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대의원이 회장을 뽑는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윤상현이가 3표 밖에 얻지 못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지지의 댓가로 돈을 요구한 대의원이 있었다고? 그것 때문에 축구계 전체를 비리의 복마전으로 몰아 앞으로 국회에서 축구협회를 감사하고 흔들어댈 것이라고?
축구협회의 정관을 훑어보니, 대의원선거와 협회장 선거에서 매표 부정 저지르는 자는 형사고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일단 윤상현은 그 돈 요구한 대의원이 누군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축구협회 정관에 따라 그 자를 사정부서에 고발함으로써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것이 윤상현이 이 시점에서 축구 개혁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안이다. 음습한 구석에 번창하는 곰팡이나 다를 바 없는 썩어빠진 부분을 도려내지 않는 한 정몽규 또한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윤상현이 추상같은 자세를 보일 때, 24명 대의원의 은밀한 기득권도 혁파될 수 있다.
만약에, 윤상현이가 얻은 3표가 윤상현이 돈으로 산 것이라면 윤상현이야말로 탄핵대상이다. 국회의원직 사퇴는 당연하고 권력남용과 매수조작으로 콩밥 먹어야 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민간기구에 협박질이나 한단 말인가? 윤상현의 언동은 조폭 중간보스의 난장질에 다름 아니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힘이 있다는 자가 명백한 불의를 보고도 그것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는 것은 더 큰 악임을 잊어선 안 된다.
우려는 계속된다. 축구협회에 권력(국회와 정권)의 부당한 간섭과 행패가 자행되면, FIFA는 해당국을 사고협회로 규정하여 월드컵을 비롯해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 참가를 불허함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예선에서부터 제재해버린다는 것이다. FIFA가 말로는 각국 축구협회(FA)를 정치권력의 탄압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그 나라 축구를 월드컵에서 추방하는 수단을 취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월드컵이라는 이벤트는 각국 정권보다 갑, 그것도 절대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장 투표권을 단지 24명만이 행사한다는 것은 분명 개선해야 할 문제다. 정몽규는 조속한 시일에 정관 개정을 위한 축구인 여론수렴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윤상현이 이것을 트집잡아 축구협회를 흔들 생각이라면, 크게 실수하는 거다. FIFA의 권력 앞에 윤상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