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럼]때아닌 공영방송 이사들의 출간 소식
[시사컬럼]때아닌 공영방송 이사들의 출간 소식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19.12.1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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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피해 언론인들의 출간 러시가 유쾌하지 않은 이유

[글=박한명]때아닌 전 현직 언론인들의 책 출간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KBS 모 이사가 책을 내고 한창 북콘서트 중이고 얼마 전엔 전 MBC 사장과 전 MBC 간부가 책을 냈다. 이 외에도 MBC 출신 인사 여럿이 책을 쓰고 출판기념회를 했거나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들이 썼다는 책 대부분은 문재인 정권과 언론노조의 언론탄압 실상과 고발이 주제라고 한다. 서두에 굳이 때아닌 소식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언론장악 내부숙청은 현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론장악 작업이 한창일 때 책을 쓰지 않고 왜 지금에서야 앞을 다투어 책을 내는 것일까.

표면적인 명분은 정권과 언론노조에 대한 고발이라고 하지만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기 때문 아닐까.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된 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아볼 절호의 찬스라고 혹시 판단한 건 아닌가. 자유한국당에 줄 선 전 현직 언론인 출신이 한 둘이 아니라는 소문이 들려온 건 이미 오래됐다. 이들의 행보와 최근의 출간 러시는 무관한가. 

현재 KBS 이사 신분임에도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모 이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한지 얼마 안 돼 이번엔 현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으니 썩 유쾌하지 않다.

공영방송인 MBC가 무너져 위기감을 느꼈다면 정권과 언론노조가 내부 숙청에 한창 몰두할 때 고발하지 않고 하필이면 왜 지금인가. 최승호가 열 명이 넘는 직원들을 해고 살인하고 수많은 직원이 압력과 협박에 지쳐 떠밀리다시피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주진우 같은 여당 스피커가 일반 국민은 꿈꾸기도 힘든 회당 6백만 원 이상 황제 출연료를 받아가는 동안, 천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해 MBC가 망가지기 전에 국민 앞에 일찌감치 고발하고 그 사태를 막도록 노력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MBC가 쑥대밭이 된 후에야 MBC가 노영방송이니, 자신들이 적폐몰이로 쫓겨났느니 하는 새삼스러운 얘길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공영방송 진로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 같은 것을 제시하는 게 낫지 않나.   

▶막대기를 임명해도 무관한 공영방송 '이사직'

필자는 KBS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이 소수 이사라는 핑계로 제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지금껏 지켜본 방문진에 대한 소감도 비슷하다. 회의를 보이콧 하거나 성명서 한 장 발표하는 것 등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비장한 얼굴을 할 뿐이다. 이사회 회의에서 정권 홍위병 이사들이 구체적으로 공영방송을 어떻게 유린하고 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할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다. 그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대로 활동했다면 이렇게까지 조용할 수 있나 싶다. 야권 이사가 할 일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 홍위병 이사들이 어떤 궤변과 논리로 방송을 농단하는지 감시하고 반박하고 지적하는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발언해서 언론이 보도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방문진과 MBC 실상을 알도록 폭로하고 기록으로도 남겨야 한다. 현재 야당이 추천한 방문진 이사들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많은 국민은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나마 보수우파 매체 보도로 몇 마디 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지만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일이다.

언론이 잘 보도해주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홍위병 이사회나 언론노조가 아플 만한 활동들을 열심히 했다면 좌파매체가 이렇게 조용할까. 속된 말로 건수만 있으면 열심히 이사들을 닥달했을 것이다.

최승호 해임결의안을 열심히 냈다고 해서 이사로서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사회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는 기사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제대로 활동했다고 자부할 수 없지 않을까.

만일 필자의 우려대로 방문진 이사들이 지금껏 해온 일들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큰 걱정이다. 안 그래도 정권 홍위병 방송 MBC가 더 심한 편파적 방송을 할 텐데 이것은 어떻게 견제할 건가. 

방문진 소수 이사 대부분은 현 정권의 언론탄압이 양산한 적폐몰이 피해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MBC 최승호 체제의 부당 징계와 협박에 시달리며 심신이 피폐한, 그야말로 피해자들이다. 그 대표성으로 방문진 이사가 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노영방송 언론개혁을 위해 자기희생을 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회의를 보이콧 한다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최승호 해임안을 반복 제출하는 것만이 방문진 이사로서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니다. 좀 더 창의적으로 더욱 집요하게 다수이사와 MBC 경영진의 방송농단을 국민에게 고발하는 활동을 해야만 한다. 소수 이사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수 이사 때는 무조건 숫자로 밀어붙이고 소수 이사 때는 숫자가 적어 못한다면 그까짓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는 막대기를 추천하고 앉혀도 상관없을 만큼 무의미한 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 야당과 보수우파는 늘 이런 식으로 자리를 무의미하게 낭비해왔다.

이런 행태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불리한 언론지형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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