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21 착한 거짓말
[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21 착한 거짓말
  • 신성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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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거짓말

 

세상엔 거짓말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론 그 거짓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아프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불가피하게도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때론 선함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거짓말을 사람들은 착한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착한 거짓말!!
그렇다고 착한 거짓말이 무조건 정당화 되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착한 거짓말이 사람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친구들과 지리산을 등반 한 적이 있다. 난생 처음 고산봉오리를 오르는 길은 긴장도 되고 설레면서 기대도 그만큼 컸다. 날은 화창했고 아득한 명산의 나무 하나하나와 풀잎과 꽃잎하나하나가 신비롭고 아름답고 또 신기했다. 산행의 초반은 그 꿈같은 아름다움에 취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랐다.

 

하지만 한 동안 높은 산을 올라 가보지 못한 상태라 험난해지는 산길이 만만치가 않았다. 가파른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숨이 차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에 힘도 풀리고 길도 험해져 몸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평평한 지대가 나오면 쉬엄쉬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산새가 깊어가는 산속을 들어설 때 쯤, 예고 없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진퇴양난. 거기다 산 정상인 천왕봉은 머리카락조차 보이 않은 까마득한 길이었다. 그나마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힘내세요라고 던지는 그 한마디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가도 가도 끝없는 산길은 점점 후회로 바뀌기 시작했다.“내가 왜 여길 온다고 했을까?”자책하며 다시 내려갈까 말까하는 망설임이 들 때였다.

 

일행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어 맨 앞서 내려오시는 분께 여쭈어 물었다. “선생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그러자 그는 반가운 듯 나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혹시 정상까지 갈려면 얼마나 걸리나요?”그 말을 들은 그분은 망설임도 없이 호기롭게 한 마디 했다. "아네 거의 다 왔어요 20분만 더 가면 됩니다 힘내세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없던 힘이 솟기 시작했다. 마음에 희망이 생기고 벌써부터 마음은 이미 정상에 도달해서 천왕봉 비석 앞에서 감격의 세라머니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되어도 그분이 말한 정상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마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붙잡고 정상이 아직 멀었냐는 물음은 되풀이 되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그전과 비슷한 거짓말뿐이었다. 정말 속에서 욕이 났다. ”차라리 진작 말했으면 희망이나 갖지 않지 이게 뭐야..“는 원망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내려 갈수 도 없는 거리였기에 그렇게 몇 번의 20, 30분을 한참 지나서야 드디어 그럴게 갈망하던 정상에 겨우 도착 할 수 있었다. 정상을 올랐을 때의 감격과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거기다 정상의 날씨는 거짓말처럼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하늘은 맑고 빗물 먹은 선명한 자연이 행복의 세라머니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힘겹게 올라오던 고된 산행의 고통은 어느새 잊어버린 채, 사방에 펼쳐진 경이로움에 흠뻑 젖어 정상을 한참 맴돌았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며 든 생각은 과연 누군가의 그 착한 거짓말이 없었다면 과연 정상에 도달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처음엔 용기를 주기 위해 정상 20이라며 내뱉는 그 착한 거짓말이 기분이 나빴고 도대체 '사람들이 왜 저러냐'는 원망의 마음도 속으로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가도 가도 끝없는 그 힘든 길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그 착한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하는 아찔한 상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착한 거짓말이 모두 정당하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을 향해 힘겹게 산을 오르는 절박한 나에게 20, 30분의 기적을 말해 주었듯 우리는 살면서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착한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상대에게 해가 되거나 상처가 되거나 불행하게 하는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그래서 그 상대가 힘을 얻고 용기를 얻고 삶의 희망을 가지게 되는 착한 거짓말이라면 용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많이 잘 생기지 못한 친구에게 "친구야, 오늘 따라 참 멋지다 또는 예쁘다." 말 한마디 해줄 때, 친구를 향한 그 말뜻과 선한 마음을 잘 알기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사소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고 영혼을 위하는 일이라면 가끔은 착한 거짓말이 삶의 활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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