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9) 보통의 취향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9) 보통의 취향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1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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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때때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준다. 물론 한 두가지로는 어정쩡한 선입견 정도만 생기기 쉽지만, 그게 자동차라면? 나는 '자동차에 대한 취향'이 그 사람을 설명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우핸들이나 2인승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클래식카로 자신의 심미안을 표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비록 꽉막힌 서울 시내만을 왔다갔다 할지언정 스포츠카로 스피드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자동차를 볼 때 성능과 브랜드를 모두 보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고 내부가 넓직한 세단형 모델을 선호한다. 스피커나 가죽시트같은 옵션은 중요하지 않지만 무난하면서 세련된 외관은 중요하다. 아마 대부분 이러한 취향의 범주 안에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내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보통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실제로 나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막 지역에 살게 되면서 SUV를 타게 되었다(사막이라 해도 대부분은 도로가 깔려 있는 대도시였지만 혹시 모를 경우를 위해 구입하게 되었다.) 막상 타 보니, 차체가 높아서 시야확보가 편하고 적재공간이 넓어 실용적이며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조금 비싸긴 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아니, 어쩌면 이제 '보통'의 자리를 SUV에게 넘겨줘야할지도 모른다.

(2013년을 기준으로 포르쉐의 매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카이엔(Cayenne)’, 포르쉐 공식홈페이지)
(2013년을 기준으로 포르쉐의 매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카이엔(Cayenne)’, 포르쉐 공식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SUV 모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을 축소하는 대신 SUV, CUV 모델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2018 제네바 국제 모터쇼(2018 Geneva International Motor Show)에서는 더 뉴 볼보 XC40가 '2018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2018)'로 선정됐다. 이 수상은 1964년 올해의 차가 제정된 이래 제네바 모터쇼 사상 최초 SUV모델로 선정된 2017 올해의 차 New 푸조 3008 SUV 모델에 이어 2년 연속으로 SUV모델이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왼쪽 ‘더 뉴 볼보 XC40’와 오른쪽 ‘New 푸조 3008’)
(왼쪽 ‘더 뉴 볼보 XC40’와 오른쪽 ‘New 푸조 3008’)

또한 2018년 뉴욕오토쇼에서도 '2018 올해의 월드카(2018 World Car of the Year)'의 최종 후보에 마쯔다 CX-5, 레인지로버 벨라, 볼보 XC60이 최종 후보로 올랐고, 이중 볼보 XC60은 2019년에도 월드카 어워즈에서 또 한 번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만큼 SUV모델의 높아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SUV 모델은 어쩌다 대세가 되었을까?

세단의 인기는 아주 오래되었다. 마치 정석처럼, 고급스럽고 바른 취향을 대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생활양식이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세단은 다소 올드한 이미지가 되었고, 사람들은 점차 이전과는 다른 것을 찾게 되었다. SUV는 그런 면에서 좋은 대안이었다. 색다름과 함께 실용적인 차원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레저용으로 캠핑이나 오프로드를 즐기기에 적합했고, 3-4인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도 적절했으며, 단순한 출퇴근차량으로도 편안했다. 젊은층 소비자는 소형 SUV를, 중장년층은 중대형 SUV를 선호하게 되면서 SUV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맞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SUV 트렌드는 완성차 업계에서는 반길만한 일일 것이다. 각 회사마다 주력 모델이 전부 다른 상황에서 하나의 강력한 트렌드가 있다면 자동차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생산 대수를 크게 늘릴 수 있으며, 차량 개발비나 부품생산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은 비용에서의 우위를 위해서라도 SUV의 트렌드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는데 노력해왔다. 다행히도 SUV의 인기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특히 국산이나 수입 모두 다양한 SUV모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SUV가 유행함에 따라 확실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신형 싼타페나 코나가 계속해서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팰리세이드는 대형 SUV 돌풍을 가져왔다. 기아 셀토스도 제법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며 모하비는 출고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제네시스에서는 브랜드 출범 이후 최초로 ‘GV80’ 중형 SUV 디젤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르노삼성도 QM6가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고 쌍용의 티볼리도 꽤 괜찮은 선택지이다. 수입 SUV로는 폭스바겐 투아렉, 람보르기니 우르스, 아우디 Q7가 포르쉐 카이엔과 같이 럭셔리 SUV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Jeep나 랜드로버도 최근의 SUV 인기 상승세에 힘입어 그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포르쉐는 카이엔을 출시할 당시 포르쉐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이래저래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유니크함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기존의 팬들에게 혹평을 듣는다는 건 반대로 대중들에게는 인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포르쉐가 딱 그랬다. 기존의 팬들의 취향을 실망시킨 모델은 여보란듯이 성공했고 결국 빈사상태의 포르쉐를 살린 효자상품이 되었다. 그리고 포르쉐의 시도가 성공하자, 뒤따라 아우디나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같은 품위나 위엄이 중요했던 브랜드들도 SU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종종 위험을 감수하고 저지르는 과감한 시도는 대중의 시선을 돌리는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덕분에 보통의 취향이 될 수 있었던 SUV의 열풍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이전의 것을 깨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시도들 말이다. 놀라움은 시간이 지나 또다시 보통의 영역이 된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그러한 보통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일일 것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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