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의 소설
검은 가면의 상흔 .Karma 1-2
 교차
 2009-09-20 19:40:15  |   조회: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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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후-.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하루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결국, 밤을 새우어버렸다. 지금 와서 잠을 청하려 해도 이미 늦었나…. 방의 창문으로부터 햇살이 들어 왔다. 잠을 청하려 해도 자꾸만 신경 쓰게 되었던 것이다.

콩콩.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야, 일어나야지?"

누나인가-, 굼뜬 움직임으로 침대에 걸터앉는다.

"일어나 있어. 갈아입고 나갈게."

어? 깨어 있었어? 의외라는 듯이 목소리를 낸 하나는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거실로 내려갔다. 하루도 갈아입을 것 없이 이부자리만을 정돈하고서 방문을 열었다. 몸이 심하게 나른해서 이대로는 건강에 문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본래 몸이 약한 편에 속하니까, 나….







7시 30분의 아침에서 하나와 하루는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침을 먹고 있었다. 비교적 조용한 식사로 하루와 하나는 서로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 하루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야 하나가 의심스러운 하루를 쏘아봤다.

"어제 어디에 갔었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하나가 묻는다. 하루는 시선을 떨어뜨리면서,

"그냥… 학교에 갔었는데."

"뭐? 학교?"

하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또 그 녀석들이야?" 하나가 갑작스레 물었다. 크게 당황하는 하루.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항상 간접적으로 학교의 일과와 같은 것에 대해서 물어 왔었지만…. 어느 정도 하나가 심각하게 하루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밤에 나간 것을 '그 녀석'들에게 불려 나간 것으로 착각하는 게 분명한가…….

"아니, 숙제를 가져오러 갔었는데."

하루는 일단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숙제?"

하나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하나의 기분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하루는 하나의 기색을 살폈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어제 있었던 경위에 대한 걸 입 밖에 내니 역시 모순되어 있다.



- - -얼마나 그렇게 답답한 공기가 흘렀을까.



"너……."

하나가 입을 연 순간과 하루가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을 노린 듯이, 초인종이 울렸다.

말하려던 것을 잠시 접어두고 일어선다. 그리곤 현관으로 걸어나갔다.

'하나 누나….'

이런 모습의 누나는 전에 딱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다. 그건 내가 길을 잃어 헤맸을 때로, 울며 주변 이웃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딱 누나는 이 모습으로 흥분해 있었다-.

하나가 거실로 돌아왔다. 헌데 조금 진정된 모습의 하나는 다르게 보면 매우 당황한 것처럼도 보였다.

뭐지? 하루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누나…?"

어…. 그래, 하나는 한 템포 숨을 쉬곤 엄지손가락을 어깨 뒤로 향했다.

"어떤 여자애가… 널 찾아서…."

'여자애?'

하루는 재빨리 현관으로 뛰어갔다.



"안녕, 하루."

그… 모습은….

"기억해? 어젯밤에 만난 미래인데."

등 뒤에서 하루는 하나의 시선을 느꼈다. 미래는 교복을 입은 차림으로 어울리지 않게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 집을 어떻게…."

"같이 학교에 가자."

하루의 의문을 묵살시키며 미래가 말하자, 이번에는 상황을 지켜보던 하나가 하루 뒤에서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저, 저희 하루랑 무슨 사이이세요?"

정색을 범벅으로 칠한 듯한 얼굴로 하나가 묻는다. 하나의 질문에 미래는 주저 없이,

"하루와 저는 연인 사이에요."

………………….

솨아-.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가라앉았다…. 하루는 이미 넋을 놓은 상태였고 하나와 미래는 팽팽히 시선을 부딪치고 있었다. 당연히, 그런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는 하나에게 인식조차 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런 일은 당연히 있을 리가 없잖아.'라는 것과 사람의 손이 4개라는 것 같이 말도 안 된다는 거다.

"그건 제가 결정하는 사안이에요. 멋대로 그런 걸 정하시면 곤란한데요. 그리고 그 교복을 보아하니 저보다 많이 연하이신 거 같은데."

팔짱을 끼고서 하나가 내뱉었다. 미래는 웃는 모습을 관철한 채 무서운 말을 하나의 귓속으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짓도 해버렸으니 전 어쩌면 좋을지…."

코끼리만한 느낌표가 하나의 정수리를 짓눌렀다. 어버버…. 꽤 충격인지 말을 잇지를 못한다.

그 순간을 틈 타, 미래는 하루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학교에 가죠."

어? 어! 어!! 하다못해 가방이라도오-. 하루는 무시무시한 미래의 괴력에 의해 반항의 몸부림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 하나는 그 자리에 굳어서 어버버…… 그런 중얼거림을 계속하고 있었다.







얼마쯤을 끌려가서야 미래는 손을 놓아줬다. 하루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무슨…."

"길 안내 좀 해줘."

다시 한번 말을 끊는 미래의 한마디에 하루는 질렸다는 듯이 더는 말을 걸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교과서는 모두 학교에 있으니까…. 어제 돌아온 이래로 교복도 갈아입지 않았고.

"하아…네."

하루가 미래를 앞질러 걷는다. 미래는 작게 미소 지으면서 하루를 뒤따라갔다. 하루는 이 일상을 자신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모순된 것 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몽환다리를 막 건넌 하루와 미래는 별말 없이 걷고 있었다. 그때, 하루가 멈춰 섰다.

"저…미래야?"

응? 미래가 걸음을 멈춘다.

"길 안내라니… 그거 진심으로 한 말이었어?"

"그만."

미래가 조용히 속삭였다. 하루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으나 미래가 갑자기 돌변적인 태도를 보였기에 그만뒀다. 이후 둘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몇 분간을 서 있었다. 이윽고, 하루가 미래의 손을 붙잡는다.

"학교에 가자."

하루가 미래를 이끈다. 미래는 말없이 하루에게 길 안내를 맡겼다. 왜 찰나에 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왜 미래는 그런 돌변적인 태도를 보인 걸까…. 하루는 그런 생각을 품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하루에 도착하고 나서 하루는 미래를 교무실까지 데려다 주고 자신의 교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생긴 것 같다. 설마 했지만 역시 미래는 이 학교의 전학생인 모양이다. 어젯밤 학교에서의 일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회상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게 정말 '학교'였는지조차 의심되어 하루는 혼란스러움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잠깐 괜찮을까."

"누구…."

창 밖을 보고 있던 하루는 고개를 돌렸다.

"프리지아인데."

어제 몽환다리에서 스쳐 지나갔던 프리지아였다. 프리지아는 조금 걱정스러운 듯이 하루를 바라보고 있다.

"조심하라고."

프리지아의 한 마디 한 마디엔 조용한 힘이 담겨 있었다. 차가운 성격을 가진 탓인지 목소리도 감정도 죽어 있다는 착각이 든다.

"뭐를…?"

프리지아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교실 앞문이 열렸다. 담임선생이다. 프리지아는 입을 다물곤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선생이 교탁에 올라선다. 그윽이 교실을 둘러보는 선생.

"전학생이 있다."

역시…하루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젠 미래와 대면하기조차 꺼려진다. 대하기가 어려운 탓도 있겠지만, 그녀와는 연루되기 싫다는 게 왠지 속마음이다. 문에서 교탁으로 걸어 나오는 여자아이. 교실이 단번에 침묵에 빠졌다. 와-. 곳곳에선 은근히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하루는 반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곤 - - -.

"안녕하세요, 칸나입니다. 잘 부탁해요."
미래가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는 담임의 소개를 받아 하루의 비어 있는 옆자리에 앉았다. 남자들의 야유가 적게나마 흘렀다. 칸나는 듣지 못했는지 가방을 내려놓고 필기구를 꺼낸다. 하루가 칸나를 바라보고 있자 칸나는 곁눈으로 하루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작게 인사했다.

"안녕."

하루도 더듬으며 맞인사를 한다.

'미래는 다른 반인가…?'

담임의 따분한 조회가 시작됐다.





방과 후, 하루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하루야!"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막 교실에서 나가려던 칸나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하루를 돌아본다.

"여자애의 목소리였지…?"

"저런 녀석에게 여자친구라고?"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교실에 하루는 매우 당황해 했다. 목소리는 창 밖에서이다. 그때, 누군가가 창 밖을 내다보곤 소리쳤다.

"미…미인인데!?"

다시 한번 하루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루는 두 손바닥을 애써 들어 보이며 난처하게 웃어넘긴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찌질이 하루가 여자친구라고? 반 아이들은 조금 어이없어하는 마음이 거의 지배적이었다.

"하루 있나요?"

"…………."

이번에 시선은 교실 앞문에 집중되었다.

…미래, 였다.

이번엔 하루에게 다시 시선이 돌아왔다. 하루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당장에라도 바닥에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고, 미래가 걸어와서 하루의 손을 잡아 나갈 그 순간까지 하루는 넋을 놓은 상태였다. 학교 건물을 나와서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면, 누군가가 다시금 외치는 것이었다.

"하루야!"
하루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미래의 손을 놓고는 뒤돌아본다.

역시, 라고 해야 할지. 그 목소리는 하나의 목소리였다. 운동장에서 그리 외쳤다는 사람이 누나…였나.

"그냥 가죠."

미래가 거칠게 하루의 손을 이끌었다. 동요하는 것인가, 하나가 점점 가까이 올수록 미래는 하루를 강하게 이끌었다.

"잠깐……."

그런 미래의 행동에 하루는 손을 어떻게든 놓았다. 어…어…? 그 반동으로 몇 발자국 발을 헛디딘 미래가 진심어린 눈길로 하루를 응시한다. 면전에 다가온 하나가 하루에게 뭐라 말을 걸려 할 때였다.



하루는 눈을 감는다.



그것으로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하루가 눈을 감고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걸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이나 방과 후 돌아가는 학생과 운동장에 남아있던 사람들. 학교 건물의 창문이란 창문에는 다닥다닥 몇 사람씩 달라붙어 운동장의 하루를 지켜보고 있다. - - -주위가 잠잠해져 간다.



하루가 눈을 뜬다.



그 눈동자 속에는 하나와 미래가 모두 들어 있다. 하나와 미래의 눈동자에도 하루가 담겨져 있었다.

"나는…."

하루가 중얼거렸다. 하나와 미래가 하루를 응시하는 지금, 하루는 말을 이었다.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뭐…?"

"네…?"

곧바로 미래와 하나의 얼빠진 한마디가 돌아왔지만, 하루는 듣기도 전에 학교를 뛰쳐나가고 있었다. 학교엔 둘과 관중만이 남아서는 묘한 분위기만을 풍겨냈다.





하루는 집까지 달려와서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그 가슴은 미칠 듯이 고동치고 있어서 쉽게 진정되지는 않았다. 무릎을 끌어안고서는 의미 없는 생각만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하루는 조금 모순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전 운동장에서의 그 기억이 뭔가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된다……. 헌데 그것이 거짓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몇 번이고 그 경험을 반복하게 되자 하루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실신할 지경이었다. 더 강하게 무릎을 끌어안을 수록 두통은 더욱 심해져 갔다.

'기억의… 시간의 경계가….'

전혀 없다.

하루는 순식간에 빨개진 머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기억이 무한히 재생되고 있다. 그 일은 분명히 이십 분 전에 일어난 것일 텐데도, 지금 이렇게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아…아…헉."

숨을 헐떡이며 땀을 내리는 빗물처럼 흘릴 때면 하루는 이젠 눈앞조차도 보이지 않게 됐다. 하루는 과거를 수억 번 되돌려 감는다. 세상이 핑핑 돌고 사건이 수천 번씩 겹쳐져서는 일그러진다. 그 환상의 끝, 일그러지는 사건들은 이윽고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







하루는 가쁜 숨을 몰아내 쉬며 두 눈을 떴다. 으…으음. 천천히 눈을 움직이며 주변을 확인한다. 그보다 몸이 무언가에 기대어 있는 느낌이지만…. 하루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더듬으려 하는데,

"읍…!?"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하루의 정신도 팟! 하고 깨어난다. 하루는 더듬는 손을 급하게 들어 올렸다.

'여자애에게 안겨 있어?'

눈치챘을 땐 코 끝에서 달콤한 향기가 간질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라고 하루는 의문을 품었다. 이 향기는…?

"일어났어?"

이 목소린….

"프리지아?"
응.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헉? 하루는 몸을 일으켜 세운다. 고개를 틀자 돌자 프리지아와 딱 눈이 맞았다.

"이제 괜찮아?"

프리자의 작은 입이 소곤거렸다. 하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왜 우리집에 있는 거야…, 하나 누나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야?"

"너를 지켜주기 위해서 난 여기에 있는 거야."

날 지키다니…? 무슨 의미야, 하고 물었지만 프리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미래라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마. 너의 누나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도 좋지 않아."

"프리지아."

잠자코 있던 하루가 힘있는 어조로 말을 건넸다.

"너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거야?"
"아니."

즉답으로 말한다. 하루는 다시 물었다.

"넌 이 섬이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전혀. 평범해, 이 섬은."
"…………."
이, 자신의 방에서 프리지아와 하루가 대면하고 있다니 - - -. 하루는 많은 위화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프리지아?"
"응?"
쾅! 그때 하나가 방문을 열고 하루의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하루야! 누나가 미안했…."

그런데 걔는 누구야?
2009-09-20 19: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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