영상이 아예 안 찍혀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본사 직원은 “블랙박스 전원 전선이 사고 충돌하며 꺼져서 안 찍힌 것 같다”며 “기계 오류라 회사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놨다고 한다. 업체의 반응이 조 씨와 같은 문제가 처음이 아닌 듯해 보였다고 한다. 보험사에서 나온 손해사정사 역시 “블랙박스에 사고 장면이 녹화돼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다행히 이 사건의 운전자는 간단한 접촉사고여서 블랙박스 영상과 상관없이 사고를 잘 처리할 수 있었지만 운전자는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사고에 대비해 기록하기 위해 설치하는 게 차량용 블랙박스다. 근데 가벼운 접촉사고 충격에도 고장이 나서 영상 녹화가 안 된다면 돈 들여 설치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기타 차량 악세사리는 아무래도 실내를 좀 더 쾌적하게 해주는 제품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차주의 취향이 고스란히 보이는 차량용 방향제 같은 제품들이나, 미세먼지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된 후부터는 차량용 공기청정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차량용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나 초 미세먼지, 도로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및 차량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까지 잡아낸다는 광고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격대도 4만원대부터 70만원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이게 꼭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실제로 캐빈필터가 있는데 굳이 필요하냐고 말하는 운전자도 있고, 그 돈으로 차라리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사서 차안에서 작동해보면 필요없다는걸 바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운전자도 있다. 물론 90년대에 구입한 차량이라 에어컨 필터가 없으면 사도 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 외에도 자동차 악세사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제품들도 있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이든 기계든, 악세사리나 추가 옵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에 자동차 악세사리도 가장 기본적인, 하지만 운전자들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은 제품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악세사리에 속하지만 이제는 거의 기본에 속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아마 다음편에서는 ‘정말 이런걸 쓰는 사람이 있나’싶을 정도로 특이한 자동차 악세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주상 칼럼니스트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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