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 현장 "멀쩡한 선풍기 등 쇠집게에 우직끈...내구연한 지나면 순식간 폐기물로"
혈세낭비 현장 "멀쩡한 선풍기 등 쇠집게에 우직끈...내구연한 지나면 순식간 폐기물로"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19.08.16 13: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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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폐기물업체가 선풍기 등을 수거해 차량에 싣고 있다[사진=시사포토뱅크]
건설폐기물업체가 선풍기 등을 수거해 차량에 싣고 있다[사진=시사포토뱅크]

[취재=인터넷언론인연대 / 편집 정성남 기자]열대야가 아직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인 가운데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는 선풍기는 이 같은 계절에 서민들의 필수품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14일 취재확인 차 동료 기자와 함게 세종시 정부청사에 들린 점심시간 무렵 멀쩡한 선풍기가 순식간에 폐기되어 쓰레기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설폐기물 수거업자가 쇠집게로 선풍기를 모아서 적재함에 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자의 눈에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선풍기로 보였지만 이제 한낱 골치 아픈 산업쓰레기로 바뀌고 있었다.

문제는 이날 수명을 다한 선풍기 가운데 한대는 불과 몇 분전에 코드에 꽂아서 돌려보니 잘만 돌아가던 선풍기였다는 점. 다른 선픙기도 마찬가지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선풍기 한 대를 가져다가 시험을 해본 결과 멀쩡히 잘 돌고있다.[사진 = 시사포토뱅크]
선풍기 한 대를 가져다가 시험을 해본 결과 멀쩡히 잘 돌고있다.[사진 = 시사포토뱅크]
선풍기는 불과 몇 분 후 그 수명을 다한 후 폐기물이 되었습니다.
선풍기는 불과 몇 분 후 그 수명을 다한 후 폐기물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멀쩡한 선풍기가 현장에서 폐기되어 수명을 다한 후 순식간에 산업쓰레기로 변한 것은 무슨 사연일까? 

현장은 씁쓸하게도 우리나라 행정의 중심지인 세종 행정도시에 있는 국민권익위 청사 앞이었다.

이날 국민권익위는 그동안 취득한 각종 사무용품과 전자제품이 사용내구 연한을 경과했다고 전문 폐기물 처리업자를 불러다 폐기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 

건설 폐기물 전문 수거용 차량은 청사 앞에 내다놓은 의자와 책상 등 사무용 가구는 쇠집게로 부숴서 적재함에 차곡차곡 싣고 있었다. 

업체가 이날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은 이뿐 아니었습. 선풍기 복사기 대형 TV와 전산용 서버와 컴퓨터 모니터 등 각종 전자제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회의용 탁자는 어느 곳에도 흠집이 없는 등 멀쩡했다. 접이식 의자 또한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고가의 복사기등 전자제품이 잔뜩 실려 있었습니다.[사진= 시사포토뱅크]
고가의 복사기등 전자제품이 잔뜩 실려 있었습니다.[사진= 시사포토뱅크]

다만 몇몇 사무용 의자는 손상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조금만 수리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산용 서버는 물론 복사기 대형 TV등의 전자제품은 현장에서 곧 바로 폐기하지 않고 외부에서 처리하려고 하는지 1톤 화물차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 점이었다.

폐기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장을 지휘 감독하고 있던 국민권익위 소속 공무원은 ‘전자제품이나 전산 장비가 외부에서 그대로 폐기되는지 또는 재활용되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멀쩡해 보이는 이들 전자제품이 재활용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았다. 멀쩡한 물건이 순식간에 폐기되고 있는 모습에 지나던 사람들도 안타까워했다. 

점심식사를 나가던 여타 부서의 직원들은 '아깝다' '미쳤다'라는 말을 남기는가 하면 청사 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 노동자 몇몇 분은 ‘가져가도 되느냐’고 현장을 감독하던 공무원에게 묻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현장에서 폐기를 감독하고 있던 국민권익위 소속 그 공무원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면서 개인이 가져가는 것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국 부위원장실에서 사용하던 스탠드형 107cm TV[사진=시사포토뱅크]
부패방지국 부위원장실에서 사용하던 스탠드형 107cm TV[사진=시사포토뱅크]

그래서 그 공무원에게 기자신분임을 밝히고 물었다. 

“당신 집에 있는 물건이라면 이렇게 멀쩡한데 돈까지 주고 폐기하겠습니까?”

“.....................”

공무원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공무원의은 한 동안 답변을 못한 채 얼굴만 붉게 상기 되고 있었다. 거듭되는 질문에 그 공무원이 힘겹게 말했다.

“규정에 따라 내구연한이 지난 제품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극히 사무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멀쩡한 선풍기는 물론 멀쩡한 접이식 의자 등 사무용 가구 등이 순식간에 폐기처분 되는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국민세금으로 구입한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복사기까지 사용한지 불과 7년여 만에 내다버리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을지에 대해서 이었다. 

민원실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사진 = 시사포토뱅크]
민원실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사진 = 시사포토뱅크]

더욱 씁쓸하게 했던 것은 맞은편 법제처 청사 방문객용 접견실에 놓여있는 의자 때문이었다. 의자의 천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접이식 의자를 폐기하는 대신에 접견실 의자를 바꿀 수 는 없었을까요? 또 의자의 천을 세탁 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요?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부에서 이날 목격한바는 민간분야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광복절을 맞아 하루를 푹 쉬었지만 기분이 아직까지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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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2019-08-17 22:53:44 (125.128.***.***)
안녕하십니까? 국민권익위원회입니다.

국민권익위는 '물품관리법' 제38조에 따라 내용연수가 지난 물품을 폐기하지 않고 장애인의 자활 및 소외계층을 위해 무상으로 양여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게재된 사진은 국민권익위가 무상양여한 사무용품들을 장애인단체가 분류, 수거하는 장면이며, 기사의 인터뷰는 국민권익위 직원이 아닌 장애인단체의 직원이 답변한 내용입니다.

국민권익위는 국민여러분의 세금으로 구매한 사무용품과 전자제품 등을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가치있게 쓰이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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