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20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20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 신성대 칼럼니스트
    신성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2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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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이긴다는 것은 사전적으로 참고 견디거나 극복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떤 시합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전을 받거나 도전을 해서 승리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합이나 경기가 아니어도 우리가 살면서 사소한 말다툼이 일어나 서로를 견제하며 자존심이란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 틀로 보면 서로의 마음 문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서로의 평가이기 보다는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살피고 있는가 하는 일 것입니다.

 

얼마 전에 한 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많은 친구들이 왔는데 그중에 유독 두 친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 두 친구는 서로의 집을 자주 왕래할 만큼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말다툼으로 서로의 오해를 풀지 않은 채 등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모임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서로 얼굴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친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불편한 듯 서로 애써 눈길을 피하며 악수는커녕 슬며시 서로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말았습니다.

 

각자의 테이블에서 주위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아무 일도 없는 듯 웃으며 지내는 모습이 참 안타가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단체로 친구들과 우정을 과시하는 그런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참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친구들은 누구나 나가서 즐기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친구는 그 게임을 지켜보는 쪽이었고 게임 중에 두 사람의 시선은 처음처럼 서로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뭔가 결심을 한 듯 불편한 다른 친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친구야, 함께 나가자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주저하던 다른 친구의 표정이 당황스러운 듯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제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그래 나가봐라했더니 주춤하던 친구는 알았어 조금 있다가 갈게하며 민망하지 않을 만큼 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어색해하던 두 친구는 나란히 그 게임을 함께 참여를 했습니다.

 

그렇게 그 모임은 끝이 났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했던 모임을 파한 후에 사이가 좋지 않던 친구에게 이끌려 나갔던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순간 혹시 막무가내로 손을 내민 친구로 인해 기분 나빠 전화 한건 아닌가싶어 염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놀랍게도 친구야 오늘은 내가 그 친구한테 완전히 졌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게 전화한 친구 얘기로는 다른 친구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을 때 처음엔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답니다. 안 그래도 자신도 그 친구와 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보니까 선뜻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막상 그 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자 이게 뭐지하며 마음에 쌓였던 감정이 서서히 봄눈 녹듯이 풀리면서 기분이 개운해졌답니다. 하지만 그 개운해진 기분 속에 뭔지 모를 패배감 같은 것이 느껴져 좀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러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친구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마음에 예전에 지웠던 손 내민 친구의 전화번호를 다시 물어 보지 못했다며 그 친구의 연락처를 내게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친구의 화해를 보면서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생각은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결코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고 먼저 지듯이 손을 내미는 것이 이긴다는 것을 말입니다. 만약 간만에 만난 자리에서 둘 다 돌덩이 같은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다가 그냥 돌아갔다면 두 마음은 더 무거운 바위덩어리가 되어 더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툼이 생기거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 옳은 것이 아니듯 상대의 생각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억해야겠습니다.

 

두 친구를 보면서 나와 불편한 사람이 손을 내밀 때 그 내비는 사람의 마음은 단 한번이 아닌 백번의 마음을 먹으며 내민 배려의 손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긴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자신을 낮출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조금만 져주어도 져준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말이 실감나는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먼저 손 내미는 친구의 마음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먼저 이기는 그런 하루의 삶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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