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 [에세이] 넥스팅이 뭐야? (feat. 단체미팅의 추억)
황상열의 [에세이] 넥스팅이 뭐야? (feat. 단체미팅의 추억)
  •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9.1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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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팅이 뭐야? (feat. 단체미팅의 추억)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 하기 전 29~30살 시절에 가끔 단체미팅에 참석하곤 했다. 넥스팅이란 사이트에서 20~30명 단체 미팅을 주선했다. 주로 금요일 저녁 7시나 토요일 저녁 6시가 가장 많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아마도 일주일이 끝나가는 시점에 불금과 즐거운 주말을 보내기 위함이었으리라.

다니던 직장에서 야근과 출장도 많았고 여자친구도 없었던 시절이라 일찍 끝나는 날은 친구나 지인들과 만나 술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매번 똑같이 남자들끼리만 만나서 노니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다. 바쁜 일을 마치고 잠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이트가 넥스팅이었다. 단체미팅을 시켜주는 사이트라 하여 궁금한 마음에 클릭했다. 주중에는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7시, 주말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6시에 카페나 술집 한곳을 빌려 진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미팅날짜와 미팅인원을 미리 공지하면 자기가 가고싶은 날짜에 비용을 입금하고 참석댓글을 단다. 인원은 20~30명 사이고, 남녀 비율을 50:50으로 맞추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단지 참가비용을 차등하여 남성는 3만원, 여성는 5천원으로 정했다. 아마도 여성분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이었을 것이다. 의외로 이 비용에서 차이를 둔 것이 주효했다.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나도 재미있을 거 같아서 회사선배를 설득하여 같이 신청했다.

금요일 저녁 선배와 함께 들뜬 마음으로 미팅이 열리는 술집으로 향했다. 그 당시 직장은 역삼동이었는데, 장소는 강남역 근처라 가까웠다. 술집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지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다. 들어가니 사회자가 번호를 나눠주면서 지정되어 있는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선배와 같이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오자마자 멀리 떨어진다. 한 테이블에 남성 2명, 여성 2명으로 세팅했다고 했다. 다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말도 없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다. 조용히 물만 마시면서 말도 없다. 목이 타 들어갈 정도로 분위기가 어색 그 자체였다. 시간이 가까워오자 자리가 얼추 꽉 찼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한다.

“오늘 넥스팅에 오신 분들 환영합니다. 처음이라 다들 어색하시죠?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단체게임을 진행하겠습니다.” (무슨 게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무슨 게임을 한단 말이야?)

그 한마디에 모두 놀란 눈치다. 하지만 사회자의 그 다음 멘트에 조금 누그러진 분위기다.

“그 게임은 바로 빙고 게임입니다. 테이블마다 올려진 종이에 그려진 칸을 채워 먼저 빙고를 외치시면 됩니다. 1등 테이블에는 선물이 주어집니다. 게임 시작 전에 각 테이블에 있는 분들과 인사 먼저 나누시죠. 그 분들이 오늘 한팀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맥주 한잔 따라주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이름과 나이, 하는 일등 간단하게 호구조사를 끝내고, 게임에 돌입한다. 빙고를 하나씩 맞추어 나갈수록 같은 테이블에 있는 4명은 더 돈독해지고 환호가 커진다. 빙고를 못 맞춘 팀은 한숨이 늘어가지만 역시 어색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빙고게임이 끝나자 이제 다들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다음 순서는 여성분들은 그대로 앉아 있고 남성이 자리를 옮겨가면서 5분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단체 미팅의 장단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일단 참석한 여성분들과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대화를 해보고 마지막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실 그 시간에 어떤 사람인지 서로 알아내긴 불가능하다. 그렇게 돌아가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면 사회자가 종이를 나눠준다. 그 종이에 마음에 든 상대방의 번호를 적고 제출한다. 번호가 적인 종이를 모두 취합하여 사회자가 멋진 멘트를 날리며 한 장 한 장씩 뽑아 호명한다. 그렇게 서로를 선택한 남성과 여성은 커플이 된다. 처음 갔던 그 날은 회사선배가 커플이 되었고, 난 실패했다. (그 선배는 정확히 1년 뒤 이 여성분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그 뒤에 3~4번 정도 참석했고, 1번 커플이 된 여성과 짧게 만나다 헤어진 적이 있다.

지금 인터넷에 넥스팅을 검색해보니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업데이트가 2012~13년도로 검색되는 걸 보니. 일대일 소개팅이 어색한 분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미팅이다. 오늘 퇴근하다 강남역을 지나가다 본 술집이 바로 이 미팅이 열렸던 곳이었다. 예전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벌써 10년이 넘은 기억이지만 내 기억 속에 참으로 즐거웠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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