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한 야산에서 배우 김효진과 함께한 식용견 구조현장
남양주 한 야산에서 배우 김효진과 함께한 식용견 구조현장
  • 김건호 기자
    김건호 기자
  • 승인 2018.04.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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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파이낸스투데이]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야산. 지난 10일 차를 타고 산을 오르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고 개 짖는 소리도 시끄럽게 들렸다. 조금 더 올라가자 한눈에 봐도 수십개는 족히 되는 철창속에 개들이 들어앉아 있었다.

개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진동하는 악취 사이로 개 짖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정도로 요란했다. 이 농장에는 15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살고 있었다. 개들의 배변은 땅으로 떨어져 땅까지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날 개농장에 있는 개 일부를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구조하기로 했다. 배우 김효진씨도 동행했다. 김효진씨는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개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대부분 피부병에 걸려 털이 듬성듬성 나있었고, 일부는 진물이 나기도 했다. 좁은 곳에 갇혀 있어서인지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물고 뜯어 귀나 입이 찢긴 경우도 많았다. 눈병에 걸리거나 탈장된 개도 발견됐다. 이처럼 고통받은 개들임에도 사람의 손길이 좋은 듯 김씨와 케어 관계자들이 다가가자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들은 개농장을 둘러보며 구조할 개들을 정했다. 처음엔 보호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5마리만 구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개농장이 다른 곳들보다 환경이 열악해 원래 계획보다 많은 20마리를 구조하기로 했다.

김효진씨는 개 농장을 둘러보며 여러 차례 오열했다. 김씨는 "동물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글을 읽는 것도 두려워해 그동안 개농장에 오지 못했다"며 "용기를 내 개농장에 와봤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철창 안의 개들을 쓰다듬으며 흥분상태에 있던 개들을 안정시켰다. 김효진씨와 관계자들은 철창을 열고 탈장된 개를 포함한 20마리를 꺼내 케이지로 옮겼다. 김효진씨는 농장주 박모씨(65)에게 다가가 "이제 그만 하실거죠?"라며 설득했다. 박씨는 "농장에 있는 개들이 다 팔린다면 전업이나 농장폐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 자라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실상을 목격하니 정말 끔찍하고, 차라리 개들이 죽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구조된 20마리 개들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케어 유기동물보호소로 옮겨진다. 입양희망자가 나타나면 정성을 다해 사랑해줄 수 있는지 확인한 뒤 가족을 맞이하게 된다. 이 농장에 살던 골든리트리버 '로스코'도 앞서 구조돼 배우 다니엘 헤니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이 개들과 달리 언제 보신탕으로 팔려가 죽을지 모르는 100여마리의 개들이 개농장에 남아있다. 이곳 이외에도 다른 개농장에 사는 수십마리의 개들이 이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그나마 최근 개식용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고, 개식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점은 개들과 동물애호가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수요가 줄다보니 농장주들도 스스로 농장을 폐쇄하거나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해 전업지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남아있는 개들을 하루빨리 데려가고 싶지만 병원에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보호소에서도 관리가 힘들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말 가슴 아프지만 보호공간이 생길 때마다 이곳의 개들을 구조할 예정이고, 다른 방법들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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