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잤다. 후미코와 함께 차 안에서부터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해 새벽까지 술판을 벌이다 보니............... 이집사가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 항상 아침은 집사가 직접 챙긴다. 이집사는 처음엔 집사 자리 제안을 사양하더니, 지금은 자신이 이 저택의 내부 살림 책임자인 것과 이렇게 아침식사를 직접 챙긴다는 게 여간 자랑스럽지 않은 가 보다. 단순한 행동 패턴이나 말 한 마디라도, 각각의 그 것에는 표정과 의욕이 묻어나는 법이다. 침대 테이블에 식기를 내려 놓는 손동작에서도 정성과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집사의 프라이드가 대단하다는 건, 그가 퇴근을 집으로 하지 않고, 저택 2층의 방 하나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내가 사준 50평대 아파트엔 일주일에 두 번만 가면서........... " 다음부턴 신문은 가져오지마. 손에 잉크가 묻는 게 좀 그러네......... 그리고 비서실에 연락해서 누운 채로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천정에120 인치 짜리 스크린을 설치하라고 해. 신문 대용으로 쓰게....... 시금치 된장국이네. 해장으론 최고지. 고마워 이집사." 갓 지은 밥에 구수한 된장국과 겉절이 몇 조각......... 어느 덧 그는 내 식성을 꿰고 있다. 세 번쯤 밥을 먹으면 한 번은 빵으로 혹은 죽으로 메뉴를 바꿔 가며 아침상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 다양하게 바꿔서 매번 식감을 좋게 하려는 의도............ 많이 먹지 않게 되는 아침상은 양이나 가짓수보다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집사는 알고 있다. 특별한 지시가 없었어도 그의 결정이 틀린 적은 없었다. " 이 된장국을 먹어보면 그 쪽의 밍밍한 미소 된장국은 잊어버릴 걸?" 새우와 시금치가 들어간 국물을 한 스푼 떠 먹여주자, 후미코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이건 환상이에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죠?" " 하하, 내가 장담하는데 이 된장국과 불고기와 비빔밥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 입맛도 다 사로 잡을 수 있어. 오래 전에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왔을 때, 비행기에서 먹어본 비빔밥이 맛있어서 2박3일간 비빔밥과 된장국만 먹었었지." " 설마요? 한 끼 정도라면 모를까?" " 아니, 사실이야.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아예 프랜차이즈 한식당 사업을 검토하기까지 했다니까." " 지금 이 맛은 그럴 만 하네요." " 할아버지 말야." " 인도에 계신?" " 응, 할아버질 한 번 만나봐야겠어." " 그럴래요? 할아버진 우리가 만나는 거 아직 모르고 계세요. 난 할아버지와 정기적으로 만나왔어요. 최근엔 재성씨하고 있느라 좀 소홀히 했는데........" " 그거말야, 같이 있으면 훨씬 집중이 잘 된다며? 파워도 세지고......." " 그 얘기도 들었어요?" " 응, 처음에 능력을 발견했을 때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이젠 욕심이 생기네. 나도 당신처럼 생각을 콘트롤 하는 거 그게 될 것 같아. 남의 생각을 들여다 보면 막 자신감이 생기고 그러는데 막상 콘트롤은 안돼. 뭐 꼭 그런 것 때문에 할아버질 만나겠다는 건 아니고.......... 우리 세 사람이 한 번은 봐야하지 않겠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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